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광구 행장이 우리은행 매각 성사를 위해 ‘혈혈단신’ 새로운 투자자를 물색한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 행장은 전 세계 투자자들이 모여 있는 영국, 독일 등 유럽에서 투자설명회(IR)를 진행한다. 시기는 다음 달 5일 우리은행 실적발표가 끝난 이후가 될 전망이다.
이 행장은 IR에서 잠재적 투자자들에게 실적 개선으로 이뤄낸 ‘의미 있는 숫자’를 집중적으로 홍보할 계획이다.
우리은행의 지난해 3분기 순이익은 전분기 대비 43% 증가한 3233억원을 기록했다. 3분기 누적 순이익은 8402억원으로 2014년 동기 대비 40.43%(2419억원)나 늘었다. 지난해 4분기 실적까지 더하면 순이익은 1조원이 넘을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우리은행은 조선·해운 등 경기민감 업종의 채권단에서 과감히 철수하며 자산 건전성을 개선했다. 최근 성동조선해양, STX조선해양 채권단에서 빠져나와 지원자금 일부를 회수할 전망이다.
자산 건전성 관련 지표인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2013년 2.99%, 2014년 2.10%에서 2015년 말 기준 1% 중반까지 떨어졌다. 2조원 수준이던 대손비용도 1조원 수준으로 크게 줄었다.
이 행장의 이 같은 행보는 금융위원회 주도로 진행해온 중동 국부펀드와의 과점매각 협상이 사실상 물거품이 된 데 따른 것으로 풀이된다.
앞서 지난해 10월 아랍에미리트(UAE) 국부펀드인 아부다비투자공사(ADIC)와 사우디아라비아 국부펀드가 각각 우리은행 지분 10%, 4%를 인수하겠다는 의사를 금융위원회에 전달했다.
그러나 국제유가(두바이유 기준)가 2003년 이후 처음 배럴당 20달러대 초반까지 주저앉는 등 최근 저유가가 지속되면서 중동펀드의 자금 집행 여력이 사라졌다.
우리은행 매각을 주관하는 공적자금관리위원회의 윤창현 민간위원장은 “(중동 국부펀드에) 상당히 기대를 했었다”면서 “저유가로 인해 그들의 의사와 상관없이 매수할 수 없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적극적인 매수자가 없다”고 덧붙였다.
반면 금융위는 중동 국부펀드에 아직 기대를 걸고 있다. 이명순 구조개선정책관은 “모든 중동 국부펀드와 협상이 깨진 것은 아니다”며 “그동안 접촉해 온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의 국부펀드 중 요구사항이 타당한 경우 여전히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