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자동차 개소세 인하 ‘끝이 아니다?’…자동차 세금의 비밀

입력 2016-02-04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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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네시스 EQ900 (사진 제공= 현대차)
▲제네시스 EQ900 (사진 제공= 현대차)

최대 30%…‘역대급’ 차 그랜드 세일

오늘(4일) 이투데이 산업 면의 헤드라인입니다. 정부가 소비 진작을 위해 자동차에 매기는 개별소비세(개소세)를 5%에서 3.5%로 인하하기로 했습니다. 이에 따라 사장님들의 워너비로 떠오른 ‘제네시스EQ900’은 최고 210만원이 할인되고요. 젊은 드라이버들에게 인기가 좋은 투싼과 스포티지도 50만원 가량 저렴하게 살 수 있습니다. 벤츠, 렉서스, 도요타 같은 외제차도 최대 440만원이나 싸진다고 하네요.

“자동차에 세금이 얼마나 되길래…. 그런데 교육세는 왜 붙는 거야? 공채매입은 또 뭐고?”

새 차 구입을 계획하고 있는 친구에게 기사를 보여줬습니다. 이런 대답이 돌아오네요. 저도 처음엔 ‘당연히 내야 할 돈, 아낄 수 없는 돈’이라고 생각해 관심을 두지 않았습니다. 견적서를 받을 땐 옵션 가격 깎느라 제대로 확인 안 했고요. 1년에 두 번씩 내는 자동차세는 자동이체로 결제해 눈여겨 보지 않습니다.

여러분은 자동차에 붙는 세금이 얼마나 되는지 아십니까? 우선 제조사에서 완성차가 출고될 땐 개소세, 교육세, 부가가치세 총 3가지 세금이 붙습니다.

개소세는 귀금속, 모피, 자동차 같은 ‘사치성’ 소비품목에 부과되는 세금인데요. 경마장, 카지노, 유흥주점 이용료에도 개소세가 포함됩니다. 세율은 과세품목에 따라 다른데요. 자동차는 출고가의 5%입니다. 다만 경차는 납부대상에서 제외됩니다. 하이브리드 자동차 역시 오는 2018년까지 감면 혜택(최고 130만원)을 받을 수 있죠.

개소세와 더불어 교육세도 붙습니다. 많은 분들이 가장 의아해하는 부분이죠. 교육세법에 따르면 개소세와 교육세는 ‘세트’입니다. 휘발유, 보석, 담배, 맥주 등 우리가 이용하는 대부분 물품에 교육세가 붙죠. 개소세에 30%를 곱한 값으로 세금을 매깁니다.

자동차 관련 세금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부가가치세인데요. ‘(출고가+개소세+교육세) x 10%’로 계산됩니다. 경차도 예외 없이 내야합니다.

(출처=현대ㆍ기아차)
(출처=현대ㆍ기아차)

세율로 따지니까 감이 잘 안 오시죠? 제 친구가 눈여겨보고 있는 3600만원짜리 ‘산타페 더 프라임(익스클루시브)’을 예로 들어보겠습니다. 이미 세금이 매겨진 가격이지만 원가(?)라고 가정하고 계산해 보겠습니다.

1, 개소세: 3600만원 x 3.5% = 126만원
2, 교육세: 126만원 x 30% = 37만8000원
3, 부가가치세: (3600만원+126만원+37만8000원) x 10% = 376만3800원

구입할 때 내야 하는 세금만 540만원입니다.

여기서 끝이 아닙니다. 자동차를 샀으면 지자체에 등록해야겠죠? 취득세를 내야 합니다. 취ㆍ등록세로 알고 계신 분들 많을 텐데요. 2011년 취득세로 통합됐습니다. 승용차는 차 값의 7%이고요. 화물ㆍ승합차는 5%입니다. 전기차와 하이브리드 자동차는 2018년까지 감면(최대 140만원) 혜택이 주어지고, 경차나 장애인차, 다자녀가구차(3명 이상)는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됩니다.

취득세와 별도로 지자체로부터 공채도 매입해야 합니다. 공채는 지하철, 건설 등 지역개발기금 조성을 위해 차량 구입자가 의무적으로 사는 일종의 준조세인데요. 지자체별로 매입비율이 다릅니다. 배기량 2000cc 이상을 기준으로 서울은 20%의 공채 매입 비율을 적용하고 있고요. 인천, 부산, 경남, 전남 등은 5%를 매기고 있습니다. 경기도(12%)는 1년간 한시적으로 50% 감면 혜택을 주고 있죠. 2000cc 이하 자동차는 면제해주고요. 다만 공채는 몇년 후 이자와 원금을 돌려받을 수 있습니다.

다시 계산하면,
4, 취득세: 3600만원 x 3.5% = 126만원
5, 공채 매입(서울): 3600만원 x 20% =720만원

등록하는 데만 846만원이 필요하네요. 차 살 때 냈던 ‘3종 세트’를 합치면 1386만6000원이 세금인 셈입니다.

여기까지가 ‘갖기’ 위해 들어가는 돈입니다. ‘갖고’ 있으려면 또 세금을 내야 합니다. 자동차세 말입니다. 자동차세는 ‘배기량 x cc당 세액 x 차령경감률’로 계산되는데요. △1000㏄ 이하 ‘80원’ △1000㏄ 초과~1600㏄ 이하 ‘140원’ △1600㏄ 초과 ‘200원’을 기준으로 합니다. 30% 교육세는 별도로 내고요. 차 구매 시점 3년 후부터는 매년 5%(최대 50%)씩 세금이 감면됩니다.

자동차세는 개소세나 취득세와 달리 아낄 수 있는 ‘꿀팁’이 있습니다. 6월, 12월 나눠 내는 세금을 한꺼번에 연납하면 10% 할인되고요. 자동차 요일제를 등록하면 5%를 추가로 깎아줍니다.

(출처=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출처=유진투자증권 리서치센터)

완성차 업체들이 개소세 인하에 대규모 추가 할인을 더하는 ‘그랜드세일’에 나섰습니다. 지난해 개소세 인하 덕을 톡톡히 봤거든요. 내수 판매에 한 번 더 불을 지피는 거죠. 그런데 정작 소비자들 반응은 시큰둥합니다. 제 친구 녀석도 썩 좋아하지 않네요. ‘1억원 넘는 자동차 할인이 고작 210만원?!’, ‘살 사람은 작년에 다 샀다’, ‘오른 보험료 내고 나면 쌤쌤’ 등 볼멘소리가 수두룩합니다.

정부가 진정으로 소비 활성화를 위한다면 이 목소리에도 귀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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