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터키즈 김 기자] 현대차 아슬란…"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

입력 2016-01-29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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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은 현대자동차를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현대차는 이 땅에 처음으로 조립 생산이 아닌, 고유 모델이라는 자존심을 지켜준 회사입니다. 반면, 품질 문제나 서비스에서 다소 아쉬울 때도 많았습니다. 적어도 저에게는 말이죠.

그러나 2000년대 들어 수입차 메이커들이 내수 시장을 야금야금 침범해오자, 확실히 달라지고 있습니다. 분명 이전보다는 소비자를 상대로한 불만처리가 빨라졌고 또 명민합니다. 넘어야 될 산이 아직 많다는 것이 문제이긴 하지만요.

▲기아차 쏘울은 '디지털 디자인'의 전형적인 개발 추이를 보여줍니다. 1세대(왼쪽)와 2세대(오른쪽)는 언뜻 닮아보이지만 전혀 다른 디자인을 지녔습니다. 1세대 틀에서 변형 가능한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마음껏 디자인을 바꾼 사례입니다. 개발비용과 개발기간을 크게 줄이면서 전혀 다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사진제공=기아차)
▲기아차 쏘울은 '디지털 디자인'의 전형적인 개발 추이를 보여줍니다. 1세대(왼쪽)와 2세대(오른쪽)는 언뜻 닮아보이지만 전혀 다른 디자인을 지녔습니다. 1세대 틀에서 변형 가능한 범위를 정하고, 그 범위 안에서 마음껏 디자인을 바꾼 사례입니다. 개발비용과 개발기간을 크게 줄이면서 전혀 다른 자동차를 만들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사진제공=기아차)

◇세계 최고수준의 역(逆)설계 기술= 글로벌 5위 수준에 올라선 현대기아차를 바라보는 외국의 시선은 어떨까요?

먼저 일본차의 꼼꼼한 감성 품질을 고스란히 닮았고, 조립기술 역시 글로벌 수준에 모자람이 없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그뿐인가요. 먼저 개발해 내놓는 아이디어는 없어도, 패스트 팔로워라는 말처럼 추격하는 기술은 세계 일류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이같은 성장의 배경에는 신차를 연구하고 개발하는 연구원의 의지가 존재합니다. ‘안되면 되게 하라’ 방식의 전투 의식도 뚜렷합니다.

현대차가 기아차를 합병하기 이전, 독자 기술이 없던 우리에게 선진 기술은 절실했습니다. 당시 현대차는 일본 미쓰비시와 손잡고 다양한 기술을 들여오던 시절이었지요. 그러나 자본력이 부족한 기아산업은 그럴 여유가 없었습니다. 결국 기아산업은 신차 기술을 도입하는 대신 신차를 들여와 설계도를 만들었습니다.

차 하나를 점진적으로 분해하면서 설계도를 만드는 것인데요. 부품을 분해하면서 하나하나 설계도를 만드는 것이지요. 이른바 역(逆)설계 기술입니다. 기아산업의 역설계 기술은 세계적인 수준이었지요. 기아산업의 역설계 기술이 정점에 이르렀던 시절이 '세피아'와 '크레도스'가 나오던 시절이었습니다.

▲1990년대, 하나의 자동차를 바탕으로 윗급 파생 모델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 대부분 판매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친구들입니다. 사진 위부터 그랜저(왼쪽)를 베이스로 내놓은 다이너스티, 쏘나타2를 베이스로 개발한 마르샤, 옵티마를 기본으로 내놓은 리갈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기아차)
▲1990년대, 하나의 자동차를 바탕으로 윗급 파생 모델을 내놓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들 대부분 판매에서 재미를 보지 못한 친구들입니다. 사진 위부터 그랜저(왼쪽)를 베이스로 내놓은 다이너스티, 쏘나타2를 베이스로 개발한 마르샤, 옵티마를 기본으로 내놓은 리갈의 모습. (사진제공=현대차, 기아차)

◇다양한 파생모델 선보인 1990년대 한국차= 목적은 라인업을 확대하기 위해서였습니다. 전 세계적으로 작은 경차부터 V8 대형세단까지 모두 하나의 브랜드로 출시하는 자동차 회사는 현대차가 유일합니다. GM과 포드, 크라이슬러에는 몸집이 작은 경차가 없습니다. 독일 벤츠와 BMW, 아우디 역시 고급차를 치중하고 있지요.

