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 체제’ 속도내는 대신증권 ‘빛과 그늘’

입력 수정 2007-05-21 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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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 중반 증시 활황 배경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

대신생명 파산, 대신팩토링 부도 등으로 위세 ‘위축’

2000년말 부실계열사 지원으로 창업주 해임권고 조치

창업주 손자 평사원 입사 9개월새 계열임원 ‘광속승진’

대신증권이 창업주 양재봉 명예회장에 이은 ‘3세 체제’ 작업을 서두르고 있다. 대신증권 계열사인 대신투신운용은 지난 14일 이어룡(54ㆍ사진 왼쪽) 대신증권 회장의 장남 양홍석(26ㆍ오른쪽)씨를 상무이사(등기임원)로 선임했다.

지난해 7월 대신증권에 평사원으로 입사한 지 9개월만에 계열사 등기임원에 오르는 ‘광속(光速) 승진’이다. 그만큼 경영수업에 속도를 내고 있음을 의미한다.

증권사로서는 흔치 않게 ‘3세 체제’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는 점에서 대신증권이 걸어온 길이 자못 증권가의 흥미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대신증권을 기반으로 성장한 대신그룹은 한 때 증권ㆍ보험ㆍ할부금융 등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의 위용을 갖췄다. 하지만 대신생명의 파산,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부당지원에 따른 금융감독당국의 창업주에 대한 해임권고 조치 등 적지 않은 굴곡을 거쳤다.

◆대신증권 기반 대신생명, 대신팩토링 등 잇단 설립

대신증권 창업주 양재봉(82) 명예회장은 지난 1975년 중보증권(전 삼락증권)을 인수, 대신증권의 기초를 마련했다. 하지만 대형금융사고로 사장 자리에서 물러난 뒤 다시 1981년 경영일선에 복귀해 재기에 나선다.

1980년대 중반 국내 증시는 활황기를 맞는다. 이를 기반으로 대신증권은 회생에 성공하며 금융계열사를 잇따라 설립, 외형을 확장한다.

1984년 대신경제연구소를 시작으로 1986년 대신개발금융, 1987년 대신전산센터(현 대신정보통신), 1988년 대신투자자문(현 대신투신운용)을 설립했다. 또 1989년에는 대신생명보험을 설립해 보험시장에 전격 진출한 데 이어 1995년에는 할부금융 및 리스업체인 대신팩토링을 설립했다.

해외진출에도 적극성을 보이며 1991년 대신인터내셔널유럽을 시작으로 1996년 아메리카, 1998년 홍콩 등 해외현지법인을 차례차례 세웠다. 한마디로 종합금융그룹으로 변모했다.

◆대신생명 2001년 부실금융기관 지정 이어 2003년 파산절차

하지만 현재의 대신그룹은 주요 금융계열사로 대신증권과 대신투신운용, 대신경제연구소 정도만 남아있을 정도로 상대적으로 위세가 위축돼 있다.

주요 금융계열사들이 잇따라 청산 등을 한 결과였다. 해외현지법인 대신인터내셔날유럽과 아메리카는 1998년에 청산됐고, 대신개발금융은 1999년 지분 처분으로 계열사에서 제외됐다. 또 대신팩토링은 2002년 부도가 발생했고, 홍콩 현지법인도 지난해 6월 청산됐다.

특히 대신생명의 부실화는 대신증권에 큰 파장을 불러 일으켰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대신생명은 설립후 1998년까지의 누적적자로 자본금이 잠식되는 등 경영상태가 취약해져 1998년 8월 금융감독위원회로부터 ‘경영개선조치’를 받게 된다.

이어 2000년말에는 지급여력비율이 감독규정에서 정한 기준(100%)에 한참 못미친 -744.9%에 달하게 되면서 2001년 4월 ‘적기시정조치(경영개선명령)’, 이윽고 같은해 7월에는 ‘부실금융기관’으로 지정되기에 이른다. 2001년 3월말 완전자본잠식(자본금 1442억원, 자본총계 -1826억원) 상태였다.

◆계열사 부당지원 대신증권 ‘문책기관경고’, 203억 부담금

대신증권은 2000년 10월 실시된 금감원의 종합검사 결과 대신생명을 비롯해 부실 계열사에 대한 부당자금 지원 등이 드러나 같은 해 12월 ‘문책기관경고’ 조치를 받게 된다.

금감원에 따르면 대신증권은 1998년 10월부터 2000년 10월까지대신생명을 비롯, 대신팩토링, 송촌건설 등 3개사에 대해 회사채 지급보증(500억원), 무보증사모전환사채 인수(767억원), 기업어음 인수(578억원) 및 후순위 대여(700억원) 등의 방법으로 2545억원의 자금을 부당하게 지원했다.

