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B산업은행과 크레디트스위스(CS)증권의 관계가 IB 업계에서 주목을 받고 있다. 산업은행이 M&A(인수ㆍ합병) 주관사를 선정할 때 CS증권에 자문을 몰아주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6일 M&A 업계에 따르면 KDB산업은행은 최근 진행한 대우증권, 동부익스프레스, 금호산업, 산은캐피탈, 동부익스프레스 등 초대형 딜의 매각 자문사로 CS증권을 선정했다.
국내에 진출한 외국계 IB는 골드만삭스, 모건스탠리, JP모건, 도이치증권, 씨티증권, 노무라증권, CS증권 등이 있지만 유독 CS증권을 선호하는 경향이 높은 것이다.
산업은행의 M&A 주관사 선정 기준은 ‘정량평가’와 ‘정성평가’ 두 가지로 나뉜다. 정량평가 항목 가운데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것은 자문 수수료다. 수수료는 기본 수수료와 성공수수료로 이루어지는데, 대우증권처럼 매각 성공 확률이 큰 딜은 기본 수수료가 높아도 성공 수수료가 낮으면 산은이 유리해진다. 반대로 동부제철과 같이 매각 가능성이 낮은 경우는 기본 수수료가 더 중요한 평가 기준이 된다.
정성평가의 경우 각 IB의 △ 트랙레코드 △ IB 인적 구성 △ 국내 네트워크 △ 해외 네트워크 △ 도덕성 등 다양한 항목이 있다. 각 항목별로 점수를 합산해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곳이 자문사로 선정된다.
그러나 IB 업계에서는 선정 절차는 형식일 뿐 실제로 산은이 낮은 수수료를 제시하는 CS증권을 선호한다고 입을 모은다.
한 M&A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수수료가 싼 증권사와 일하고, 법률자문 쪽에서는 산은 출신이 있는 로펌과 일한다”며 “성공 수수료만 받는 등 공격적으로 영업을 하는 CS증권을 선호하는 것은 모두가 아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산업은행은 자문사 선정 절차와 기준이 분명하기 때문에 낮은 수수료를 제시했다는 이유만으로 특정 IB를 선택할 수 없다”고 말했다. 다만 산은이 공공기관이기 때문에 자문 수수료를 지출하는데 한계가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감사원은 지난 2011년 국민연금 감사에서 국민연금이 거래증권사 선정 평가결과를 멋대로 변경한 사실을 적발한 바 있다. 이 사건 때문에 국민연금 운용자 상당수가 퇴사하거나 징계를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