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조원이 넘는 적자를 기록한 대우조선해양(이하 대우조선)은 정상화 과정에서 채권단의 지원을 받기가 쉽지 않았다. 채권단이 지원을 결정한 배경에는 크게 세 가지가 작용했다.
우선 주채권은행이자 최대주주인 KDB산업은행의 책임 분담이 있었다. 산업은행은 올해 말까지 대우조선의 부채비율을 500% 수준 이하로 낮추기 위해 2조원 규모의 자본 확충을 결정했다. 최대주주가 손실 부담에 나서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또 대우조선이 기업회생절차(법정관리)에 들어갈 경우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에 미치는 경제적 파장과 추가 자금 지원 시 경영 정상화 가능성도 고려됐다.
한 채권단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부산ㆍ울산ㆍ경남 지역 국민총생산(GDP)의 3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며 “종업원 절반 이상이 외국인인 STX팬오션과 달리 지역경제에 미치는 파장과 현지 일자리 등 정책적 측면도 고려됐다”고 설명했다.
당시 채권단은 대우조선에 자금을 지원할 경우 내년부터 영업이익이 발생할 것으로 분석했다. 실질적인 경영정상화 목표 시점을 2019년으로 잡고 강도높은 구조조정을 진행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대우조선에 유상증자, 출자전환, 신규자금 지원 등을 포함해 4조원이 넘는 자금이 수혈됐다.
팬오션(당시 STX팬오션)은 지난 2013년 STX그룹의 구조조정 일환으로 매각 절차를 밟았으나 무산됐다. 이후 STX그룹의 요청으로 산업은행이 인수를 검토했으나 불발됐고 법정관리에 들어갔다. 예비실사 결과 팬오션은 스스로 돈을 벌어 회사채와 대출금을 갚을 능력이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기 때문이다.
은행 대출 7000억원은 채권단의 자율협약으로 정리할 수 있지만 회사채(1조2000억원), 선박금융(2조5000억원) 등은 비협약채권이라 산은이 3조7000억원을 떠안아야 했다.
홍기택 산은 회장은 당시 “STX팬오션 예비실사 결과 악성 장기용선에 따른 대규모 손실, 과도한 금융부채로 인한 금융비용 부담 등의 구조적 문제를 확인했다”며 “근본적인 사업구조개선 및 채무재조정 없이 기업을 연명시키는 것은 오히려 국가경제에 큰 부담”이라고 인수 포기에 대해 설명했다.
그 결과 팬오션은 은행 대출 이자를 연체했고, 산은이 인수 포기를 선언한지 이틀만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법정관리 절차를 밟으면 채무가 동결되기 때문이다.
현대상선의 경우 STX팬오션처럼 비협약채권이 많고, 산은이 “부족한 자금은 자체적으로 조달해야한다”고 못 박았기 때문에 전망이 밝지 않다.
현대상선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지난 2002년 자동차 수송사업부를 매각해서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고 10년이 지났는데 변한 것이 없다”며 “더 이상 ‘금융’에서 지원할 수 있는 부분은 없고, 상선 스스로 회사 수익을 낼지 묘안을 내야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