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협 황영기號 1년] “일임형 ISA는 증권사만 팔아요” 투자자 유치 공동전선

입력 2016-02-02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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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탁형과 달리 상품·내용 홍보 가능해… 투자자 접근성 좋고 수수료 수익 기대

오는 3월부터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 판매를 앞두고 금융투자 업계와 은행 업계의 힘겨루기가 치열하다. 특히 일임형 ISA가 허가되면서 더 유리한 고지를 점하게 된 금투업계의 각오가 남다르다.

◇일임형 ISA는 증권사에서만 팔아… 은행 누를 ‘기회’ = ISA는 가입자가 예·적금, 펀드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선택해 포트폴리오를 구성하고 통합 관리할 수 있는 계좌다. 2014년 9월 정부는 특정 계층 위주로 제공된 재산형성 세제지원 혜택 범위를 넓히고 지난해 말 일몰을 맞은 소장펀드와 재형저축을 대신해 ISA를 도입했다.

초안에서는 가입자가 직접 ISA에 포함될 상품을 지정해야 하는 신탁형만 허용됐다. 그러나 ISA 세제 혜택을 담은 조세특례제한법 개정안이 국회에서 논의되면서 일임형까지 상품 범위가 확대됐다. 은행은 신탁형 ISA만 출시할 수 있지만 증권사는 신탁형과 일임형을 모두 내놓을 수 있어 금융투자업계의 표정이 밝은 상황이다.

일임형 ISA는 신탁형과 달리 가입자가 일임한 증권사가 알아서 편입 상품을 고르고 비중을 관리하기 때문에 편리하다. 반면 신탁형은 판매사 직원이 개별 편입 상품에 대해 일일이 설명하고 상품 변경시 투자자에게 확인을 받아야 한다. 신탁형보다 수수료가 비싸 증권업계에 쏠쏠한 수익원이 될 전망이다.

특히 신탁형은 불특정 다수에게 똑같이 판매하는 형태가 아니므로 금융투자업 규정상 온라인을 통해 설명할 수 없다. 안내 설명서를 비치하거나 배포하는 것도 불가능하다. 그러나 일임형은 판매 중인 상품의 종류와 편입 내용까지 홍보할 수 있고 보수도 알 수 있어 투자자의 접근성이 좋다. 증권업계가 ISA 판매 주도권을 쥐고자 사활을 건 이유다.

◇ISA로 자산업계 최강자 노린다… 증권가 전략 싸움 ‘치열’ = 2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오는 3월 14일 ISA 신탁형과 일임형을 동시에 출시하는 회사는 NH투자증권, 대우증권, 현대증권, 한국투자증권, 하나금융투자, 신한금융투자 등 6개사다.

삼성증권은 비과세 혜택을 극대화하는 상품들로 구성된 ISA용 모델 포트폴리오(MP)를 개발할 예정이다. KDB대우증권은 편리한 상품 관리를 위한 시스템을 개발하고 체계적인 PB교육을 할 예정이다.

금융지주 내에 속한 증권사들은 은행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 하나금융투자는 지난달 KEB하나은행과 복합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PCIB(전 고객 대상 통합적 금융솔루션) 점포 40곳을 설치하고 운영 중이다.

한편 ISA에 로보어드바이저(Robo-advisor) 기능을 탑재하겠다는 전략도 나오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국내 최초로 로보어드바이저 서비스(QV 로보어카운트)를 정식 개시했고 삼성증권은 로보어드바이저 플랫폼 핵심 기술인 ‘투자성과 검증 시스템’을 국내 최초로 특허 출원하는 등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금투협, ISA 홍보에 팔 걷었다 = 금투협도 ISA에 대한 투자자의 이해도를 높이고 증권업계가 시장을 선점할 수 있도록 공동 홍보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해 말 금투협은 증권사 임원들을 대상으로 일명 ‘ISA 홍보 추진단’을 발족하고 실무자급으로 구성된 실무 태스크포스(TF)도 구성했다.

이처럼 업계가 주도적으로 준비단을 꾸린 것은 지난 2014년 운용업계와 공동으로 준비한 소장펀드 출시 준비단 이후 두 번째다. ISA 선점을 앞두고 은행권과 경쟁하는 상황에서 금투업계가 전반적인 상품 전문성과 포트폴리오 구성에 탁월하다는 장점을 부각시켜 투자자들의 인식 제고에 앞장서겠다는 것이다.

금투협 관계자는 “그동안 증권업계 사장단 회의, 기획, 마케팅, 상품개발 담당 임원회의 등을 통해 ISA 공동 홍보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협회와 ISA 출시를 앞둔 증권사가 비용을 공동 분담하는 형식으로 이번 달부터 공격적인 광고 등 마케팅에 나설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금투업계는 광고 대행사를 선정하고 광고안 제작 등 업계의 의견 수렴 필요 시마다 임원진, 실무진 회의를 수시 개최할 예정이다. 금융투자상품을 통한 자산관리의 중요성과 증권사 중심의 ISA가 글로벌 트렌드라는 내용도 강조할 방침이다.

황영기 금투협 회장은 “ISA는 농어민을 가입 대상에 포함했지만 어린아이와 전업주부의 가입이 제한된 점은 아쉽다”며 “ISA 도입으로 판매망이 상대적으로 유리한 대형 증권사들 입장에선 먹거리 영역이 넓어지는 만큼 기대가 높다”고 말했다.

정다운 기자 gamj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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