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페인트 주가가 조작됐다는 사실도, 보유하고 있던 주식이 매도됐다는 사실도 전혀 몰랐다"
시세조종 세력과 공모해 자사 주식 1900만주를 처분하고 218억여원의 부당이익을 취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현대페인트 이안(44) 전 대표가 재판에서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조의연 부장판사) 27일 자본시장과금융투자업에관한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구속 기소된 이 전 대표 등 11명에 대한 공판 기일을 열었다. 관련 사건이 모두 병합된 뒤 열리는 사실상 첫 기일이었다.
먼저 모두발언에 나선 이 전 대표 측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 내용을 모두 부인했다. 검찰에 따르면 이 전 대표에게는 △시세조종 △보고 의무 위반 △사기적 부정거래 등 크게 3가지 혐의를 받고 있다.
변호인은 "시세조종이 현대페인트 공동인수자인 김모(43)씨에 의해 모두 이뤄졌다"면서 "이 전 대표는 현대페인트 주식이 매도되는지조차 모르고 있었다"고 설명했다.
또 변호인은 "검찰의 공소장에 명시된 이 전 대표의 사기적 부정거래 행위가 기본적으로 시세조종 혐의를 전제로 하고 있는 건지, 아닌지를 모르겠다"며 이 부분에 대한 법리적 검토가 필요함을 지적했다.
이날 공판에는 방송에 출연해 현대페인트 주식을 추천하는 등 시세조종을 도운 혐의로 기소된 모 증권방송 진행자 예모씨와 수천만원의 금품과 향응을 받고 고객계좌를 이용해 현대페인트 주가를 띄워준 혐의를 받고 있는 모 증권사 직원들도 함께 피고인석에 앉았다.
예씨는 "공소장에 명시된 행위 자체는 인정하지만, 당시 회사 성장을 위해 도와달라는 취지의 부탁을 받았고 나 역시 현대페인트 주가가 장기적으로 올라갈 것으로 기대했다"며 "이들이 시세조종을 통해 부당이득을 취득하려고 했는지 몰랐다"고 주장했다.
모 증권사 부지점장 김모씨는 "수재 혐의는 인정한다"면서도 시세조종에 관여했다는 혐의는 부인했고, 나머지 부하 직원들 역시 혐의를 부인했다.
이들에 대한 다음 기일은 2월 26일에 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