대중차 브랜드인 일본 혼다 역시 작은 경차 라인업이 탄탄하지만 가장 고급차는 V6까지입니다. 일본 토요타가 경차부터 고급 대형차까지 라인업을 갖추고 있지만 V8 모델은 내수에만 판매하고 있습니다. 글로벌 시장에 선보이는 제품은 V6까지입니다. 그 수준을 넘어서는 프리미엄 자동차는 렉서스를 만들어 판매하고 있지요.

현대차 역시 이 부분에서 고민을 거듭했고 결국 '제네시스' 브랜드를 출범했습니다. 이제 V8 엔진 이상의 고급차는 제네시스가 도맡고 그 아랫급은 현대차 브랜드로 출시한다는 계획입니다.

1980년대 우리 자동차 회사들은 요즘처럼 새 모델을 뚝딱 만들어내지 못했습니다. 그럴 기술도 없었지만 그럴 시간과 돈도 없었던 시절이었지요. 이를 극복하기 위해 꺼낸 카드가 이른 바 '파생 모델'입니다. 가지치기 모델로 불리는 이들은 하나의 자동차를 다양한 형태로 개발하는 것이지요.

작은 소형 세단을 내놓고 이를 바탕으로 해치백과 왜건 형태로 바꾸는 것이지요. 적은 예산을 가지고 또 하나의 자동차를 개발할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합니다. 이른바 ‘하우스 델리버티’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이렇듯 파생모델이 선보이는 과정에 이런 가지치기 모델을 윗급 또는 아랫급으로 변형시키기도 합니다. 1980년대 초, 공업발전법에 따라 대우자동차는 고급 중형차 개발과 생산에 집중했는데요. 당시 고급 중형차를 상징했던 '로얄' 시리즈는 후륜구동 플랫폼 하나에 2종류 엔진을 가지고 3가지 모델, 5가지 라인업을 갖추기도 했습니다.

▲1990년대 중반, 대우차는 단종 직전의 르망(왼쪽)을 바탕으로 준중형급 씨에로를 선보였습니다. 차 길이를 늘이고 편의장비를 추가했지만 경쟁상대로 꼽은 현대차 엘란트라와 경쟁에서 참패했습니다. 반면 동유럽 수출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1990년대 중반, 대우차는 단종 직전의 르망(왼쪽)을 바탕으로 준중형급 씨에로를 선보였습니다. 차 길이를 늘이고 편의장비를 추가했지만 경쟁상대로 꼽은 현대차 엘란트라와 경쟁에서 참패했습니다. 반면 동유럽 수출시장에서는 큰 인기를 모았습니다. (사진제공=뉴스프레스)

◇공격적인 신차 싸움…“하나라도 더 만들어라”= 공업발전법이 해제된 1990년대부터는 본격적인 신차 싸움이 시작됩니다. 이때부터 제한적인 모델을 가지고 파생 차종이 봇물을 터트리기 시작한 것이지요. 단 한 차종이라도 더 만들어야 판매가 늘어나던 시절이었으니까요.

모델 교환주기를 감안했을 때 새 모델이 필요한 시점이지만, 이에 앞서 편의장비와 기타 옵션을 넉넉하게 채우고 윗급 모델로 출시하는 경우입니다.

때에 따라 새로운 차종으로 보이지만 엄연히 파생 모델입니다. 1994년 등장한 대우차의 '씨에로'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소형차 '르망'을 바탕으로 편의장비를 넉넉하게 담았던 모델이지요. 르망의 파워트레인을 고스란히 이어받았고 실내 역시 다르지 않았습니다. 다만 앞뒤 디자인을 화끈하게 바꿔 르망과 차별화에 나섰습니다.

