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가 11일(현지시간) 12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수급 상황이 한층 악화하면서 매도세가 급격히 몰린 영향이다.
이날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서부 텍사스산 중질유(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4.52%) 하락해 배럴당 26.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가 종료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한때 26.05달러까지 떨어져 2003년 5월 이후 약 1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런던 ICE선물시장의 4월 인도분 브렌트유 가격은 88센트 내려 29.96달러에 거래됐다.
이날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세계 경기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원유재고 통계에서 공급 과잉이 한층 심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매도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전날 발표된 통계에서 미국 석유 전달 거점인 오클라호마 커싱의 재고 수준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 한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발표한 미국 셰일 광구의 시추 생산 관련 보고서에서는 3월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미국에서 생산 과잉이 계속되고 있단 의미로,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에 대한 경계심을 키웠다.
미즈호증권USA의 밥 요거 선물 디렉터는 “전날 커싱 재고 수준의 영향이 계속되고 있다. 세계적인 주가와 환율, 채권 시세 변동은 원유 수요에 있어서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지적했다. 그는 WTI가 조만간 배럴당 25달러선도 위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공조 감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을 자아냈으나 하락세를 막지는 못했다.
한편 금 선물 가격은 급등했다. 뉴욕상품거래소(COMEX)에서 4월물 금 가격은 전날보다 53.2달러(4.5 %) 오른 온스당 1247.8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한때는 1263.9달러까지 올라 작년 2월 6일 이후 약 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투자자들이 리스크 회피 자세를 강화하면서 대체 투자처인 금 가격을 끌어올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