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발 악재·유가 폭락...새해벽두 글로벌 시장 혼란 원흉은 ‘미국 연준’

입력 2016-01-26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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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벽두부터 글로벌 금융시장을 요동치게 만든 원흉은 미국 중앙은행인 연방준비제도(Fed., 연준)였다?

작년 12월 연준이 9년 반 만에 단행한 금리인상이 글로벌 시장을 혼돈으로 몰아넣었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26일 보도했다. WSJ는 현재 침체 조짐이 보이는 미국 경제, 중국발 혼란과 신흥시장에서의 자본 유출, 저유가 등 연준과는 무관해 보이는 불안 요소들이 모두 연준의 긴축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26일 분석했다.

WSJ는 연준의 정책은 단독으로 작동하는 게 아니라 주가와 채권 수익률, 상품 가격, 환율, 위험 선호 심리 등 다양한 조건을 통해 작동하게 된다고 지적했다. 1970년대 개발도상국 은행 대출, 80년대 상업 부동산 대출, 90년대 하이테크 미디어 통신 기업의 주식·채권 발행, 2000년대 서브 프라임 모기지 부실 채권 등 미국의 경기 순환은 순수 투자와 과잉 유동성이 항상 혼재돼 있다는 것이다.

현재도 이런 패턴을 답습하고는 있지만 한 가지 중요한 차이가 있다고 WSJ는 지적했다. 단기 금리가 제로에 가까운데도 경기가 반응하지 않으면 연준의 금융 정책은 더 강도가 높아지고 결국 내성이 생겨 연준의 영향력은 더 약해진다는 것이다.

이는 중앙은행의 중요성이 상대적으로 낮았던 19세기를 연상시킨다는 지적이다. 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은 “지출 환기 수단에 의존하는 중앙은행은 큰 벽에 부딪힐 것”이라며 “투자자가 자금을 회수하면 단번에 그렇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같은 맥락에서 WSJ는 국제유가 폭락과 미국 리세션 조짐, 중국발 혼란 등 글로벌 시장 불안의 배후에 연준이 있었다는 점을 상기시켰다. WSJ에 따르면 상품 시장의 호황은 미국 셰일오일 혁명과 중국이라는 실질적인 원동력이 있었다. 하지만 여기에 유동성을 공급한 건 중앙은행이다. 은행 예금과 미국 국채보다 높은 수익률을 추구하는 투자자들은 신흥시장과 에너지 관련 기업에 자금을 쏟아 부었다.

원유 등 상품 시장 급락도 궁극적인 원인은 연준이었다. 사우디아라비아가 2014년에 원유 시세 방어 종료 결단을 내렸는데, 그 영향은 2015년 초부터 저리의 대출을 등에 업고 투자 자금의 흐름이 반전되면서 증폭됐다. 이 반전 역시 연준의 금리 정상화 결정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중국의 위안화 평가 절하를 계기로 촉발된 혼란과 자본 유출 역시 연준의 그림자가 드리운다. 위안화 가치는 일정 수준에 고정돼 있던 달러가 연준 통화 정책 정상화에 대한 기대에 상승하면서 덩달아 상승했다. 이에 따라 디플레이션 압력이 증가했고, 중국 당국은 이를 용납할 수 없다고 판단, 행동에 나섰다는 것이다.

WSJ는 0.25%포인트의 금리 인상으로 미국이 리세션에 빠지진 않겠으나 금융 전반에 긴축 사태가 일어날 확률은 높다고 우려했다. JP모건체이스에 따르면 기업 체감 경기와 건설 허가 건수 등 최근 미국 경제지표는 1년 이내에 미국이 리세션에 진입할 확률이 21%임을 시사한다. 이는 예년 평균 수준(18%)을 소폭 상회하는 수준이다. 그러나 주식이나 채권 등 기타 금융 지표에 묶여있는 리세션 진입 확률은 30~40%로 훨씬 높다.

일각에서는 지난 몇 년간 과잉 유동 자금이 실질적 이익이 없어 유동성 공급이 멈춰도 경제적 손실은 없다는 주장도 있다. 하지만 WSJ는 그건 너무 낙관적이라고 꼬집었다. 전 연준 이사인 하버드 대학의 제레미 스타인 교수 등의 연구에 따르면 채권 시장의 심리(회사채와 미국채 수익률 차이에 반영)가 비정상적으로 낙관적인 경우 반전되는 것이 일반적이기 때문에 2~3년 후에는 성장이 둔화하고 실업률이 상승한다.

그러나 WSJ는 연준의 적극적인 완화 정책이 실패로 끝난 건 아니라고 평가했다. 실업률이 5%까지 내려간 건 큰 성과인 만큼 위험을 감수할 가치는 충분하다는 것이다. 다만 현재 연준을 딜레마에 빠뜨리는 건 미국 경제를 완전고용 상태로 유지하는 중립적 금리(자연이자율)가 매우 낮은 경우 성장을 지원하기 위해 행동에 나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문제는 그렇게 하면 반드시 과잉 유동성에 방아쇠를 당기게 된다는 점이다. BCA리서치의 피터 베레진은 “자연이자율은 장기적인 안정성과 일치하지 않기 때문에 이미 중립은 아니다”며 “즉, 자연이자율 등 어디에도 없을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중앙은행이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고 말했다.

연준은 26, 27 양일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를 개최한다. 작년 12월에 금리 인상을 시작한 연준은 이번 회의에서 현행 정책을 유지하고 추가 금리 인상을 시사할 것으로 전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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