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연예 산업계도 차이나 리스크...“JYP? 할리우드도 중국 눈치 보는 시대”

입력 2016-01-20 13:58 수정 2016-01-20 13:59
  • 가장작게

  • 작게

  • 기본

  • 크게

  • 가장크게

▲트와이스 쯔위(출처=쯔위 사과 동영상 캡처)
▲트와이스 쯔위(출처=쯔위 사과 동영상 캡처)

국제 금융시장을 뒤흔들고 있는 이른바 ‘차이나 리스크’가 세계 연예 산업계에까지 마수를 뻗고 있다. 걸그룹 ‘트와이스’의 대만 멤버 쯔위(周子瑜)의 ‘국기 논란’이 대만 총통선거 국면과 맞물리면서 사태는 중국과 대만, 양안 간의 민감한 정치적 사안으로까지 번졌다. 이는 최근 세계 연예시장에서 두각을 나타내고 있는 중국의 존재감을 새삼 일깨우고 있다는 분석이다.

105년 대만 역사상 첫 여성 총통이 탄생한 지난 16일(현지시간) 긴장한 기색이 역력한 트위이스의 멤버 쯔위는 중국어로 “죄송합니다. 중국은 하나 뿐입니다. 양안(중국과 대만)은 한 몸입니다. 나는 중국인임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다시 한번 사과드립니다”라며 조용히 고개를 숙였다.

대만 출신인 그녀가 갑작스럽게 사과를 한 건 작년 국내의 한 방송에서 대만 국기를 흔들었단 이유 때문이었다. 당시 그가 대만 국기를 흔드는 모습이 중국 인터넷 상에 나돌면서 그는 중국 네티즌 사이에 ‘대만 독립론자’라는 낙인이 찍혔다.

이 파장은 적지 않았다. 대만 내에선 그녀를 애국자로 치켜세웠지만 중국의 입장은 달랐다. 대만 내 독립 여론을 자극했다는 괘씸죄에 걸려 공산당 중앙 선전부의 지시를 받은 중국 방송국이 그녀의 출연을 금지시켰고, 결국 쯔위는 공식 사과를 하기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고국을 떠나 타지에서 생활하는 16세 소녀가 순수하게 자신이 대만 출신임을 어필한 것이라며 선거권도 없는 소녀에게 대만 독립론자라는 낙인은 과도한 해석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았다.

그러나 국내 연예계는 이번 쯔위 사건의 불똥이 자신들의 중국 사업에 지장을 초래하지 않을까 전전긍긍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한국 아이돌 그룹과 한국 드라마는 중국에서도 인기가 높아 출연료와 방영료가 거액이어서 중국 시장을 잃으면 타격이 적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쯔위의 소속사 JYP가 자진해서 사과 영상을 배포하고 중국에서의 활동 중지를 선언한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문가들은 기업 논리 상 국기 논란의 파장을 최소화하려던 건 당연했다는 평가다. 박근혜 대통령이 중국의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승리 70주년 기념행사(전승절)’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나란히 서서 참관하는 등 한중 밀월관계를 과시한 마당에 연예계 이슈가 양국 관계에 찬물을 끼얹을 수도 있다는 노파심이 작용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양안 입장에서도 마찬가지다. 쯔위 사건을 계기로 대만과 중국 양쪽에서 서로에게 반감을 갖게 되면 핫라인 정식 개통 등 모처럼 훈풍이 불고 있는 양안 관계도 다시 냉각될 가능성이 있다.

이번에 대만 정권 교체를 이끈 민진당의 차이잉원 차기 총통은 쯔위 사건에 대해 “한 명의 대만 국민이다. 국기를 갖고 국가로서의 정체성을 느끼는 것에 압력을 가해서는 안된다”고 두둔했다. 현재 대만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쯔위에 대한 동정 여론이 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여당인 국민당이 패한 이번 총통 선거에도 이 여론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올 정도다.

