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칼럼] JYP 사태, CSR 없는 기업에겐 예견된 사고

입력 2016-01-20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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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권 한국SR전략연구소(코스리) 부소장

우선 질문을 던져보자. 양안관계와 중국 내 한류에 파문을 일으킨 이른바 ‘쯔위 사건’. 이 사건의 올바른 명칭은 ‘쯔위 사건’일까? 사건의 이름을 부를 때, 그 본질이 드러난다.

나는 이 사건의 핵심적인 책임이 쯔위에게 있다고 보지 않는다. JYP엔터테인먼트라는 기업이 이번 사건의 핵심에 있다. 그러므로 일단 JYP사태라고 호명하고자 한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두 가지 시선이 있다. 하나는 기업의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의 시선이다. JYP는 한국을 대표하는 엔터테인먼트 기업답지 않게 리스크의 예방, 리스크의 관리와 대처에서 모두 아마추어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박진영 대표가 “쯔위의 부모님을 대신하여 잘 가르치지 못한 저와 회사의 잘못도 크다”라고 언급한 부분은 정당하지 않은 해명이었다. 이 어법은 교묘하게 사태의 핵심적인 책임을 쯔위 개인에게 전가하고, JYP와 박진영은 그저 잘 가르치지 못한 어른 정도의 위치에서 책임을 지겠다는 식으로 해석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접근법이야 말로 어른답지 못하다. 쯔위의 잘못은 무엇이고, 방송 제작사의 잘못은 무엇이고, JYP의 잘못은 무엇인지 명백하게 밝히는 과정을 거친 후의 반성으로 보기에도 힘들다. 그러니 급한 불은 안 꺼지고 사태는 일파만파다.

대만 출신의 소녀가 대만기를 가지고 있다는 것은 사과할만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이런 행동이 방송을 통해 사회적인 문제로 비화될 수 있다는 지점을 충분히 인지하지 못해 예방하지 못한 방송제작사와 기획사의 무능은 사과할만한 일이다. 사건이 발생한 후 쯔위가 취해야 할 행동을 정확하게 알려주지 못한 기획사의 책임도 크다. 쯔위는 사과해야 할 대상이 아니라 방송제작사와 기획사에게 사과를 받아야 할 대상이다. 함에도 불구하고 사과의 주체로 쯔위가 나섰고, 사태는 통제할 수 없는 수준으로 커졌다.

리스크 관리의 기본은 리스크의 진앙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인지하고, 그것의 파급력을 예측하는 것인데 이 두 가지를 모두 놓쳤다. 그 전에 대만, 일본, 한국의 청소년들이 모인 다국적 아이돌그룹 시스템을 준비하면서 ‘지정학적 리스크’를 철저히 준비하지 못한 기획단계에서 이미 예견된 사고였다고 하겠다.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또 하나의 시선은 기업의 사회적 책임(CSR) 차원이다.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준비하는 과정은 무척 다각적이다. 즉 여러 가지 방식을 통해 기업의 사회적 책임을 위한 준비를 할 수 있다. 그 방식 중 하나는 기업의 경영상의 결정이 미치게 될 영향력을 제대로 인식하는 것이다.

기업의 영향력을 JYP에 비추어 분석해본다면 크게 지정학적 영향, 세대적 영향, 문화적 영향, 산업적 영향 등이 거론될 수 있을 것이다. 지정학적 영향은 JYP의 비즈니스, 즉 문화콘텐츠가 유통되는 온ㆍ오프라인의 주요 플랫폼과 국가, 지역에 대한 체계적인 분석을 통해 도출된다. 세대적 영향은 JYP의 비즈니스가 인구구조 상의 특정 세대에게 미치는 영향의 내용과 효과(아마도 10~30대와 미래세대)에 대한 인지를 통해 드러난다. 문화적 영향과 산업적 영향 역시 JYP의 비즈니스가 각 부문에서 초래하는 변화를 잘 관찰한다면 파악할 수 있다.

각각의 영향을 파악한다면, 해당 영역에서 JYP가 고민하고 실행해야 할 사회적 책임의 내용들이 떠오른다. 비단 사회적 책임만이 아니라 법적, 윤리적, 경제적 책임들이 함께 떠오른다. 문제는 한국의 방송, 온라인, 콘텐츠 시장에서 큰 영향력을 발휘하면서 상장까지 한 회사에서 어떤 방식으로 사회적 책임을 준비하고 기획하고 실행하고 있는지 알 수 없다는 것이다. 연예 엔터테인먼트 사업은 특히 사회 공공재를 통해 그 영향력을 발휘하는 비즈니스임에도 사회적 책임에 대한 구체적인 고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은 무척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JYP만의 문제가 아니다. YG의 주력 ‘상품’인 싸이는 한남동의 부동산 스캔들을 통해 한국의 인디 예술인들에게 갑질의 대명사로 거론되고 있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더 피해를 입는다’는 생각에 빠져 있다면, 생각을 전환해야 한다. 유명인이기 때문에 사회가 더 큰 책임을 요구하는 것이다. 싸이와 YG가 아직 자신들이 사회에 미치는 영향력이 얼마나 큰지 잘 파악하고 있지 못하거나, 그 영향력을 더 큰 영향력을 위한 도구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는 건 아닌지 우려가 된다.

엔터테인먼트 기획사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우리가 더 깊이 생각해야 하는 이유는, 이들의 영향력 때문이기도 하지만, 이들의 비즈니스의 핵심이 ‘사람’이기 때문이다. 연기자와 가수, 작곡가와 댄서들을 ‘상품’으로 호명하는 것에 아주 익숙한 사회가 되었지만 이들은 모두 사람이다. 사람이 사람에게, 스타가 팬에게 미치는 영향력은 일반 기업과 상품의 그것보다 크고 복잡하다. 그래서 이들은 동경의 대상이 되기도 하고 증오의 대상이 되기도 한다. 사랑을 받기도 하고 버려지기도 한다.

따라서 스타를 성장시키고 관리하는 엔터테인먼트사는 더 섬세해야 한다. 당장 쯔위 사태에서도 언급되었듯 미성년을 ‘상품화’하는 비즈니스를 하고 있다면 ‘인권’이라는 주제에 대한 근본적인 인식의 전환도 필요하다.

무엇보다 사회적 책임에 있어 더 담대해야 한다. 변명을 하고 사과를 할 때가 아니라, JYP를 비롯한 엔터테인먼트 기업의 사회적 책임에 대해 근본적으로 고민을 할 때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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