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려운 사람을 돕는다는 설중송탄(雪中送炭)의 반대말은 낙정하석(落穽下石) 또는 투정하석(投穽下石)이다. 함정에 빠진 사람에게 돌을 떨어뜨린다는 뜻으로, 구해주기는커녕 오히려 해친다는 뜻이다. 비슷한 말에 다리를 건넌 뒤 그 다리를 부숴 목재를 훔쳐가는 과하탁교(過河坼橋), 불난 틈에 도둑질을 하는 진화타겁(趁火打劫), 나무에 올려놓고 사다리를 치우는 상수발제(上樹拔梯)가 있다.
낙정하석의 출전은 당송팔대가의 하나인 한유(韓愈·766~824)가 역시 당송팔대가의 하나인 유종원(柳宗元·773~819)의 죽음을 애도하며 지은 ‘유자후묘지명(柳子厚墓志銘)’이다. 자후는 유종원의 자다. 그는 어려서부터 총명하고 글 잘 쓰기로 유명했으나 순종(順宗) 즉위 후 왕숙문(王叔文) 등이 주도하는 정치개혁에 가담했다가 실패하고 귀양살이 끝에 46세로 숨졌다. 특히 일곱 살 많은 한유와 함께 고문부흥(古文復興)을 이끈 바 있어 한유는 동지를 잃은 슬픔이 더 컸던 것 같다. 인용한다.
“아! 선비란 궁지에 몰린 연후라야 절개와 의기가 보이는 법이다. 지금 사람들은 평상시 한마을에 살면서 서로 좋아 지내고 어울려 먹고 마시고 놀고 시시덕거리며 비굴하게 억지로 웃어가면서 서로 남을 치켜세운다. 또 손을 부여잡고 간도 쓸개도 다 꺼내 보일 듯 굴고, 하늘의 해를 가리키며 울며 맹세하기를 죽어서나 살아서나 서로 배반하지 않겠노라 한다. (중략) 그러나 어느 날 터럭같이 하찮은 이해관계라도 생기면 마치 서로 모르는 사람인 양 반목한다.” 핵심은 다음 대목이다. “함정에 빠져도 손을 뻗쳐 구해주기는커녕 오히려 밀쳐내고 돌까지 던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落陷穽 不一引手救 反擠之 又下石焉者 皆是也]
중국 사람들은 왜 그런지 낙정하석에 함정이라는 뜻인 穽을 쓰지 않고 우물이라는 井자를 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