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도한 규제에 힘들다” 한국시장 손털기 시작한 글로벌 IB

입력 2016-01-21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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英바클레이즈 39년만에 짐 싸…SCㆍ씨티ㆍHSBC 등 이미 한국사업 비중 축소

영국계 대표 은행중 하나인 바클레이즈마저 한국에서 짐을 싸면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엑소더스가 이어질 수 있는 우려감이 짙어지고 있다.

2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고명섭 바클레이즈증권 한국지점 주식영업부문 대표가 본사의 아시아주식부문 철수 방침으로 한국지점을 폐쇄한다고 고객들에게 이날 정식 통보했다. 또 바클레이즈는 한국에 진출 한 지 39년 만에 서울에 설치한 바클레이즈은행도 폐쇄하기로 내부방침을 세우고 곧 공식발표할 것으로 알려졌다.

바클레이즈의 한국 시장 철수는 이달 초 영국 본사가 사업 구조 개혁 차원에서 아시아 시장 축소를 밝힌 데 따른 후속 조치로 풀이된다. 바클레이즈는 아시아태평양지역 주식 세일즈 직원의 50%를 줄인다는 방침을 정했다.

외국계 금융기관 고위 관계자는 “지난 연말부터 바클레이즈의 한국시장 철수설은 공공연히 업계 내에서 거론됐었고, 실제 바클레이즈에서 지난 14일 이후부터 비즈니스 미팅을 잡지 말라고 직원들에게 통보했다”며 “애초 바클레이즈가 주식과 리서치 등 브로커리지 부문만 접는 것으로 알려졌지만 결국 한국시장 철수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 ‘링펜싱’조항 강화…RBS·바클레이즈 등 영국계IB 직격탄= 지난해 영국계 대표은행인 RBS(로열뱅크오프스코틀랜드)은행에 이어 바클레이즈까지 철수하기로 해 국내 진출한 외국계 금융기관들의 분위기도 뒤숭숭하다.

업계 일각에선 영국에서 2012년 도입한 ‘링펜싱’(Ring-fencing)조항이 지난해부터 강화되면서 영국계 은행들이 가장 먼저 직격탄을 맞게 됐다고 평가 중이다.

링펜싱은 금융위기 직후인 2012년 투자은행과 소매은행간 리스크 이전을 막아 투자자 보호를 위해 도입된 제도다.

특히 해외 계열사인 IB들이 파생이나 외환 등 리스크가 높은 영업을 할 경우 이에 대한 본사의 채무이행 의무를 제한해 영업 위축에 대한 우려가 지속적으로 제기돼왔다.

투자은행(IB)업계 고위 관계자는 “링펜싱 강화로 우선 영국계 은행들인 RBS나 바클레이즈가 아시아를 시작으로 영업 철수에 들어간 상황이고, 국내 진출한 다른 IB들도 이들의 동향을 주목할 수 밖에 없다”며 “이는 한국에 소재한 대부분 외국계가 자기자본이 적은 대신 필요할 때마다 본사에서 그동안 차입을 하며 영업을 지속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링펜싱 외에도 규제 강화 등 한국 시장 영업 환경이 만만치 않아 외국계들이 지속적인 고전을 겪을 수밖에 없다는 진단도 나온다.

◇ 글로벌 금융사 한국시장 구조조정 타깃 1순위= 한편 2010년 이후 골드만삭스자산운용과 아비바그룹,ING생명, HSBC의 소매금융 사업, 스탠다드차타트은행의 저축은행과 캐피탈 등이 잇달아 한국시장을 철수하고 있다.

국내서 운용업 사업을 접은 골드만삭스는 올해 1분기 중에 채권 부문의 인력을 10% 줄일 계획이며 모간스탠리는 원자재·채권 분야에서 총 1200명의 감원계획을 밝혔다. 독일 최대 은행인 도이체방크도 앞으로 5년 동안 3만5000명의 감원과 함께 10개국의 시장에서 철수하겠다는 방침을 세웠다.

미국계 씨티그룹 역시 지난해 11월 씨티캐피탈을 아프로그룹(러시앤캐시)에 팔면서 국내 시장 철수설이 불거지기도 했다.

이 외에도 장기간 국내 보험업계에서 저력을 과시해 온 외국계 보험사들도 최근 글로벌 본사가 매각을 결정하거나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하면서 한국시장서 발 빼기에 한창인 모습이다.

보험업계에 따르면, 최근 외국계 재보험사인 쮜리히 인슈어런스 컴퍼니(Zurich Insurance Company Ltd)와 율러 헤르메스 홍콩 서비스(Euler Hermes Hong Kong Services Ltd) 등은 금감원에 폐업을 신고했다.

여기에 지난 1999년 제일생명보험을 인수한 독일 알리안츠생명 본사도 JP모간을 주관사로 선정하고 한국법인 매각을 추진 중이다. 영국 푸르덴셜의 PCA생명 한국법인도 모간스탠리를 통해 인수자를 찾고 있다.

이처럼 굴지의 외국계 금융기관들이 아시아, 특히 한국시장에서 잇달아 관련 사업을 접는 이유는 수익성 부진과 함께 과도한 금융규제 탓이라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결국 정부가 제시한 동북한 금융허브가 금융당국의 과도한 규제로 제 발목을 잡아 물거품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곳곳에서 터져 나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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