또 지급보증수수료 할인(6억1700만원), 회사채 고가 인수(77억5900만원), 기업어음 고가 인수(6억5500만원) 및 낮은 이자율 적용(9억4800만원) 등의 방법으로 99억7900만원의 부당이익을 제공했다.

이로인해 당시 이사회 의장이었던 양재봉 명예회장은 해임권고 및 해임시까지 업무집행정지 조치를 받았고, 당시 대표이사 사장이었던 김대송(59) 부회장은 3개월간의 업무집행조치를 받았다.

이후 대신생명은 공개매각 대상에 올라 녹십자에 인수됐고, 보험계약 등을 녹십자생명보험에 전부 이전하면서 2003년 12월 파산절차를 밟게 됐다.

대신증권은 대신생명으로 인해 재정적 부담까지 져야 했다. 2004년 3월 장외파생금융상품업, 일임형랩어카운트 등 신규업무의 허가를 받기 위해 대신생명보험의 대주주로서 203억원에 달하는 부실 책임 부담금을 물어야만 했다.

◆2001년 4월 양재봉 명예회장 경영일선 퇴진

금융감독당국으로부터 해임권고 및 업무집행정지 조치를 받은 양 명예회장은 2001년 4월 둘째아들인 고(故) 양회문 회장에게 회장 자리를 물려주고 명예회장으로 경영 일선에서 물러나게 된다.

현재 대신그룹은 대신증권을 비롯해 금융계열사로 대신투신운용ㆍ대신경제연구소, 정보기술(IT) 분야의 대신정보통신ㆍ대신이엔에스ㆍ에스톤리눅스, 오락서비스 부문의 연화스포츠ㆍ대신샹제리제휘트니스클럽 등의 계열사를 두고 있다.

지난해 말 현재 총자산 4조7623억원인 대신증권과 비교하면 다른 계열사들은 상대적으로 소계열사에 해당한다.

대신증권은 대신투신운용과 대신경제연구소의 최대주주로서 각각 100%, 99%의 지분과 대신정보통신 7.45%를 소유하고 있다. 이어 대신경제연구소가 대신샹제리제휘트니스클럽을 100% 자회사로 두고 있다.

시스템통합(SI) 업체인 대신정보통신은 대신증권이 7.45%의 지분을 갖고 있지만 양재봉 명예회장의 막내아들인 양정현(39) 부사장 최대주주(10.79%)로서 사실상 회사를 이끈다. 대신정보통신은 대신이엔에스 47%, 연화스포츠 100%, 애스톤리눅스 16% 등의 출자지분을 갖고 있다.

◆대신증권 최대주주 양홍석 상무 등 지분 6.6% 그쳐

대신그룹의 주력인 대신증권은 지난해 말 현재 자기자본 1조4912억원으로 국내 종합증권사 중 우리투자, 삼성, 대우, 한국투자, 현대증권에 이어 6위권에 머무르고 있다.

2006회계연도(2006년 4월~2007년 3월) 매출과 순이익 규모도 각각 1조315억원, 1019억원으로 우리투자(2조6082억원, 2138억원), 삼성(1조2221억원, 2042억원), 대우(2조7530억원, 4461억원), 한국투자(1조2498억원, 2076억원), 현대(1조8041억원, 1145억원) 등 다른 대형사들에 못미친다.

대신증권은 그룹의 핵심 계열사이면서도 끊임없이 적대적 인수합병(M&A)설에 휩싸이곤 한다. 지배주주 갖고 있는 지분이 상대적으로 매우 취약한 탓이다.

현재 대신증권은 지난 2004년 9월 양회문 회장이 별세하면서 부인인 이어룡 회장이 이끌고 있다. 대신증권 지배주주인 이어룡 회장 및 특수관계인 지분은 현재 6.58%(보통주 기준)가 고작이다.

최대주주인 양홍석 대신투신운용 상무 5.55%를 비롯, 이어룡 회장 0.20%, 이 회장의 장녀 정연(29)씨 0.59%, 노정남(55) 대표이사 0.01%, 대신송촌문화재단 0.23% 등으로 구성돼 있다. 반면 외국인 지분만해도 지난 14일 현재 40.24%에 달한다.

양 상무는 서울 출생으로 서울대 경영학과를 졸업한 뒤 대신증권에 입사, 선릉역지점과 명동지점, 본사 각 부서, 대신경제연구소, 대신투신운용에서 경영수업을 받아왔다. 양정연씨는 올해초 대신증권에 입사해 현재 기획실 과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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