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라보마이라이프]힐링이 필요한 당신에게 추천하는 여유가 흐르는 집

입력 2016-02-12 11:03 수정 2016-02-15 17: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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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 똑같은 삶이 흐르다 보면 사람들은 익숙했던 공간으로부터의 일탈을 꿈꾼다. 누군가와 관계가 틀어지거나 혹은 스트레스가 닥쳐오면 탈출 욕구는 더욱더 솟구친다. 최대한 먼 곳으로 가버리는 것이 최고의 선택이겠지만 그게 아니라면 잠시라도 휴식을 취할 수 있는 쉼터를 찾아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당신의 정신 건강에 도움이 될 만한 서울 인근 여유가 흐르는 집을 온라인 숙박 예약 사이트 에어비앤비(www.airbnb.co.kr)와 함께 다녀왔다. 지금 당신, 멀리 갈 수 없다면 바로 이곳으로 떠나보라.

(오병돈 프리랜서)
(오병돈 프리랜서)

대문을 여는 순간, 우리는 모두 친구

파주시 헤이리 마을 모티프원

헤이리 예술마을에 있는 모티프원은 전직 기자이자 ‘철없이 사는 것이 목표’라고 말하는 이안수(李安洙, 59)씨가 손님들에게 내주는 공간이다. 백발수염 휘날리며 밝은 웃음으로 맞이하는 이씨를 보면 기분 안 좋던 사람들도 같이 웃을 수 있다. 집주인의 인도를 받아 서재로 들어가면 온 벽면을 가득 메운 책들과 방문객들이 그린 그림, 사진들을 볼 수 있다.

▲거실 한쪽 벽에 놓여 있는 이안수씨 부부 사진. 실제로 보면 한 사진에 두 가지 동작과 표정이 있는데 모두 ‘김치’라고 말하고 있다. 2014년 김장문화를 알리기 위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30명의 얼굴과 함께 전시됐던 작품. 임시로 놓아뒀는데 오시는 손님들이 좋아해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오병돈 프리랜서)
▲거실 한쪽 벽에 놓여 있는 이안수씨 부부 사진. 실제로 보면 한 사진에 두 가지 동작과 표정이 있는데 모두 ‘김치’라고 말하고 있다. 2014년 김장문화를 알리기 위해 광화문 세종문화회관 앞에 30명의 얼굴과 함께 전시됐던 작품. 임시로 놓아뒀는데 오시는 손님들이 좋아해 옮기지 않고 그대로 두었다.(오병돈 프리랜서)

이 집은 뭐든지 다 할 수 있는 자유와 뭐든 하지 않아도 되는 자유가 있다. 서재에서 데굴데굴 구르면서 책을 봐도 되고 위층 옥상에 올라가 시원한 바람을 맞아도 된다. 단 바비큐는 할 수 없다. 그 시간에 사람들과 더 얘기하는 것이 낫다는 게 집주인 생각이다.

에어비앤비 숙소로도 이용되지만, 처음에는 전 세계 예술가들을 위한 아티스트 레지던스(예술인 숙소)로 문을 열었던 곳이다. 세계의 예술가들이 이곳에 묵으면서 많은 작품들을 발표했다. 드라마작가 송지나씨를 비롯해 여행작가 박준씨도 다녀갔다. 작년 말에는 드라마 ‘그녀는 예뻤다’ 의 촬영 공간으로 서재를 내어 주었다.

▲‘집’은 주인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모티프원에는 집주인의 따뜻함과 엉뚱함, 지적인 탐구가 책 구석구석 찻잔 사이사이에 묻어 있다. 집 안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무심한 듯 걸쳐 놓은 정과 기운이 느껴진다.(오병돈 프리랜서)
▲‘집’은 주인의 마음을 담는 그릇이다. 모티프원에는 집주인의 따뜻함과 엉뚱함, 지적인 탐구가 책 구석구석 찻잔 사이사이에 묻어 있다. 집 안 작은 것에서 큰 것까지 무심한 듯 걸쳐 놓은 정과 기운이 느껴진다.(오병돈 프리랜서)

1분 거리의 방이 4시간이 걸리기도 한다. 서재에 내려왔다가 말이 맞는 옆방 손님이나 아랫방 손님들이 만나 토론도 하고 이런저런 사는 얘기를 하다 보면 시간이 훌쩍 지나버리고 만다. 특히 집주인을 만나게 되면 취조(?)당할 각오는 해야 한다. 그는 숙박업을 하면서 매일 살아가는 이유가 손님들로부터 문화충격을 받는 것이란다. 전직 기자라는 것을 잊지 마라. 모든 것을 얘기하게 될 것이다.

