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 73조원 긴급수혈] 시장 혼란 잠재울까...‘헬리콥터 달러 살포’ 미국 현재 보니

입력 2016-01-21 15: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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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인민은행이 21일(현지시간) 공개시장조작을 통해 3년 만에 최대 규모인 4000억 위안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다. 자본 유출이 확대하고 있는 가운데 춘제(구정) 연휴를 앞두고 자금 수요가 높아지자 돈 가뭄을 해소해주겠다는 의도에서다. 이는 올들어 중국증시가 크게 하락하는 등 경기 침체 우려가 높아지는 가운데 경기부양의 목적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인민은행은 작년 춘제 전에도 2월 12일에 1600억 위안을 시장에 공급했는데, 올해는 상황이 좋지 않아 규모를 2배 이상 늘렸다.

이날 전날보다 1.2% 하락세로 출발한 중국증시의 상하이종합지수는 대규모 유동성 공급 소식에 상승세로 돌아서 오전장은 0.51% 오름세로 마감했다. 그러나 지수는 2991로 여전히 심리적 지지선인 3000선은 넘지 못하고 있다.

인민은행은 연초부터 이어지는 위안화 절하를 막기 위해 시장에서 위안화를 사고 달러를 매도하는 식으로 개입을 지속하고 있다. 그러나 위안화 매수를 통한 개입이 시중에서 위안화 자금을 흡수하는 결과를 초래하다 보니 일련의 금융완화 정책을 되레 희석시키고 있다는 지적이다. 인민은행이 3년 만의 최대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한 것도 이 때문이지만 이같은 과정이 반복되면 한계가 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이같은 완화 정책의 폐해를 보여주는 전형적인 예가 미국이다. 미국은 2008년 9월 리먼브러더스의 파산으로 시작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경기 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전례없는 양적완화를 3차례에 걸쳐 시행했다. 양적완화라는 명분 하에 6년간 시중에 4조5000억 달러의 자금을 시장에 쏟아부었다. 당시 연방준비제도(Fed., 연준) 의장이었던 벤 버냉키는 “경제가 디플레이션에 빠지면 헬리콥터로 돈을 살포하는 게 유용하다”는 주장을 펴 오죽하면 ‘헬리콥터 벤’이란 별명이 붙었다.

통상 중앙은행이 신용경색에 대응하는 방법은 기준금리를 낮추는 것인데 당시 미국은 이미 금리가 0~0.25%로 거의 제로 수준이어서 금리를 더 낮추는 건 불가능했다. 5.25%였던 금리를 사실상 제로 수준까지 낮추면서 경기는 회복되는 듯 하다가 다시 위축될 조짐을 보였다.

이 때문에 연준은 금리인하가 아닌 양적완화를 카드로 꺼내든 것이었다. 시중에서 국채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양적완화를 하면 시중에는 유동성이 늘어나고 실질 금리는 떨어져 경기가 두 개의 경로를 통해 확대하는 효과를 낳을 것이라는 계산이었다. 1차 양적완화(2008년 12월~2010년 3월) 기간에는 1조7000억 달러 규모의 자금을 풀었고, 2차 양적완화(2010년 11월~2011년 6월) 기간에는 6000억 달러에 달하는 국채를 추가로 매입했다. 그러나 이 두 차례의 양적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경기는 좀처럼 살아나지 않았다. 오히려 더블딥까지 우려되는 상황에 처하자 연준은 2012년 9월부터 3차 양적완화를 실시했다.

이후 양적완화 덕분에 미국 경제가 회복된 건 사실이다. 그러나 3차 양적완화를 통해 시중에 푼 자금을 회수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자 경제는 극심한 히스테리 양상을 보였다. 버냉키 당시 의장이 2013년 12월 양적완화 규모를 단계적으로 축소시켜나가는 ‘테이퍼링(tapering)’ 계획을 밝히자 전세계 금융시장이 발작 증상을 보였다. 이 때문에 연준은 작년 12월, 9년 6개월 만에 기준금리를 인상하기 전까지 2년 이상을 출구 시점을 찾는 데에 보내야 했다. 그러나 현재 미국은 자국의 금리인상으로 인한 글로벌 금융 시장 혼란의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다.

중국이 이번에 통화 대신 유동성 공급 카드를 꺼내든 것도 미국과 같은 이치다. 인민은행은 전날에도 단기유동성조작(SLO)을 통해 1500억 위안 규모의 유동성을 시장에 공급했는데, 이처럼 연일 계속되는 유동성 공급은 금리인하 카드가 더이상 먹히지 않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인민은행은 지난해 10월 기준금리와 지급준비율을 동시에 인하했다. 기준금리 인하는 2014년 11월 이후 6번째, 지준율 인하는 4번째로 8월 중국증시 폭락에 따른 시장 혼란으로 시중에서 자금경색이 심화하자 내린 결정이었다.

그러나 잇단 통화완화 조치에도 불구하고 중국 경제의 축인 제조업 부진은 계속됐고, 급기야 지난 19일 발표된 2015년 경제성장률은 6.9%로 25년 만의 최저 수치를 기록했다.

시장에서는 인민은행이 추가 부양책으로 지준율을 낮출 것으로 봤지만 이에 대해선 회의론도 만만치 않았다. 인민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지급준비율을 과도하게 사용하는 것은 환율에 좋지 않다”고 제일경제일보에 말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21일 보도했다. 이는 인민은행 내부에서도 통화완화 정책에 대해 회의적임을 간접적으로 내비친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잃어버린 10년’이라는 장기 침체의 터널을 빠져나온 일본은행(BOJ)의 사라카와 마사아키 전 총재는 완화 정책의 부작용을 지적했다. 그는 과거 한 인터뷰에서 “완화 정책은 대출 규모가 큰 가계의 고통을 완화시켜 주는 효과가 있지만 부채를 신속하게 갚아나갈 동기를 깎아내린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것이 가계에만 해당하는 것이 아니라 정부 부문에도 똑같이 적용된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인민은행 역시 금융위기에 4조 위안의 유동성을 풀어 경기를 부양했음에도 현재 중국 경제가 침체에 직면한 만큼 긴급 처방 뿐 아니라 장기적인 대응을 고민할 시점이라고 말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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