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0여일 앞둔 4·13 총선] 거물급 귀환·리턴매치… 미리보는 총선 격전지

입력 2016-01-21 14:04 수정 2016-01-21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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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세훈, 종로 출사표 ‘험지 출마’ 외면 승부수… 부산출마 접고 마포로 상경 안대희‘지역 터줏대감’ 노웅래와 대결… 우상호·이성헌 다섯번째 리턴매치 관심

4·13 총선 열기가 달아오르고 있다.

특히 안대희 전 대법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 등 차기 대선주자로 거론되는 거물급 인사들이 출마, 풍성한 볼거리를 제공하면서 주목도도 높아지는 분위기다. 여기에 새누리당 최초로 호남에서 당선된 이정현 의원의 재선 도전과 한 지역에서 다섯 번째 맞대결을 벌이는 새누리당 이성헌 전 의원 대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 간 리턴매치도 관심사다.

이투데이가 한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치열한 승부가 펼쳐지고 있는 격전지를 조명해봤다.

◇[서울 종로] 돌아온 오세훈… ‘정치 1번지’서 부활하나 = ‘정치 1번지’로 불리는 서울 종로는 한국 정치사에서 선거의 승패를 가늠했던 상징적인 지역으로, 민심의 바로미터다. 잇따라 대선 주자를 배출한 곳이기도 한 종로는 15대 총선 당시 신한국당 이명박 후보와 통합민주당 노무현 후보 간 ‘빅매치’를 펼쳤던 지역이기도 하다. 이 둘은 각각 16·17대 대통령에 당선돼 청와대에 입성했다. 앞서 윤보선 전 대통령도 3대 총선에서 종로에 출마해 국회의원을 지냈다. 세 명의 전 대통령이 종로에서 금배지를 달고 청와대로 향한 셈이다.

현재 지역구 주인인 정세균 의원을 상대로 새누리당에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과 박진·정인봉 전 의원이 도전장을 냈다. 새누리당 내 가장 유력 후보인 오 전 시장은 김무성 대표의 ‘험지 출마’ 요구에도 불구하고 당초 예비후보로 등록한 종로에 출사표를 던졌다. ‘대권 길닦기’라는 분석에 무게가 실리는 상황이다.

오 전 시장은 최근 출마를 공식화하면서 “종로에서 반드시 승리해 새누리당의 20대 총선 승리를 이끌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그는 “시장에서 골목에서 마주했던 종로 구민들의 한숨에 구호가 아닌 정책과 실천으로 응답하겠다”고도 했다.

오 전 시장은 16대 국회의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을 거치면서 젊고 개혁적인 이미지를 앞세워 2006년 민선 4기 서울시장까지 역임했다. 시장 재임시절 주요 정책인 ‘디자인 서울’을 펼치고 ‘다산콜센터’를 도입했다. 당시 오 전 시장은 높은 인지도를 등에 업고 정치적 입지를 탄탄히 다져나갔다. 그러던 중 2011년 여름 무상급식 주민투표를 제안했다가 투표율 미달로 무산되면서 시장직을 사퇴하고 정치권과 거리를 둬왔다. 이번 총선으로 정계에 복귀할 수 있을지가 최대 관심사다.

하지만 정 의원의 저력도 만만치 않다. 정 의원은 2008년 더민주 전신인 통합민주당 대표를 지낸 5선 중진으로, 대권주자로 여러 차례 거론돼 왔다. 19대 총선 때 친박계 좌장 격이던 새누리당 홍사덕 후보를 누르고 당선돼 4선을 안겨준 전북 무주·진안·장수를 떠나 종로에 터를 잡았다. 정 의원과 지근거리에 있던 관계자는 그를 두고 “시험 쳐서 대통령 뽑으면 1등으로 당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만큼 학식과 경험이 풍부하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정 의원은 4년간 열심히 했다. 의정보고회 100회를 달성했고 일하는 국회의원이라는 말을 듣고 있다”며 “이번에 승리하면 6선이 되는 거다. 지역에서 크게 일하겠다는 의미”라고 말하며 총선 승리를 다짐했다.

