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 CEO 원톱? 투톱? ..일부 마찰

입력 2016-01-28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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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해상 미래에셋 메리츠화재 등 공동경영

다른 금융업권과는 달리 보험업권에서만 볼 수 있는 것이 있다. 바로 집단 경영 체제다. 은행과 증권사는 한 명의 최고경영자(CEO)가 임기 동안 자신의 의지대로 회사를 이끌어 간다. 하지만 보험업권은 다른 모습이다.

현대해상 등 보험사는 공동 대표 체제를 유지하고 있고 일부의 경우는 필요시 공동 대표로 전환하기도 한다. 메리츠화재는 대표이사는 한 명이지만 사장직을 나눠 집단으로 경영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보험업권 특성상 경영관리, 자산운용, 보험영업 등 분야가 방대하기 때문에 단독 대표의 경우 전문성에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하지만 공동대표 간 의견차가 발생하면서 분업과 협업의 균형이 무너지고 견제 역할에 치중하면서 갈등이 빚어질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2000년 초부터 공동 대표 바람 = 보험사들이 공동 대표제를 시작한 것은 2000년대 초반부터다. 경제가 급속도로 성장하면서 보험업권의 환경도 변화의 바람이 불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대한화재(현 롯데손해보험)와 LG화재(현 KB손해보험), 제일화재(현 한화손해보험) 등은 지난 2000년대 초 공동 대표 체제의 포문을 열었다. 대한화재는 당시 경영대표이사와 영업대표이사 체제로 양분했다. 경영대표이사에는 이준호 사장을, 영업대표이사에는 손영호 사장을 각각 선임했다.

LG화재는 당시 구자준 사장과 함께 이기영 LG화재 부사장이 대표이사로 승진하면서 복수 대표 체제를 시작했다. 제일화재도 김태언 대표이사와 함께 김형철 대표이사가 선임되면서 영업과 경영부문을 나눠 맡았다. 이후에도 제일화재는 한화손보 인수 전까지 2~3명의 대표 체제를 꾸준히 유지했다.

현대해상은 2007년 공동 대표 체제로 전환했다. 당시 하종선 대표이사 사장이 론스타 사태로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이철영 대표와 서태창 대표 공동 체제가 공식 출범했다. 이후 현대해상은 2010년 이철영 대표가 자회사 이사회 의장으로 물러나면서 서태창 단독 대표제로 운영됐지만 2013년부터 또다시 이철영, 박찬종 공동 대표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

미래에셋생명은 지난 2011년 공동 대표 체제를 처음 도입했다. 기존 윤진홍 대표 체제에서 이상걸, 하만덕 사장을 선임하면서 공동대표제로 전환한 것이다. 이후 미래에셋생명은 최현만 수석 부회장이 증권에서 이동하면서 3명의 대표 체제가 가동되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 초 이상걸 대표가 사임하면서 최현만, 하만덕 공동 대표 체제로 다시 전환됐다. 다만, 최현만 수석 부회장이 미래에셋증권과 KBD대우증권 합병 후 첫 대표직에 오를 가능성도 커 다시 단독 대표로 전환될지 여부도 관심사다.

◇갑작스런 집단 체제 전환 = 생보업계 2위인 한화생명은 2014년 9월 김연배 부회장이 등장하면서 차남규 사장과 공동 대표 체제를 시작했다. ‘구조조정의 달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던 김 부회장은 취임 이후 한화생명의 인력 18%를 감축했으며 본사 조직을 기존 12본부 50팀에서 7본부 41팀으로 개편하기도 했다.

이후 김 부회장은 취임한 지 1년 만에 사의를 표명하면서 한화생명은 차남규 사장 단독 대표 체제로 재전환됐다. 중견 손보사인 메리츠화재는 갑작스럽게 집단 경영 체제로 전환됐다. 메리츠화재는 지난 2011년 메리츠금융지주로 인적분할되면서 초대 사장으로 송진규 사장이 이끌어 왔다. 선임 당시 업계 최연소 사장으로 화제를 모으기도 했던 송 전 사장은 약 3년간 메리츠화재를 한 단계 성장시켰다는 것이 보험업계의 평가다.

하지만, 송 전 사장은 임기 만료를 앞두고 남재호 사장과 공동 대표 체제 제의를 받은 후 자진해서 사퇴했다. 이후 메리츠화재는 남재호 전 사장이 취임하면서 단독 대표 체제를 이어 나갔다.

메리츠화재의 단독 대표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남 전 사장은 취임한 지 불과 9개월이 지나지 않은 상태에서 ‘일신상의 사유’로 돌연 사임했다. 또한, 당시 메리츠화재 임원 15명은 해임 통보를 받았다. 취임 1년도 안 된 사장이 물러나고, 임원 절반이 해임된 표면적 이유는 실적부진이다.

메리츠화재는 남 전 사장의 후임으로 김용범 메리츠금융지주·종금증권 사장을 내정했고, 강영구 전 보험개발원 원장을 사장으로 영입했다. 금융감독원 출신인 강영구 사장이 윤리지원실장(사장급)으로 영입되면서 금피아의 ‘낙하산 인사’라는 잡음도 많았지만 메리츠화재는 ‘김용범-강영구’ 투톱 체제를 갖췄다.

◇득과 실 의견 엇갈려 = 현재 집단 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는 보험사는 현대해상, 미래에셋생명, 메리츠화재다. 보험사들이 집단 경영 체제를 이어가는 이유는 업권 특성상 단독 경영 체제로는 리스크가 크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보험의 경우 전문 지식이 갖춰져 있어야 하며 영업과 자산운용, 경영관리 등 신경 써야 할 분야가 많다. 부문별로 임원이 포진하고 있긴 하지만 결국 최종 결정은 대표 혼자서 하게 되는 만큼 리스크도 늘어나기 마련이다.

실제로 현대해상의 경우 이철영 사장은 30년간 보험업계에 몸담으면서 전문적인 지식이 뛰어나다. 박찬종 부사장은 내부적 경영 등에 신경 쓰면서 현대해상을 위기에서도 도약시켰다는 평가다.

미래에셋생명의 경우 최현만 수석 부회장이 대외적인 활동에 주력하고 하만덕 사장이 보험영업에 치중하는 모습이다.

하지만 집단 경영 체제에 대해 반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의사결정이 다원화되면서 혼선이 발생할 수도 있어 신속한 의사결정을 내릴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또한 내부적으로 직원들이 분열을 일으킬 가능성도 높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메리츠화재의 경우 ‘투톱’ 시스템에 의아해하는 의견이 많았다.

A보험사 관계자는 “집단 경영 체제로 의사결정이 다원화되면서 혼선이 발생하고 신속한 의사결정이 지연될 가능성도 높다”며 “소위 ‘라인’이라는 것이 만들어져 직원끼리 당파싸움을 하는 등 정치적 문제로까지 번지지 않을까 우려된다”고 귀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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