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과 앞둔 원샷법, 현대차 정의선 승계 묘수 될까

입력 2016-02-01 14:10 수정 2016-02-01 14: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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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정의선 현대차 부회장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통과되면 현대자동차그룹의 후계 승계가 예상외로 쉽게 풀릴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대차 승계와 관련해 현대차가 가지고 있는 고민은 ‘현대모비스→현대차→기아차→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와 이들 핵심 계열사에 대한 정의선 부회장의 낮은 지배력이다. 지배구조의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이들 계열사에 대한 정 부회장의 지분은 현대차 1.44%, 기아차 1.74%에 불과하다. 결국 점점 까다로워지는 순환출자 규제를 피하면서 적통 후계자인 정 부회장이 이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를 안고 있다.

시장에서는 정 부회장이 다른 계열사가 보유하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을 사들이는 방법, 정 부회장의 지분율(23.29%)이 높은 현대글로비스와 현대모비스의 합병, 정 부회장이 현대차 지분 확보 이후 현대모비스에 현물출자하는 방법 등이 거론된다. 궁극적으로는 순환출자의 핵인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키우는 방법이다.

하지만 이를 위해서는 5조원이 넘는 천문학적인 승계자금이 필요할 뿐 아니라 작년 말 공정거래위원회가 계열사간 인수합병 과정에서 생긴 순환출자 연결고리 강화에 대해 엄격한 잣대를 적용하면서 순탄치 않은 작업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현대글로비스 활용법 = 원샷법에 포함된 삼각분할, 삼각주식교환을 활용하면 정 부회장이 현대차나 현대모비스 지분을 보다 수월하게 확보할 수 있는 길이 열린다. 경영권 승계나 특수관계인의 지배구조 강화로 판단될 경우 원샷법의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하지 않겠다는 게 정부의 입장이다. 다만 원샷법에 포함된 삼각분할, 삼각주식교환 등의 조항이 이미 작년 12월에 공포된 상법개정안에 포함돼 있다는 점에서 현대차를 포함한 LG, 한화 등의 후계 승계 작업이 탄력을 얻을 것으로 보인다.

오는 3월 시행을 앞두고 있는 상법개정안 제 530조의 삼각분할과 삼각주식교환(역삼각합병)을 활용할 경우 오너 일가가 지분을 다량 보유하고 있는 회사(현대글로비스)와 그룹 내 핵심 계열사(현대차, 현대모비스)의 자회사를 합병하는 과정에서 오너가 필요한 핵심계열사(현대차,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분을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이 역삼각합병을 활용해 현대모비스와 현대글로비스를 합병하는 경우를 생각해보자. 역삼각합병은 모회사가 자회사를 통해 인수합병에 나설 때 피인수기업이 존속회사가 된다.

현대모비스는 물적 분할을 통해 특정 사업부를 100% 자회사로 만들어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을 23.29% 보유하고 있는 현대글로비스와 합병할 수 있다. 이때 중요한 점은 현대글로비스의 주요 주주인 정 부회장이 현대모비스의 자회사 주식이 아니라 현대모비스 지분을 받게 된다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현대글로비스의 지분가액 만큼 현대모비스의 지분을 받게 되며 현대글로비스는 현대모비스의 100% 자회사로 남는다.

현대모비스와의 합병이 아니기 때문에 현대모비스의 주주총회는 열리지 않으며 현대글로비스 주주입장에서는 합병자회사가 아닌 그룹 지배구조 정점에 있는 현대모비스(모회사) 지분을 받을 수 있다는 점에서 반발도 적을 것으로 분석된다.

비슷한 경우로 글로비스가 현대차의 자회사와 합병하게 되는 경우도 생각해볼 수 있다. 정 부회장이 현대차 자회사와 현대글로비스의 합병으로 확보한 현대차 지분을 현대글로비스에 현물출자해 현대모비스에 대한 지배력을 높일 수도 있다. 실제 작년 초까지 현대차 지분구조에서 존재감이 미미했던 정 부회장은 작년 현대중공업, 현대삼호중공업 등 범현대가가 쥐고 있던 현대차의 지분을 사들이면서 지분율을 끌어올렸다.

◇비상자 계열사의 활용법 = 역삼각합병을 활용한다면 정 부회장의 지분을 들고 있는 비상장 계열사 지분도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 중추적인 역할을 하는 계열사의 지분을 확보하는 데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다. 가장 유력시 되는 것이 현대엔지니어링과 현대오토에버 등으로 이 때에도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등에서 물적 분할된 자회사와 비상장 계열사를 합병하면서 그 지분가액 만큼 현대차, 현대모비스 등의 지분을 반대급부로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룹사의 시스템 개발, 공급, 관리 역할을 담당하고 있는 업체인 현대오토에버는 작년 정몽구 현대차 회장이 보유 중이던 지분을 모두 처분하면서 정의선 부회장이 개인으로는 최대주주(19.46%)로 남았다. 이에 따라 비상장사 일감규제 상한인 20%를 밑돌면서 공정위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에서 탈피했고 향후 그룹사 일감으로 인한 가치 상승의 여지가 커졌다. 현대오토에버의 지분가치가 커지면 커질수록 합병을 통해 정 부회장이 얻을 수 있는 핵심 계열사 지분가치가 늘어나는 구조에서 이런 비상장 계열사가 승계 작업에 적극 활용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엔지니어링의 경우에도 정 부회장이 지분 11.72% 들고 있는데 현대엔지니어링은 지난해 현대엠코와 합병하면서 내부일감으로 인한 가치 상승을 꾀할 수 있는 비상장사다.

업계 관계자는 “승계라는 것이 지난 몇 년에 걸친 화두였고 현대글로비스를 어떻게든 이용한다는 사전 준비 작업이 어느 정도 돼 있는 상태에서 삼각분할과 역삼각합병이 수단을 만들어주는 상황”이라며 ”이제는 회사가 이것을 이용해 승계를 하겠다는 의사결정과 액션 플랜에 돌입하는 단계“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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