◇[서울 마포갑] ‘마포 사람’ 강조한 안대희… 터줏대감 꺾을까 = 애초 서울 마포갑은 주목받는 지역은 아니었으나, 안대희 전 대법관이 새누리당으로 출마하면서 덩달아 관심 지역으로 분류되고 있다. 당 지도부로부터 ‘험지 출마’ 요구를 받아온 안 전 대법관이 19일 마포갑에 예비후보 등록을 마치면서 판을 키웠다.

안 전 대법관은 “시민들과 소통하기 위해서 노력하겠다”며 “지역의 희망을 찾겠다”고 했다. ‘거물급’이라는 표현에 대해서는 “내가 거물인지 모르겠다”며 호탕하게 웃었다.

안 전 대법관은 서울중앙지검 특수 1·2·3부장을 거쳐 대검찰정 중앙수사본부 과장을 두 번 역임하는 등 검찰의 요직을 두루 거친 인물이다. 각종 비리 사건 수사 경험이 많아 검찰 내에서 ‘특수통’으로 불렸다. 대법관 퇴임 후에는 박근혜 대선 후보 캠프에 몸담아 새누리당 정치쇄신특별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그는 마포에 특별한 연고가 없다는 약점 때문에 중학교 시절 부산에서 마포의 숭문중학교로 전학 온 것을 자주 언급하며 ‘마포 사람’임을 강조하고 다닌다고 한다.

그런 만큼 첫 번째 숙제는 당내 경선 잡음을 해소하는 일이다. 최근 새누리당은 국민과 당원의 경선 참여 비율을 5 대 5에서 7 대 3으로 변경했다. 영입 인사의 경우 최고위 의결을 전제로 100% 국민 여론조사로 경선을 치를 수 있게 된다. 이 때문에 일찌감치 예비후보로 등록해 뛰고 있는 강승규 전 의원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강 전 의원은 18대 총선에서 자신이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을 꺾은 전력을 들면서 마포갑은 ‘험지’가 아니라고 주장하고 있다.

당에서는 안 전 대법관의 경선 승리를 점치는 시각이 많지만, 내분을 해결하지 않고서는 조직력 발산이 어렵다는 지적이 많다.

이런 가운데 안 전 대법관의 무게감에도 불구하고 노 의원은 오히려 “누구보다 마포에 애정이 있는 마포 출신 국회의원으로서 안대희 같은 인물이 마포에 봉사하러 온다는 점은 환영할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노 의원 측 관계자는 그러나 “마포에서 중학교를 나왔다고 해서 출마하는 게 이유가 되냐”며 “명분이 없다”고 안 전 대법관을 지적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마포갑에서 17·19대 의원을 지냈다. 언론인 출신으로 MBC 노동조합위원장, 전국언론노동조합 부위원장을 거치고 열린우리당 대변인으로 정계에 입문했다. 지역 터줏대감인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의 아들이기도 한 잔뼈가 굵은 2세 의원이다.

◇[서울 서대문갑] 금배지 주거니 받거니 16년… 사실상 ‘타이틀 매치’ = 정치적 중립지대인 서울 서대문갑은 가장 흥미진진한 지역 중 하나다. 이성헌 전 새누리당 의원과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의원이 다섯 번째 리턴매치를 벌이고 있어서다.

둘은 연세대 81학번 동기로 각각 2승2패로 번갈아가며 지역구를 차지한 라이벌로, 이번 대결이 사실상 결승전이다. 이 전 의원은 짝수인 16·18대, 우 의원은 홀수인 17·19대 의원을 지냈다. 금배지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 보니 이번이 벌써 다섯 번째 대결이 됐다. 이들의 라이벌 관계는 무려 16년간 이어졌고, 선거 때마다 득표율 격차는 늘 한 자릿수로 박빙이었다.

