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부로 개성공단은 사망선고가 내려졌다."
북한의 개성공단 남측 자산 동결 조치가 전해지면서 입주기업들이 절망에 빠졌다.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결정으로 이 같은 파국을 맞았다는 점에서 법적 소송까지 제기하겠다는 강경한 반응까지 나오고 있는 상황이다.
정기섭 개성공단기업협회장은 11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에서 열린 긴급 이사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방금 남측 자산을 동결하겠다는 북측 방침을 들었는데, 전날 발표된 우리 정부의 일방적인 가동중단 결정에 대한 결과물이라고 본다"며 "사실상 개성공단은 사망선고를 받은 셈"이라고 말했다.
당초 입주기업들은 이날 이사회 이후 정부에게 기업들의 자산을 회수하기 위한 시간적인 여유를 요청할 계획이었다. 하지만 이사회 도중 이 같은 북측 발표를 전해들으면서 순식간에 당황스러운 분위기가 연출됐다. 기업들이 우려한 최악의 상황을 눈앞의 현실로 맞이하게 된 셈이다.
정 회장은 "우리 기업들은 자생의 방법으로서 무리하고 부당한 결정을 한 정부의 책임에 대해 합당한 후속대책과 보상을 요구할 것"이라며 "이것도 여의치 않을 경우 법적인 검토를 거쳐 이번 사태의 책임을 정부에게 물을 계획"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어 "법률 자문에 따르면 전날 정부의 결정은 행정력의 남용에 따른 결과로 적법하지 못한 부분들이 있다고 한다"며 "2013년 8월 개성공단 재가동 합의는 남북 당국간만의 합의가 아니라, 입주기업들이 합의의자 믿음이었는데 이를 우리 정부가 깬 것"이라고 덧붙였다.
실제 개성공단기업협회는 이날 이사회에서 법무법인 세종의 남북경협 전문가를 고문 변호사로 위촉을 결의하는 등 실질적인 법적 검토 움직임도 시작하고 있다. 해당 법률 전문가는 과거 개성공단 투자기업들을 대리해 경협보험금청구 소송 등을 진행하는 등 관련 분야에서 다양한 법률 자문을 제공한 것으로 전해졌다.
입주기업 대표들은 이사회가 끝난 이후에도 한동안 혼란스러운 표정이었다. 정 회장은 "사실 지금 입장에서 정부의 전날 조치가 너무 야속하다"며 "기업 입장에서 우리가 친북 좌파도 아니고, 개성에 밝은 미래가 있다고 생각해 여러 장애를 만나면서까지 고생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 정부로부터 홀대받고 무시받는 게 너무나 슬프고 분하다"고 덧붙였다.
함께 자리한 A입주기업 대표도 "당초 이날 통일부에 우리의 요청 사항들을 전달하려고 했지만, 북측의 발표로 인해 취소됐다"며 "앞으로 정부 측과 어떤 식으로 어떻게 접촉할 것인지에 대해서도 아직까지 확실히 정해진 바 없다"고 밝혔다.
한편, 개성공단기업협회는 비상 시국임을 감안해 오는 12일 비상대책위원회 총회를 열고 기업들의 보상 대책 마련에 본격적으로 움직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