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하이는 샤프를 약 7000억 엔(약 7조1300억원)에 인수하는 방향으로 협상에 들어간다고 5일(현지시간)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했다.
당초 샤프는 민관펀드인 일본산업혁신기구(INCJ)의 출자를 받아들일 방침이었다. 그러나 혼하이가 더 나은 조건을 제시하면서 혼하이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궈타이밍 혼하이 회장은 전날 밤 긴급히 일본으로 날아와 이날부터 샤프, 샤프 주거래 은행들과 막바지 협의에 들어간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혼하이가 수일 안에 샤프 인수 협상을 마무리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샤프는 전날 이사회에서 혼하이 인수안을 협의하고 나서 새 방침을 확정했다. 이어 다카하시 고조 샤프 사장이 실적 발표와 함께 기자회견을 열어 “혼하이와의 협상에 더 많은 자원(인력·시간)을 투입할 것”이라며 “혼하이는 부품조달과 생산 능력이 강해 큰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투자자들도 이 소식을 환영했다. 샤프 주가는 전날 17% 폭등한 160엔으로 마감했다.
샤프가 혼하이를 선택함에 따른 혼하이는 일본 정부와의 줄다리기에서 승리한 셈이 됐다. 아베 신조 일본 정부는 자존심이 구겨진 것은 물론 샤프를 중심으로 한 자국 전자산업 재편 계획에도 차질을 빚게 됐다.
INCJ의 한 관계자는 전날 “혼하이와 우리의 제안 내용에 차이가 있다”며 “현재 우리 방안이 더 불리한 편”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 고위 관계자도 “INCJ가 지원액을 더 올리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해 정부가 사실상 대응책 제시를 포기했음을 시사했다.
INCJ는 샤프 디스플레이 사업을 분사시키고 샤프 본사에 3000억 엔을 출자하고 2000억 엔의 융자 범위를 설정하는 재건안을 제시했다. 디스플레이 사업을 INCJ가 최대 주주인 재팬디스플레이와 통합하고 샤프 가전사업과 도시바 백색가전사업을 합치는 등 전자업계 재편이라는 큰 그림을 그린 것이다.
당초 INCJ의 방침을 받아들이려고 했던 샤프는 혼하이의 지극 정성에 다시 방향을 바꿨다. WSJ에 따르면 지난주 궈타이밍 회장이 직접 일본을 방문해 샤프 경영진과 대면하면서 자신의 인수안을 설명했다. 또 샤프 직원들의 고용 보장도 약속했다. 또 INCJ와 달리 LCD패널 등 핵심 사업을 통합 운영하겠다는 방침도 강조했다. 샤프 주거래 은행인 미즈호은행, 미쓰비시도쿄UFJ은행도 대규모 금융지원을 요구하는 INCJ와 달리 그런 부담이 없는 혼하이 쪽으로 기울어졌다.
이미 샤프와 혼하이는 TV용 LCD 패널을 생산하는 사카이디스플레이제품(SDP)에 각각 약 38%씩 출자해 공장을 공동 운영하는 등 협력 관계에 있다. 다카하시 샤프 사장은 “혼하이가 인수하면 SDP와 다른 부문의 협업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대만 기업의 샤프 인수로 LCD 패널 기술이 유출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다카하시 사장은 “우리는 이미 사카이 공장을 공동 운영하고 있다”며 “기술 유출은 없었다고 확신하고 있다. 신뢰를 구축할 수 있다”고 이런 우려를 일축했다.
오카산증권의 이시구로 히데유키 선임 투자전략가는 “회사가 파산할 지경이라면 갖고 있는 기술은 아무 소용이 없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