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현지시간) 국제유가(WTI 기준)는 12년 만의 최저치로 떨어졌다.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3월 인도분 WTI 가격은 전날보다 1.24달러(4.52%) 하락해 배럴당 26.21달러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가 종료된 직후 시간외 거래에서는 한때 26.05달러까지 떨어져 2003년 5월 이후 약 12년 만의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날 시장에서는 주가 하락으로 세계 경기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원유 수요가 줄어들 것이라는 우려가 커졌다. 이런 가운데 미국 원유재고 통계에서 공급 과잉이 한층 심화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매도세가 강하게 유입됐다. 전날 발표된 통계에서 미국 석유 전달 거점인 오클라호마 커싱의 재고 수준이 사상 최고치를 경신한 것으로 나타난 반면,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이 이날 발표한 미국 셰일 광구의 시추 생산 관련 보고서에서는 3월 생산이 늘어날 것으로 전망됐다. 이는 미국에서 생산 과잉이 계속되고 있단 의미로, 장기적인 수급 불균형에 대한 경계심을 키웠다.
이런 가운데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이날 “석유수출국기구(OPEC) 회원국들이 공조 감산을 준비하고 있다”며 수급 불균형이 해소될 것이란 기대감을 높였다. WSJ에 따르면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의 수하일 빈모하마드 파라즈 알마즈루이 에너지장관은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협력할 용의가 있다”는 인식을 나타냈다. 그러면서 “공급 과잉에도 불구하고 올해의 수급 균형 달성에 낙관적”이라고 말했다.
그의 발언 영향으로 국제유가는 낙폭을 줄였다. 정규거래에서 4.52% 떨어졌던 유가는 시간외 거래에서 낙폭을 2%대로 축소했다.
다만 미즈호증권USA의 밥 요거 선물 디렉터는 “세계적인 주가와 환율, 채권 시세 변동은 원유 수요에는 마이너스가 될 것으로 받아들여졌다”고 분석하며 WTI가 조만간 배럴당 25달러선도 위협받을 것으로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