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증시가 마이너스(-) 금리에도 ‘엔고’ 역풍을 맞아 추락하고 있다. 일본증시 닛케이225지수는 10일(현지시간) 전일 대비 2.31% 급락한 1만5713.39로, 토픽스지수는 3.02% 빠진 1264.96으로 마감했다. 이에 닛케이지수는 최근 이틀간 8% 가까이 빠져 올들어 낙폭을 17%로 확대했다.
이날 종가는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의 공격적인 경기부양책에 따른 ‘아베노믹스 시세’ 평균 구매 비용을 밑돌았다. 이에 아베노믹스 시세 개시 이전에 주식을 산 투자자들은 많은 평가손실을 안게 됐다고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지적했다.
‘아베노믹스 시세’는 지난 2012년 11월 14일 아베의 전임자인 노다 요시히코 당시 총리가 중의원 해산을 선언한 2012년 11월 14일을 기점으로 한다. 이 시점부터 이날까지 3년 3개월간 닛케이지수 평균은 1만5860이었다.
지난해 여름까지 상승세는 엔고와 동일본 대지진으로 저평가를 받은 일본증시가 제대로 된 평가를 되찾은 측면이 있다고 신문은 분석했다. 일본은행(BOJ)의 이차원 완화(양적·질적) 완화에 따른 엔화 약세와 기업 지배구조 개혁 등도 글로벌 투자를 끌어들여 증시 상승세로 이어졌다.
그러나 국제유가 하락과 글로벌 경기 불확실성에 투자심리가 위축되는 등 외부 요인이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BOJ가 지난달 29일 전격적으로 도입한 마이너스(-) 기준금리 극약처방도 부메랑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평가다. 수익성 악화 우려로 금융 관련주가 추풍낙엽 신세가 되면서 최근 증시 폭락을 부추긴 것이다.
글로벌 금융시장 혼란과 BOJ의 마이너스 금리 정책이 맞물리면서 전날 일본 장기금리 지표인 10년물 국채 금리는 사상 처음으로 마이너스로 떨어져 -0.035%까지 하락했다.
일본 국채와 더불어 안전자산으로 꼽히는 엔화가 고공행진을 벌이는 것도 일본증시 투자자들에게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엔화 가치는 연일 15개월 만에 최고치를 경신하고 있다. 뉴욕 외환시장에서 이날 달러·엔 환율은 113.35엔으로 지난 2014년 11월 이후 최저치(엔화 가치 최고치)를 찍었다.
나카쿠보 후미오 UBS증권 자산관리본부 최고투자책임자(CIO)는 “단기적으로 엔고·달러 약세가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며 “미국과 중국 경기 불확실성으로 위험자산 회피 심리의 주원인이다. 지금까지 견조한 미국 경제가 글로벌 경기회복을 견인할 것으로 보였지만 최근 리세션 가능성을 지적하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