친박 핵심으로 꼽히는 이 전 의원은 YS 비서실 정무비서관으로 정계에 입문한 상도동계 출신이다. 이후 최연소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냈다.

이 전 의원은 “서대문에 일 잘하는 일꾼이 필요하다고 본다. 한마디로 ‘청초신(청년 일자리 만들기·초심·혁신)’이 필요하다”며 일자리 창출을 중요한 과업으로 삼았다.

우 의원은 DJ를 통해 정계에 발을 들였다. 1987년 ‘6월항쟁’ 당시에는 연세대 총학생회장으로 고 이한열 열사의 민주국민장 집행위원장을 맡기도 했다. 이 전 의원과 학번은 같지만, 나이는 4살 아래다.

우 의원은 “이번에는 결승전이다. 이 전 의원은 워낙 장점이 많은 후보고, 지금 야당이 분열 과정에 있어 조금은 부담된다”면서도 “선거라는 게 개표 마지막까지 알 수 없는 것”이라며 끝까지 최선을 다할 것을 다짐했다.

한편 서대문갑의 결과는 ‘국민의당’(가칭)의 움직임에 따라 달라질 전망이다. 제3의 후보자가 등장할 경우 판세가 한쪽으로 기울 공산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다.

◇[전남 순천·곡성] ‘야권 텃밭’에 새누리 깃발 꽂은 이정현… 이번에도? = 19대 총선 때까지만 해도 전남 순천 곡성은 ‘야권 텃밭’이었지만, 2014년 재보선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복심으로 통하는 새누리당 이정현 최고위원이 ‘노무현 사람’인 서갑원 전 의원을 누르면서 텃밭 얘기는 쏙 들어갔다. 야권으로서는 뼈아픈 지역이다. 반면 여당에게는 호남 민심을 살 수 있는 기회의 땅으로 인식되고 있다.

당내에선 딱히 경쟁자가 없는 이 최고위원이 민심 다지기에 한창인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김광진 비례대표 의원, 노관규 전 순천시장, 서갑원 전 의원이 탈환에 나섰다. 안철수 신당에선 구희승 전 광주지방법원 판사가 후보로 거론되고 있지만, 이 최고위원과 체급이 맞지 않는다는 시각에 무게가 실린다.

이 최고위원은 “지난 1년 5개월 동안, 해왔듯이 여전히 일반시민 위주의 만남을 위해 지금도 매일 하루에 20여 군데가 넘는 방문 일정을 소화하고 있다”며 “지역주민들로부터 ‘소부겸(소탈·부지런함·겸손)’이라는 평을 듣고 있다. 호남에서 정치 경쟁의 불씨를 계속 살려나가겠다”고 했다. 호남에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김 의원은 “순천은 일반 호남과 차이가 있다. 새누리당이 현역으로 있는 지역이기 때문”이라며 “이정현 의원 개인에 대한 지지도 있겠지만, 그동안 기득권화되어 있던 반민주당 세력과 오랫동안 정치해오신 분들에 대한 반감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지난 4년간 의정활동을 통해서 검증돼 왔던 모습을 시민들에게 잘 보여드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의원이 순천·곡성의 현재 주인이긴 해도 장밋빛 전망만 있는 건 아니다. 의과대 유치 문제 등 현 정부 실세로서의 모습을 보여주지 못한 이 최고위원을 비판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2014년 때와 다른 상황도 짚고 넘어가야 한다. 재보선 당시에는 서갑원 전 의원와 노관규 전 시장 간의 마찰로 인해 일부 표가 이 최고위원에게 갔다는 지적이 있었다.

최대 변수는 선거구 재획정이다. 순천·곡성이 쪼개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서다. 현재 순천이 단독 선거구가 되고 곡성이 광양·구례와 합쳐지는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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