현대차가 '엘란트라'를 앞세워 준중형차 시장을 선점한 가운데 대우차는 씨에로를 전략 차종으로 앞세웠지만, 결과적으로 제품 포지셔닝 실패의 대표적인 사례로 손꼽힙니다. 결국 값싸게 준중형차 시장에 뛰어들겠다는 전략은 실패했고, 중형차로 선보인 '에스페로'가 다운사이징하면서 엘란트라와 경쟁하게 됐지요.

기아차 역시 마찬가지였습니다. '옵티마'의 헤드램프를 바꿔 '리갈'이라는 고급차를 내놨지만 실패의 쓴 맛을 봤지요. 현대차 역시 '쏘나타'와 '그랜저' 사이에 '마르샤'를 선보였지만 일부 마니아를 제외하면 외면 받았습니다.

이후 현대차는 2세대 그랜저(코드네임 LX)를 기반으로 헤드램프 등의 디자인을 바꾼 '다이너스티'를 내놓았습니다. 물론 다이너스티의 경우 많이 팔아 현대차를 배불려줄 모델은 아니었지만, 다이너스티는 '에쿠스'가 등장하기 전까지 나름 임무를 충실하게 달성했습니다.

▲윗급 파생모델이 언제나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텔라(사진 위)에 크롬장식을 덧댄 쏘나타(당시에는 소나타)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형차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미약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제공=현대차)
▲윗급 파생모델이 언제나 실패하는 것은 아닙니다. 스텔라(사진 위)에 크롬장식을 덧댄 쏘나타(당시에는 소나타)는 이제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형차의 대명사가 됐습니다. 시작은 미약했지만 그 끝은 미약하지 않았습니다. (사진제공=현대차)

◇끝나지 않은 아슬란의 승부…토요타 아발론의 역할= 이처럼 하나의 차종을 바탕으로 개발한 파생상품은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성능과 내구성을 인정받았지만 가격대와 엔진 라인업에서 뚜렷한 구매욕을 자극하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여기에 탄탄하게 다져진 기존 라인업 사이에서 새로운 시장을 이끌어내야 한다는 무거운 숙명도 지녔습니다. 때문에 이들은 판매면에서 성공을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예외는 있습니다. 1980년대, '스텔라'의 고급형이라는 모토 아래 배기량을 키우고 차 값도 크게 비싸졌던 자동차가 있었습니다. 판매량 역시 기대에 미치지 못했죠. 그러나 시작이 미약했을 뿐, 그 끝은 정말 창대했습니다. 바로 이 차가 대한민국 중형차를 대표하는 쏘나타(당시에는 소나타)입니다.

최근 현대차가 선보인 '아슬란(ASLAN)' 역시 이같은 맥락에 고스란히 포개집니다. 아슬란은 지금 당장 판매의 성패를 단정지을 수 없습니다. 훗날 제네시스 브랜드와 성공적인 분리가 이뤄지면, 그리고 윗급으로 제네시스를 논하기 어려운 시절이된다면 아슬란은 단연 현대차 라인업 가운데 최고봉이 됩니다.

렉서스를 떨궈낸 토요타에게 아발론이 존재하듯, 현대차에게 아슬란이 필요한 셈이지요. 아직 승부는 끝난게 아니라는 의미입니다. "아슬란, 끝날 때까지 끝난 것은 아닙니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파고든 아슬란(사진 위)에 대한 평가는 지금부터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본격화되는 날, 아슬란은 현대차의 최고봉에 자리잡게 됩니다. 렉서스를 떨궈낸 토요타의 아발론(사진 아래)이 좋은 사례입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프레스)
▲그랜저와 제네시스 사이에 파고든 아슬란(사진 위)에 대한 평가는 지금부터입니다. 제네시스 브랜드가 본격화되는 날, 아슬란은 현대차의 최고봉에 자리잡게 됩니다. 렉서스를 떨궈낸 토요타의 아발론(사진 아래)이 좋은 사례입니다. (사진제공=현대차, 뉴스프레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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