중국에서는 이번 대만의 정권 교체와 쯔위 사건을 달가워하지 않는 분위기다. 민진당의 승리에 대해 중국 내에선 ‘지역 선거’ 쯤으로 작게 보도됐다.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대만과 달리 선거권이 없는 중국 국민의 불만의 화살을 피하기 위한 조치였다고 전했다. 심지어 일각에서는 쯔위 사건에 대해 “대만의 어느 세력이 양안 민간 교류의 개별 사건을 이용해 민중의 감정을 자극하고 있다. 철저히 경계해야 한다”며 대만의 독립에 반대하는 목소리를 내기도 했다고 한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쯔위 사건이 결코 남의 일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트와이스 멤버는 총 9명. 이 가운데 5명이 한국인이고 대만인이 1명에 일본인도 1명 포함돼 있다. 만일 일본인 멤버가 중국과 영유권 분쟁을 빚고 있는 센카쿠열도 문제를 공식 자리에서 언급했을 경우 중국에서 나올 반응은 불을 보듯 뻔하기 때문이다.

신문은 그러면서 이번 쯔위 사건을 계기로 세계 연예 산업계에서 차이나 머니의 존재감을 새삼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최근 중국 부동산 재벌 다롄완다그룹이 할리우드 영화 제작사인 레전더리를 35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한 것을 사례로 들었다. 레전더리는 ‘배트맨’ ‘쥬라기월드’ ‘고질라’ 등을 제작한 회사로 세계적으로 인지도가 높은 영화제작사다.

신문은 전문가의 발언을 인용, “완다그룹이 중국 정부는 아니지만 신경이 쓰일 것이다. 할리우드에서도 중국에 비판적인 내용의 영화는 제작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완다그룹은 미국 2위 영화관 체인 AMC엔터테인먼트를 26억 달러에 인수했다. 이로써 미국 영화계는 콘텐츠와 시설이 모두 중국 자본을 받아 들인 셈이다. 신문은 중국의 대외 문화 전략은 민관 일체라며 영유권 문제에선 몰라도 문화면에서는 미국에 대한 영향력이 강해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 좋아요0
  • 화나요0
  • 슬퍼요0
  • 추가취재 원해요0

주요 뉴스

  • "尹 비상계엄 선포는 통치행위…어떻게 내란 되나”
  • 한동훈, 尹 제명·출당 착수…윤리위 긴급 소집
  • '철도파업 철회' 오늘 첫차부터 정상운행…이용객 불편 해소
  • 디지털헬스케어 토지는 비옥하지만…수확은 먼 길 [빗장 걸린 디지털헬스케어]
  • 비트코인, 美 CPI 호조에 반등…10만 달러 재진입 [Bit코인]
  • K-제약바이오 美혈액학회’서 신약 연구성과 발표…R&D 경쟁력 뽐내
  • 새벽 인스타그램·페이스북 오류 소동…현재는 정상 운영 중
  • 이장우, 연인 조혜원과 내년 결혼 예정…6년 연애 결실 '나혼산' 떠날까
  • 오늘의 상승종목

  • 12.12 11:37 실시간

실시간 암호화폐 시세

  • 종목
  • 현재가(원)
  • 변동률
    • 비트코인
    • 143,220,000
    • +3.6%
    • 이더리움
    • 5,433,000
    • +4.88%
    • 비트코인 캐시
    • 776,000
    • +5.79%
    • 리플
    • 3,375
    • +2.83%
    • 솔라나
    • 323,100
    • +4.97%
    • 에이다
    • 1,554
    • +8.52%
    • 이오스
    • 1,559
    • +7.15%
    • 트론
    • 405
    • +5.19%
    • 스텔라루멘
    • 616
    • +4.76%
    • 비트코인에스브이
    • 95,350
    • +6.95%
    • 체인링크
    • 35,730
    • +13.65%
    • 샌드박스
    • 1,114
    • +13.91%
* 24시간 변동률 기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