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샷법' 활용 사업재편 판 깔렸다…이르면 하반기 시행

입력 2016-02-04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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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후속조치 착수...8월까지 공급과잉 기준 등 세부지침 마련

정상 기업을 대상으로 선제적인 구조조정을 유도하기 위한 기업활력제고특별법(원샷법)이 우여곡절끝에 4일 국회를 통과했다. 과잉공급산업을 대수술할 수 있는 틀이 마련된 만큼 정부도 원샷법을 활용한 기업의 사업재편 지원에 속도를 내기로 했다. 침체의 늪에 빠진 수출에 활기를 불어넣고 제조업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선 공급 더 이상 늦출 수 없다는 판단에서다.

오는 8월까지 공급과잉업종 여부를 판단할 구체적인 기준 등을 담은 세부 가이드라인이 마련되며 하반기에는 구조조정을 촉진할 수 있는 ‘상징성’ 있는 1호 기업도 등장할 전망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이날부터 원샷법 본회의 통과에 따른 후속조치에 착수했다. 특정 업종이 과잉공급인지, 사업재편계획을 통해 생산성과 재무구조 개선이 가능한지 여부를 판단할 수 있는 ‘세부기준’은 산업부 장관 지침을 따르도록 돼 있다.

원샷법은 공포 후 6개월 후인 올해 8월부터 시행되며 3년 한시법이다. 정부는 이 법이 차질없이 시행될 수 있도록 과잉공급 기준 등을 규정한 세부지침 등 하위법령을 조속히 마련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공급과잉 기준을 어떤 업종에도 적용할 수 있는 객관적 지표로 만들어 이를 기준으로 특정 업종ㆍ품목에 대해 공급과잉 여부를 제시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부 기준은 현재 연구 용역 중이며 3월말까지 마련된다. 적용 대상 업종에는 조선, 철강, 석유화학 등이 주력 수출업종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된다. 산업연구원은 국내 주요 제조업 품목의 약 30%가 공급 과잉 상태에 있다고 보고 있다.

원샷법은 상법ㆍ세법ㆍ공정거래법 등 관련 규제를 한 번에 풀어주고 세제ㆍ자금 등을 지원하는 게 골자다. 지원 대상이 되는 과잉공급 분야 기업은 생산성 향상과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사업재편을 추진하는 경우 각종 특례혜택을 받을 수 있다.

구체적으로 비핵심 사업 부문을 신속하고 간편하게 분할할 수 있도록 소규모 분할이 가능해진다. 합병 요건도 크게 완화된다. 합병되는 기업의 시가총액이 합병하는 기업 시총의 20% 이하일 경우에는 주총특별결의 대신 이사회의 결의만으로 진행할 수 있다.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권도 제한된다.

관련 절차 기간도 크게 줄어 주총 소집통지 기간은 2주에서 7일로, 반대주주의 주식매수청구 가능기간도 주주총회 후 20일에서 10일 이내로 단축된다. 지주회사가 자회사의 지분을 40% 이하로 보유할 수 있는 기간과 손자회사가 증손회사의 지분을 100% 보유하지 않아도 되는 기간도 각

각 3년으로 연장된다.

아울러 합병을 위해 기업 간에 주식을 교환할 때 주식 양도 차익에 대한 법인세 과세(24.2%)를 연기해주고 인수ㆍ합병으로 자본금이 증가하는 경우 등록면허세도 50% 감면받을 수 있게 된다.

기업이 각종 특례지원 받으려면 생산성 향상 목표 등을 포함한 사업재편계획을 산업부(제조업, 유통업), 국토부(해운업, 건설업), 금융위(금융업) 등 주무부처에 제출하면 주무부처는 생산성 향상,투자ㆍ고용 창출 효과 등을 검토한다. 이후 심의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승인이 이뤄진다.

정부는 원샷법 통과로 중국발 공급과잉과 수출 부진에 시달리는 주력산업의 선제적이고 자율적인 사업 재편이 탄력을 받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철강ㆍ석유화학ㆍ조선 등 위기에 놓은 주력 제조업과 건설업ㆍ유통업ㆍ금융업 등 내수산업의 체질을 개선시켜 산업경쟁력 강화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는 분석이다.

또 중소ㆍ중견기업 간의 합병이나 대기업의 비핵심 사업부 인수 등도 활발해지고 포항ㆍ광양의 철강, 여수ㆍ울산의 석유화학 등 지역 산업의 체질이 강해져서 지역경제의 활성화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게 정부의 생각이다.

경제단체도 원샷법 통과가 경제활성화의 계기가 될 것이라며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무역협회는 이날 논평을 내고 “수출회복을 위해 우리 기업과 제품의 경쟁력을 높이는 노력이 절실한 상황에서 기활법은 기업들이 신속한 구조조정을 통해 산업의 공급과잉을 해소하고 기업경쟁력을 높이는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대한상의도 “대기업뿐만 아니라 중소기업의 사업재편 활동이 가속화돼 우리 산업의 체질이 강화되고 창업과 성장으로 이어지는 성장생태계의 선순환 구축에 도움을 줄 것”이라고 평가했다.

하지만 남은 과제는 있다. 업종마다 상황이 제각각이어서 단일한 공급과잉 기준을 적용했을 때 예기치않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과잉공급 업종 판단 기준이 마련됐다 하더라도 사업재편을 신청한 기업이 속한 업종이 과잉공급 상태에 놓여 있는지를 판단하는 것도 쉽지 않다.

재벌에 대한 특혜 논란으로 애초 제출된 법안에 비해 제약이 많아져 효과가 반감할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특히 원샷법이 효력을 발휘하기 위해서는 정부나 금융기관의 특혜시비가 일지 않도록 사후관리를 철저히 하고 과도한 간섭을 지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산업통상자원부)
(산업통상자원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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