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현장 JGTO] 아오키 사단을 보며 양휘부 사단을 읽다

입력 2016-02-12 07:49 수정 2016-02-15 14: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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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골프 영웅’ 아오키 이사오(74ㆍ青木功)가 일본골프투어기구(JGTO) 새 회장 자리에 오른다. JGTO 사상 첫 선수 출신 회장이다. (사진제공=일본골프투어기구(JGTO))
▲일본의 ‘골프 영웅’ 아오키 이사오(74ㆍ青木功)가 일본골프투어기구(JGTO) 새 회장 자리에 오른다. JGTO 사상 첫 선수 출신 회장이다. (사진제공=일본골프투어기구(JGTO))

일본 남자 프로골퍼들이 칼을 뽑았다. 인기 추락으로 위기에 몰린 일본골프투어기구(JGTO)의 체질개선을 위해서다. 지난 4년간 JGTO를 이끈 에비사와 가쓰지(82ㆍ海老沢勝二) 회장은 반기를 든 선수들에 밀려 회장 자리에서 물러난다. 에비사와 회장 자리엔 일본의 ‘골프 영웅’ 아오키 이사오(74ㆍ青木功)가 오른다.

아오키는 프로 통산 85승에 상금왕을 5차례나 지낸 레전드다. 1983년 소니오픈에서 우승을 차지하며 일본인 첫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정상에 오른 그는 점보 오자키(69)와 함께 일본인이 가장 존경하는 프로골퍼 중 한 명이다.

그가 JGTO 회장으로 추대된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에비사와 회장에 대한 불신과 JGTO의 인기 추락에 대한 위기감 때문이다.

에비사와 회장은 과거 아시아 태평양 방송연합(ABU) 회장과 NHK 회장을 지낸 저명인사다. 그는 2012년 3월부터 JGTO 회장직을 맡으면서 침체된 JGTO에 연간 30개 대회에 갤러리 100만명을 끌어 모으겠다고 공언했다.

그러나 4년이 지난 지금 JGTO 인기 추락은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 시즌에는 26개 대회를 개최하는 데 그쳤고, 갤러리는 34만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에비사와 회장은 JGTO의 위기감을 직시하기는커녕 대회 마지막 날까지 자리를 지키지 않거나 시상식에 불참한 경우도 있었다는 게 일부 선수들의 주장이다.

경기 내용 면에서도 5승을 차지한 김경태(29ㆍ신한금융그룹)에게 2011년(배상문) 이후 4년 만에 외국인 선수에게 상금왕 자리를 빼앗겼다. 이에 위기감을 느낀 선수회(회장 미야자토 유사쿠ㆍ부회장 요코다 신이치)가 에비사와 회장을 대신할 카드로 아오키를 뽑아 든 것이다.

아오키는 JGTO 선수 출신 첫 회장이자 영구시드권자로서 선수들 사이에서 높은 지지율을 자랑한다. 선수 출신인 만큼 일본프로골프협회(JPGAㆍ회장 구라모토 마사히로)와의 용합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질 것이라는 기대감도 솔솔 피어오르고 있다. 게다가 발군의 리더십과 카리스마까지 지녔다.

현재 하와이에서 전지훈련 중인 아오키는 3월 회장직에 올라 정식 업무를 시작할 예정이다. 그러나 JGTO 흥행이라는 막중한 과제를 짊어진 아오키의 마음이 결코 편하지는 않을 듯하다. 그런 점에서 연간 18개 대회 이상을 공언한 양휘부(73) 한국프로골프협회(KPGA) 신임 회장과 많이 닮았다. 결국 비슷한 연배의 두 신임 회장은 한일 양국의 남자 프로골프 투어의 미래를 결정지을 중요한 한해를 맞은 셈이다.

여기서 한 가지 짚고 넘어갈 것이 있다. 대회장의 주인공은 회장이 아닌 선수라는 점이다. 사실 JGTO 흥행 부진의 첫 번째 원인은 스타 부재라고 지적하는 골프팬들이 많다. 이시카와 료(25ㆍ石川遼)의 PGA 투어 진출 이후 스타성을 지닌 선수가 없다는 것이다. 그러나 선수 개개인은 스스로에게 문제점을 찾지 못하고 책임을 협회나 주변 사람들에게 전가하려는 분위기가 엿보인다는 게 일부 골프팬들의 생각이다.

일본 골프계 한 관계자는 “프로암에 참가하기 위해 30만엔(약 300만원)의 비용을 지불하지만 나갈 때마다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와는 다른 느낌을 받는다”며 “JGTO 프로암이 ‘그만한 가치가 있나’라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털어놨다. 팬들에 대한 서비스와 에티켓이 여자 선수보다 못하다는 뜻이다.

경기력만 놓고 보면 남자 선수가 여자보다 못한 게 없다. 특히 호쾌한 장타력 등 다이내믹한 플레이는 남자 선수들의 트레이드마크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남자 선수들이 여자 선수들보다 낮은 평가를 받는 이유는 선수 스스로 자신이 가진 상품성을 제대로 표출하지 못했다는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다.

이시카와 료는 출중한 기량과 잘 생긴 외모로 CF스타가 됐다. 하지만 그것이 전부는 아니었다. 그는 2010년 캐논오픈 프로암에서 미타라이 후지오(81ㆍ御手洗冨士夫) 캐논 회장과 같은 조에서 라운드하면서 깔끔한 에티켓과 친절한 레슨으로 감동을 줬고, 그 결과는 차기년도 캐논오픈 개최로 이어졌다. 선수 한 명의 세심한 노력이 만들어낸 결실이다.

다년간의 흥행 부진으로 좌초 위기에 몰린 양국 남자 투어가 새 선장에게 키를 맡겼다. 선수회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 회장에 오른 아오키는 준비되지 않은 선수들을 이끌고 JGTO 인기 회복을 구현해야 한다. 선수 출신 첫 JGTO 회장이라는 거창한 타이틀을 끌어안은 아오키의 행보에 관심이 쏠리는 한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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