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행장은 이날 이투데이와 인터뷰에서 “채권단에서 빠지면 대손충당금을 갑자기 많이 쌓아야 한다”며 이같이 말했다.
조선·해운산업 등 경기 민감업종 기업 여신에 이 행장의 속내는 복잡하다. 이 행장은 “계속 지원을 할 만큼 장래성이 있다고 보는 것은 아니다”라며 “채권단에서 빠져 대규모 충당금을 쌓게 되면 주주인 농민이 직격탄이 맞게 되므로 쉽게 빠져나올 수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농협 조직을 금융의 논리만으로 설명할 수 없다는 게 이 행장의 생각이다. 농협은행의 수익 대부분은 100% 지주인 농협금융지주를 거쳐 농협중앙회로 배당한다. 농협중앙회는 1200여개의 지역 농협조합에서 출자했다.
이 행장은 “매 분기 수익을 배당해 주지 않으면 굉장히 어려운 지역 농협 점포가 많다”며 “충당금을 많이 쌓아 배당이 줄어들면 이러한 점포들은 곧바로 적자로 전환돼 경영이 힘들어진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이 행장은 “농협이 다른 은행만큼 많은 충당금을 못 쌓는 이유”라며 “현재 상황으로 본다면 못 빠져나온다고 하는 게 맞다”고 덧붙였다.
이는 부실 규모가 확산하는 조선·해운 기업 여신 규모를 축소하기 위한 연착륙을 강조한 말이다.
농협은행의 기업 여신 상황은 이 행장의 고민과도 연결된다.
이 행장은 “은행원으로서 전문성 있는 직원이 부족하다는 점이 가장 고민이었다”며 “농협중앙회에서 분리하며 외형적 하드웨어는 갖췄지만, 농협적인 사고에서 시장 지향적인 사고로 전환해야 하는 숙제가 남아 있다”고 말했다.
이 행장은 이어 “전문가 양성을 위해 단체교육이나 온라인 교육보다는 현장에서의 직무교육(OJT)을 우선시하는 문화를 만들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여신에 대한 전문성 향상에 전폭적인 지원을 할 계획이다. 현재 농협은행은 점포마다 대출상담 전문 직원이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이 행장은 “전 행장들이 발판을 잘 마련해왔다면 이제부터 농협이 중흥기로 도약하는 단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