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20년 만에 처음으로 경제성장률 목표를 ‘숫자’가 아니라 ‘범위’로 제시했다.
중국 경제정책 사령탑 역할을 하는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의 쉬사오스 주임(장관급)은 3일(현지시간) 베이징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올해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목표를 6.5~7.0%로 제시했다고 블룸버그통신이 보도했다.
이는 2015년 목표인 7.0%에서 낮아진 것이다. 또 성장률을 범위로 제시한 것은 8~9%였던 제8차 5개년 계획이 끝난 1995년 이후 20여 년 만에 처음이라고 통신은 설명했다.
아울러 중국 정부는 매년 3월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개막식 날 성장률 목표를 공개해왔는데 올해는 이례적으로 한달 더 이르게 밝혔다.
쉬사오스 주임은 “올해 1분기 경기하강 압력은 상대적으로 클 것이나 중국은 성장률 목표를 달성할 수 있다”며 “과잉생산을 해소하고 이익을 내지 못하는 좀비기업을 정리하는 단계를 밟을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새 성장률 목표는 중국 경제 불확실성이 고조되는 가운데 나왔다. 지난해 중국 경제는 여러모로 최악의 성적을 나타냈다. GDP 성장률은 6.9%로 25년 만에 최저치를 찍었고 위안화 가치도 미국 달러화 대비 5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추락했다. 중국증시는 1년도 안 돼 약세장에 두 차례나 진입했다. 자본유출도 사상 처음으로 1조 달러(약 1200조원)를 넘었다. 외환보유고도 2014년 대비 5130억 달러 줄어 1992년 이후 첫 감소세를 나타냈다.
나티시스은행의 아이리스 팡 이코노미스트는 “성장률 목표를 숫자로 하는 것은 비현실적”이라며 “범위로 하는 것이 더욱 현실적이다. 이는 정부가 경기부양에 더 많은 창의력을 발휘할 수 있는 여지를 줄 것”이라고 말했다.
쉬 주임은 “중국은 여전히 정책적 수단을 많이 갖고 있다”며 “인민은행이 생애 첫 주택 구매자의 계약금 비율을 낮춘 것은 과도한 주택재고를 줄이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중국 경제성장 속도가 다소 변했지만 여전히 합리적인 구간에 있다”고 덧붙였다. 인민은행은 전날 주택 매매 계약금 비율을 사상 최저 수준인 20%로 낮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