두바이에 현존하는 세계 최대 높이 건축물 부르즈 칼리파가 있다면 국내에는 삼성물산이 만든 수도권의 대동맥 인천대교가 있다.
2005년 6월 첫 삽을 뜬 인천대교는 5번의 더위와 4번의 추위를 거쳐 4년 4개월 만에 그 모습을 드러냈다. 송도 신도시와 영종도 인천국제 공항 간 12.34km의 바닷길을 잇는 교량으로 접속 도로를 포함해 총연장 21.27km의 왕복 6차선 도로였다. 미국 코즈웨이교(38.4㎞), 중국 항주대교(38.0㎞)와 동해대교(31.0㎞), 사우디아라비아 킹파드 코즈웨이교(25㎞), 미국 체사피크 베이교(24.1㎞), 중국 런양교(23.7㎞)에 이어 세계 7번째로 긴 다리로 기록되며 세계 교량 역사에 한 획을 그었다. 사장교 길이에서도 중국 수통대교(1088m), 홍콩 스톤쿼터스교(1018m), 일본 타타라대교(890m), 프랑스 노르망디교(856m)에 이어 세계 다섯 번째에 이름을 올렸다.
국내외 교량의 역사을 다시 쓴 초대형 프로젝트답게 인천대교는 공사 과정 내내 모든 면에서 최고·최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 기록제조기였다. 일본 조다이(설계), 네덜란드 델프트 연구소(충돌방지공 모형 실험), 독일 DOKA(주탑 폼), 영국의 할크로(Halcrow)와 에이럽(Arup·개념설계 및 설계 검토) 등 인천대교의 완공을 도운 협력사만 120개가 넘는다. 국내에서는 주축은 삼성물산이었지만 대우건설, 대림산업, GS건설, 금호건설 등 삼성조인트벤처를 구성했던 내로라하는 7개 대형사들이 시공에 참여했다.
투입된 자재량 역시 매머드급이다. 인천대교를 짓는 데 사용된 철근 물량은 13만5000톤. 케이블 수 역시 208개에 이른다. 사장교 케이블선 중 가장 긴 것은 420m로 최대 2090톤의 무게를 견딜 수 있다. 이렇게 설계된 케이블 선의 길이를 모두 합하면 5만2948km. 작은 선까지 합할 경우 인천대교에 쓰인 전체 케이블 선의 길이는 서울과 부산을 15회 왕복할 수 있는 거리와 맞먹는다. 이 케이블에는 공기에 대한 저항을 줄이고 케이블이 바람에 크게 흔들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무수히 많은 홈이 파여 있다.
사장교의 강상판 인양 작업에 쓰인 공사비도 상상을 뛰어넘는다. 3000톤 해상 크레인은 국내에서 손꼽히는 수량의 장비로 하루 사용료는 약 8500만원. 이 해상 크레인이 대블록 작업에 8번 투입됐다고 하니 사용료만 무려 7억원이다.
21.27km의 교량에 사용된 콘크리트 물량만도 68만4788㎡에 달한다. 레미콘 트럭으로 환산할 경우 약 11만대 분량. 그야말로 초대형 건설 프로젝트였다. 이 콘크리트는 해상에서 부식을 막아 100년 이상 인천대교의 수명을 이어갈 수 있는 고내구성 특수 콘크리트다.
무엇보다 압도적인 것은 4년여 동안 이 공사에 투입된 인원만 145만2000여명이라는 사실이다. 이 중 삼성물산 직원만 44만8000명에 달했다. 잦은 안개와 평균 9.27m에 달하는 밀물과 썰물의 해수면 차, 초당 27m에 달하는 유속.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거친 바다에서 ‘경이로운 세계 10대 건축물’을 탄생시킨 것은 이들의 손과 발 그리고 땀이었다.
인천대교는 한국토목학회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토목구조물 대상’과 일본토목학회 최고 권위의 상인 ‘다나카상(田中賞)’을 수상했고, 2011년 4월엔 국내 최초로 미국토목학회(ASCE) 선정‘세계 우수 건설 프로젝트’에 뽑히며 삼성물산의 역량을 다시 한 번 세계에 알렸다. 한국의 토목 기술력을 세계적인 경쟁력으로 내세운 성과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