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금리 대출 광고규제 문제를 두고 저축은행과 금융당국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저축은행은 중금리 대출 상품에 한해서는 광고 규제를 없애달라는 입장이지만, 금융당국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11일 저축은행 업계와 금융당국에 따르면, 10%대 중금리 대출 상품에 대한 TV광고 규제를 철폐해달라는 저축은행의 요구에 대해 금융위원회는 검토조차 하지 않고 있다.
현재 저축은행의 TV광고는 평일 오전 7시부터 9시까지와 오후 1시부터 10시까지, 토요일·공휴일 오전 7시부터 오후 10시까지 제한된다. 지난해 9월 금융위와 저축은행중앙회가 미성년자 고금리 대출 노출을 막기 위해 마련한 ‘저축은행 자율규제 방안’에 따른 것이다.
SBI저축은행 관계자는 “광고규제의 취지는 20%대 이상 고금리 대출의 폐해를 막기 위한 것이었다”며 “중금리 대출은 금리 10%대의 서민형 상품인데 이를 막는 것은 지나치다”고 지적했다.
SBI저축은행은 지난해 말 평균 금리가 연 9.9%인 중금리 대출 상품 ‘사이다’를 출시했다. 지난달 11일에는 ‘사이다’에 대한 광고 규제를 철폐해달라는 내용의 공문을 저축은행중앙회측에 보낸 바 있다.
또 저축은행 업계는 대출상품뿐만 아니라 수신상품과 기업이미지에 대한 광고까지 규제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한다. 웰컴저축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웰컴플러스통장’은 수신상품임에도 광고 규제를 받고 있다.
금융위는 지난달 27일 서울보증 연계 대출, 시중은행과 저축은행의 연계영업 등을 핵심으로 하는 중금리 대출 확대 정책을 내놨다. 앞에서는 중금리 대출 활성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뒤로는 이에 부합하는 중금리 대출 상품의 광고를 규제한다는 불만이 나온 것은 이런 이유에서다.
금융당국은 광고규제 철폐는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금융위 관계자는 “광고규제가 작년 하반기에 도입된 것이고 저축은행이 대부업과 유사하게 영업하고 있는 만큼 단순하게 중금리 대출하니까 규제를 풀어야 한다고는 생각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저축은행중앙회는 금융당국과 저축은행 사이에서 조심스러운 입장을 취하고 있다.
저축은행중앙회 관계자는 “단번에 중금리 대출 광고규제를 푸는 것이 어렵다면 수신광고와 기업 이미지 광고 제한이라도 단계적으로 푸는 쪽이 현실적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