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은행 마이너스 금리 도입, 세계 통화 약세 경쟁 부채질

입력 2016-01-31 19:25 수정 2016-01-31 19: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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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블룸버그
▲구로다 하루히코 일본은행 총재. 블룸버그

일본은행(BoJ)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이 세계적인 통화 약세 경쟁을 부채질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독일 대형 보험사 알리안츠의 수석 경제 고문인 무하마드 엘 에라이언은 29일 한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은 많은 국가가 성장 지원을 위해 통화 약세를 바라고 있음을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는 “세계적인 영향을 고려하지 않고 자국의 목표 달성에 매진하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며 환율 문제를 지목했다. 미국을 제외한 대부분의 국가는 자국 통화 약세를 바라고 있는데, 일본도 마찬가지라는 것이다.

일본은행은 지난 29일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결정했다. 일본은행은 금융기관이 보유하고 있는 일본은행의 당좌 예금에 0.1%의 마이너스 금리를 적용하는 걸 5대 4 찬성 다수로 결정했다. 구로다 하루히코 총재가 정책 위원 사이에 찬반이 팽팽한 가운데 추가 완화를 강행한 건 1년 3개월 만의 일이다.

구로다 총재가 이같은 결단을 내린 건 금리 전반을 낮추겠다는 의도가 깔려있다. 이것이 먹혀들면 일본 물가 상승률은 일본 은행이 목표로 하는 2%에 근접할 수 있다는 판단이 선 것이다.

시장을 더 놀라게 한 건 이번 마이너스 금리 도입을 설명하는 데에 다소 난해한 설명이 첨부된 것이었다. 제목은 ‘마이너스 금리’였으나 자세히 보면 “소폭의 플러스 금리, 제로 금리, 마이너스 금리로 구성된 ‘3단계 계층 구조’”라는 복잡한 내용이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일본 경제롤 오랫동안 괴롭혀온 디플레이션 탈출을 위한 일본은행의 역사적인 노력에 대한 한계점을 부각시킨다고 지적했다. 그동안의 양적·질적 이차원 완화에도 불구하고 한층 더 강도높은 카드를 내놨단 건 그만큼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걸 의미하는 것으로 앞으로 더 과감한 조치를 내놓겠단 의미도 담겨 있다.

일단 시장은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결정에 환호했다. 29일 일본을 비롯해 미국과 유럽의 증시가 큰 폭으로 상승했다. 미국 증시의 다우지수는 전날보다 396달러(2.5%) 오르며 5개월 만에 가장 큰 상승폭을 기록했다. 영국과 프랑스의 주가 지수도 2% 이상 상승했다.

하지만 미국의 경제 성장마저 둔화한 것으로 나타난 가운데, 미국을 제외한 경제대국들이 자국 경제를 부양하기 위해 지금까지 유례없던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양적완화를 확대하면서 새로운 환율전쟁의 신호탄이 쏘아올려진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앞서 유럽중앙은행(ECB)은 2014년 6월에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하고 두 번에 걸쳐 금리를 -0.3%까지 낮췄다.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 이외에도 스위스, 덴마크, 스웨덴이 마이너스 금리를 도입했고, 캐나다와 대만도 마이너스 금리를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매우 신중하게 가속 페달을 밟으려고 하는 가운데 유럽중앙은행(ECB), 일본은행, 중국 인민은행은 더 세게 (경기) 자극 가속 페달을 밟으려 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대해 엘 에라이언은 “각국 중앙은행의 정책 방향이 다르고 세계적인 정책 조정 움직임도 없는 새로운 현실의 도래”라고 표현했다. 각국은 시스템이 지원 가능한 완만한 성장을 창출하는 정책을 모색하는 것이 아니라 약간의 성장을 목표로 하는데에 머무르고 있다고 것이다.

그는 “이것은 큰 비극이다. 더 높은 성장을 할 수 있는데, 그 기세가 억제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어 그는 “일본은행의 마이너스 금리 도입 등으로 인해 엔화는 달러 대비 급락했다”며 “달러가 5~10% 더 상승하면, 연준은 우려를 품기 시작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세계 경제 성장의 둔화와 시장 혼란 여파로 연내 미국 금리 인상은 2회가 기본 시나리오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경제 및 금융 시장 상황이 악화되면 1회나 제로가 될 가능성도 있다고 예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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