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가 우먼파워] 산업부, 실물경제 꿰뚫는 여걸들, 섬세한 업무처리 빛을 발했다

입력 2016-02-04 13: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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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상·에너지·기획 등 발군의 실력… “과장 이상 여성관리자 적어… 가정친화적 근무환경 조성 숙제”

“날아온 돌이 박힌 돌 빼낸다”

한국의 실물경제를 총괄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유연한 조직문화’를 한마디로 대변하는 말이다. 1948년 상공부로 출범한 산업부는 전통적으로 남성적인 이미지가 강한 부처다. 하지만 겉으로 보이는 것과는 딴판이다.

산업부는 정권 교체때마다 조직과 기능을 붙였다 떼었다 하는 굴곡과 부침의 역사를 가진 부처다. 이 때문에 기존 제조업과 무역 이외에 통상, 정보통신, 에너지ㆍ자원과 관련된 다양한 업무를 아우르게 되면서 인력교류가 활발해졌고 분위기도 개방적으로 바뀌었다.

또 1980년대 규제 권한을 대거 민간에 위임하고 기업이나 단체와 늘 호흡하다보니 능력만 있으면 남녀 관계 없이 누구든지 도전하고 그 성과를 인정받는 오픈마인드도 자리잡게 됐다.

1993년 당시 상공부에 처음 여성 사무관이 입성했을 정도로 산업부에서는 간부급 여성공무원은 찾아보기 힘들었다. 불과 10년전만 하더라도 여성 사무관이 모이면 한 테이블에서 식사를 할 수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하지만 20여년이 지난 지금, 4급 이상 간부 중 여성의 비율은 약 10%에 달한다. 최근 몇년간 산업부로 발령받아 오는 신입 공무원의 절반 가량은 여성들로 채워지고 있다. 지난해 산업부 임용 사무관(행시 출신) 21명 중 7명이 여성이었다. 중간 관리자인 5~6급에서 여성 공무원이 차지하는 비율도 꾸준히 늘고 있다.

더욱이 산업부 여성 공무원들을 통상 뿐만 아니라 에너지ㆍ자원ㆍ산업정책, 기획ㆍ예산 등 다양한 핵심 영역에서 여성 특유의 세심함과 조정ㆍ교감능력 등을 발판으로 눈에 띄는 활약상을 보이고 있다. 부서 배치와 업무 분장에 있어서도 성차별적 관행이 줄어들고 있다는 얘기다. 임신ㆍ출산ㆍ육아를 이유로 한 불이익 처우, 직장 내 성희롱 등을 자유롭게 건의할 수 있는 열린 문화도 안착되고 있는 추세다.

고상미 세계무역기구과 서기관(행시 45회)는 2005년 사무관 임용 후 처음으로 배치받은 부서가 철강화학과였다. 당시는 여자 사무관, 주무관도 거의 없던 시절이었다.

고 서기관은 “업무 성격이나 술자리 문화 등으로 여성 공무원 신참이 잘 버틸 수 있겠느냐며 걱정어린 시선도 많았지만 첫 여성 사무관이라는 사명감과 책임감으로 극복할 수 있었다”고 회상했다. 고 서기관과 행시 동기인 김연수 다자통상협력과 서기관도 자원정책과에서 산업부 첫 업무를 시작해 남자 직원들 틈바구니에서 4년여간의 공무원 생활을 거뜬히 소화해냈다.

4일 현재 산업부 전체 직원 1422명 중 여성 공무원 숫자는 413명으로 전체의 26%를 차지하고 있다. 이 중 4급 이상 관리직 여성 공무원은 26명이다. 고위공무원단(국장급)이 1명, 3급 부이사관이 1명, 4급 과장급이 7명, 연구관 특채로 입문한 과장급이 4명이고 나머지는 무보직 서기관(13명)이다. 간부 비율로 따지면 채 2%도 되지 않는 셈이다.

9급 공무원에서 시작해 과장급까지 오른 산업부 여성 공무원들의 대모격인 방순자 덤핑조사과장은 “다른 부처보다는 덜 하지만 과장급 이상을 놓고 보면 아직 여성 관리자의 비중이 크지 않다”며 “여성 공무원들이 주요 보직을 받거나 승진을 하는데 있어 늘 남자동기들보다 한 두기수 정도 늦을 정도로 보이지 않은 차별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전했다. 아직도 여성들의 업무 범위가 제한되는 등 조직 내에서의 역할에는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는 얘기다. 여성들의 고위직 진출을 가로막는 공직사회의 ‘유리천장’이 높다는 뜻도 된다.

공직에 들어온 여성들에게도 ‘일과 가정의 양립’은 쉬운 일이 아니다. 방 과장과 고 서기관은 2년 넘게 아직도 각각 과천과 평촌에서 세종으로 출퇴근한다. 남편의 직장과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수도권을 떠날 수 었는 세종시 여성 공무원이 감내해야 할 숙명이다.

공무원 육아휴직이나 유연근무제에 대한 제도와 사회적 인식이 크게 개선됐다지만 아직 갈 길은 멀다. 김미애 정보관리담당관은 “여성 공무원들이 일과 가정을 병행할 수 있도록 가정친화적인 근무환경을 조성하기 위한 제도적인 뒷받침이 있어야 한다”면서“국가가 나서 맘 놓고 아이를 맡길 수 있는 어린이집을 늘려주고 여성 공무원이 육아휴직을 자유롭게 쓸 수 있도록 대체 인력을 정원 외 추가로 정규직으로 인정해 주는 대책 마련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정부가 내년부터 공공기관 직원이 육아휴직을 한 경우 이를 대체하는 인력의 80%를 정규직으로 채용하는 방안을 추진하는 것처럼 공직사회에도 일자리를 늘리고 안정적인 육아를 돕기 위한 장치가 마련돼야 한다는 의미다.

여성 공무원들이 자신의 꿈을 펼칠 수 있도록 진정한 의미의 롤 모델이 많아져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방 과장은 “남성화된 여성이 아닌 여성이 가진 장점들이 리더십으로 표현되는 여성공무원 롤모델이 필요하다”면서 “여성 공무원들도 꾸준히 실력을 쌓고 남성들에 비해 부족한 네트워크를 보완해 리더로서의 자질을 갖추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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