(오병돈 프리랜서)
(오병돈 프리랜서)

빌딩 사막 너머에서 찾아낸 조용한 낙원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레몬하우스

숙소 소개 하는 데 너무 거창한가? 진심이다. 경기도 광주시 오포읍, 화가 유영희(柳英熙·69)씨와 남편 한동욱(韓東郁·71)씨가 사는 ‘레몬하우스’는 말 그대로 놀랄 만한 반전을 숨기고 있는 집이다.

고속도로를 달리고 분당 신도시 아파트 골목을 지나다 문득 ‘한적하고 고즈넉한 집이 있기나 한 걸까?’란 생각이 들 때쯤 콘크리트 뚝뚝 잘라놓은 듯 투박한 레몬하우스가 정체를 드러낸다. 집주인 유씨가 대문을 열어 반겨줄 때도 ‘뭘 믿고 이렇게 여유롭게 반기나?’ 싶다. 신발을 벗고 집주인을 따라 나무계단 위를 오른다.

▲레몬하우스는 집주인 부부의 손길에 길들고 다듬어진 공간이다. 곳곳에 유영희씨의 예술 작품들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색이 변한 벽면은 유씨가 직접 롤러를 이용해 칠하기도 한다.(에어비앤비 제공)
▲레몬하우스는 집주인 부부의 손길에 길들고 다듬어진 공간이다. 곳곳에 유영희씨의 예술 작품들이 있는 것은 물론이고 색이 변한 벽면은 유씨가 직접 롤러를 이용해 칠하기도 한다.(에어비앤비 제공)

몸을 돌려 집안 풍경을 눈에 담는 순간! 머릿속에 똬리 틀었던 불만이 사라지는 데 단 0.1초도 걸리지 않는다. 단정하게 벽면을 채운 그림들, 따뜻한 표정의 조각상들, 넓은 창밖으로 보이는 나무와 낙엽들, 실내를 따뜻하게 해주는 벽난로가 조금 전 일상과 완벽하게 분리해주는 묘한 작용을 한다. 조심스레 집안 구석구석 오르내리면서 둘러볼수록 아주 먼 곳을 이동해 여행 온 듯 마음 놓게 해준다.

▲아일랜드 식탁 의자는 직접 재고 짜 맞춰 주문 제작했다.(이태인 기자 teinny@)
▲아일랜드 식탁 의자는 직접 재고 짜 맞춰 주문 제작했다.(이태인 기자 teinny@)

이 집은 유씨의 오랜 친구이자 美 컬럼비아 대학교 교수, 일본인 건축가 쿠도 쿠니오씨가 직접 디자인하고 집을 지었다. 전적으로 쿠도씨의 생각에 모든 것을 맡겼다. 이 집의 매력은 더운 공기와 차가운 공기가 한 공간 안에 공존한다는 것이다. 한마디로 너무 따뜻한 서비스를 요구한다면 이 집의 참모습을 볼 수가 없다. 산이 보이는 곳에서 코끝 시린 느낌도 좋다. 벽난로 앞에 앉아 만화책을 읽거나 소설책을 읽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우선 이 집에서는 음식을 해 먹는 것은 할 수 없다. 쉬러 왔으니 음식도 해먹지 말라는 집주인의 깊은 생각이다. 대신 집주인이 추천하는 맛집에서 청국장과 코다리찜 혹은 오리고기를 사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늘색 낮은 침대가 있는 방은 레몬하우스를 설계한 쿠도 쿠니오 씨가 아끼는 방으로 
방문할 때마다 여기서 묵는다. 위층과 아래층을 연결하는 계단 사이 작은 방이다. 쿠도 씨는 지금 방보다 더 낮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집주인의 설득으로 성인 남성이 서서 머리가 닿을 듯 말 듯한 높이로 설계했다.(이태인 기자 teinny@)
▲하늘색 낮은 침대가 있는 방은 레몬하우스를 설계한 쿠도 쿠니오 씨가 아끼는 방으로 방문할 때마다 여기서 묵는다. 위층과 아래층을 연결하는 계단 사이 작은 방이다. 쿠도 씨는 지금 방보다 더 낮게 만들 생각이었지만 집주인의 설득으로 성인 남성이 서서 머리가 닿을 듯 말 듯한 높이로 설계했다.(이태인 기자 tein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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