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일을 했던 사람으로서 이해가 간다. 실제로 참여정부 당시에도 이 문제로 머리가 아팠다. 기술혁신 등으로 글로벌 분업체계가 빠르게 변하는 상황, 우리의 산업구조도 빠르게 변화되어야 했다. 그러나 자본은 자본대로 대규모 시설투자와 순환출자 등으로 몸이 무거웠고, 노동은 노동대로 쉽게 움직이지 않았다.
자본도 노동도 쉽게 이동시킬 수 없는 상황, 당시 노무현 대통령의 “권력은 시장으로 갔다”는 말도 바로 여기서 나왔다. 정부 힘으로 직접 무엇을 어찌할 수가 없었다는 말이었다.
이러한 환경 속에서 노 대통령이 택한 방법은 크게 두 가지였다. 하나는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등 시장을 더욱 개방하는 일이었다. 소위 ‘메기론’, 미꾸라지 사이에 메기를 넣어 미꾸라지를 강하게 만들 듯, 글로벌 시장의 압력을 통해 자본과 노동의 경직성을 모두 푼다는 전략이었다.
또 하나는 이러한 압력에 버티지 못할 기업과 근로자들을 위한 안전망을 강화하는 일이었다. 비록 완성하지는 못했지만, 실업급여를 높이는 등 사회안전망을 강화하고 평생교육체계를 확대하는 일 등에 상당한 신경을 썼다.
내용과 목적이 다소 다르지만 지금의 정부 역시 그 한 부분, 즉 노동에 대한 고민이 많은 것 같다. 기업이 마음대로 해고도 못 하고, 임금도 마음대로 정하지 못 하는 상황 속에서 노동시장이 왜곡되고 일자리도 늘지 않고 있다고 보는 모양이다.
그래서 택한 것이 양대 지침, 즉 기업의 고용관리에 직접 개입하는 방식이다. 노 대통령이 택했던 간접적인 방식과는 사뭇 다른 방식이다. ‘메기론’이나 이야기하고 환경조성 운운할 정도의 ‘한가한’ 상황이 아니라 생각하는 것이다.
앞서 말한 것처럼 이해가 된다. 정부 일을 하다 보면 자본이든 노동이든 칼로 바로 내리치고 싶은 마음이 하루에 열두 번도 더 든다. 더욱이 지금과 같이 청년실업 문제가 심각하고, 내일 바로 나라 경제가 어려워질 것이 불 보듯 빤할 때는 더욱 그렇다.
그러나 이러한 지침이 얼마나 효과적일까? 또 얼마나 길게 살아남아 있을까? 박근혜 정부를 넘어서까지 말이다. 정말 길게 살아남아 큰 효과까지 거둔다면 “권력이 시장으로 갔다”는 노 대통령의 말은 상당 부분 잘못된 것이 된다. 칼을 뽑아 바로 내리치면 될 일을 공연히 ‘메기’를 불러오는 등 일을 복잡하게 만든 꼴이 되기도 한다.
어느 쪽이 옳을까? 굳이 건다면 노 대통령에 걸겠다. 노조의 반대가 심한 데다 쉽게 바꿀 수 없는 조직문화와 관행 등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이번 지침의 경우 해고와 임금 문제는 사용자 측이 일방적으로 정할 수 없다고 규정한 근로기준법을 위배하고 있다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중요한 것은 역시 더 간접적인 전략, 즉 근로자 스스로 구조조정 노력에 더욱 쉽게 동의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일이다. 유럽 국가가 어쩌고저쩌고 복잡하게 설명할 것 없다.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라. 실업급여 등 단단한 안전망이 있다고 해 보자. 또 더 나아가 새로운 일자리에 맞는 능력을 키울 수 있는 평생교육체계가 잘 다듬어져 있다고 해 보자. 굳이 지금의 자리에 연연하겠는가?
유감스럽게도 우리는 이런 형편이 아니다. 실업급여의 수준은 낮고 평생교육체계는 미약하다. 여기에 노동시장의 분절적 구조, 즉 대기업과 중소기업 간의, 또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의 임금격차가 존재한다. 한 번 해고되면 지금의 상태를 회복할 길이 없다. 특히 고임금의 대기업 노동자에게는 더욱 그러하다. 해고와 임금 문제는 그만큼 더 심각한 문제가 된다.
이 모두를 고치는 것이 정부의 역할이다. 당연히 쉬운 일이 아니다. 필요한 재정을 확보하는 문제에서부터 임금격차를 줄이는 문제에 이르기까지 모든 문제가 어렵다. 그러나 어렵다 하여 쉬운 방식, 즉 기업의 고용관리에 정부가 직접 개입하는 내용의 양대 지침이나 만들어서야 되겠나. 오히려 구조조정이 지속해 일어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고 노력하라. 그게 더 정부가 할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