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주 많은 친구, 아스파이어 스위치 10 E

입력 2016-02-14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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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에게 노트북은 어떤 의미일까. 보통 재학 기간 동안 많으면 2대, 큰 고장이 없으면 1대의 노트북과 함께 졸업을 한다. 전자 제품이라기보다는 젊은 시절을 추억할 수 있는 친구 같달까. 그래서 노트북을 사는 일은 새로운 친구를 사귀는 것 만큼이나 고민스럽다. 그 고충을 알기에 대학 시절, ‘공대오빠’는 아니지만 노트북 좀 아는 선배로서 후배(주로 여학생)에게 필요한 노트북을 추천해주곤 했다.

그때의 심정으로 에이서 아스파이어 스위치 10 E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갈 생각이다. 솔직히 처음엔 별 기대 없었다. 서피스 프로 3 사용자가 지닌 상대적 우월감을 이 녀석이 뛰어넘진 못할 것 같아서다. 그런데 웬열. 아스파이어 스위치 10 E(이하 아스파이어 스위치)는 재주 많은 친구였다.

1. 본체 – “미안, 생각보다 무겁지?”

키보드와 본체를 합친 무게는 1.19kg으로 꽤 무거운 편이다. 다행인건 키보드 분리 후 본체 무게만 따지면 630g이라는 사실. LG 그램이 15인치에 980g인 것과 비교하면 10.1인치 아스파이어 스위치의 무게는 과체중으로 보일 수 있다. 하지만 32만 3500원(2월 12일 32GB 모델 기준)이라는 저렴한 가격을 고려하면 너그럽게 수긍이 된다.

재질은 플래스틱에 겉면은 명동 꿀타래가 떠오르는 텍스타일(textile)이다. 미끄럽지 않아서 그립감이 좋지만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디자인이다.

본체 우측에는 차례대로 전원 버튼, 볼륨 조절 버튼, 윈도우 버튼이 있다. 세 버튼 모두 거의 돌출되어 있지 않아 누르기 불편하다. 전원 버튼과 윈도우 버튼은 상대적으로 사용 빈도가 낮아서 불편함을 느낄 겨를이 없다. 하지만 볼륨 버튼은 자주 사용하는데, 잘 눌리지 않아 자꾸 손톱으로 누르게 된다. 본체 크기를 조금이라도 작게 만들기 위한 의도인건 알겠지만 디자인 보다는 사람이 먼저다.

윈도우 로고가 새겨진 ‘시작’ 버튼은 두가지 기능을 한다. 먼저 데스크톱 모드에서 윈도우 버튼을 누르면 시작 메뉴가 뜬다. 태블릿 모드에서는 홈 화면으로 돌아간다. 아직 터치 화면에 익숙지 않은 사용자를 위한 배려다. 화면 하단에 소프트 버튼이 있기 때문에 실제로는 사용할 일이 거의 없다.

좌측에는 마이크로 SD카드, 헤드폰 잭, HDMI 포트, 충전단자가 있다. 확장성은 크기와 가격대를 고려했을 때 합격점.

2. 다양한 모드 – 네 가지 태세 전환

아스파이어 스위치는 본체와 키보드가 분리된다는 특징을 이용해 네 가지 모드로 변신할 수 있다. 각 모드의 특징을 살펴보자.

노트북 모드 – 화면을 최대 각도인 130도 정도로 기울이면 모니터 무게를 감당하지 못하고 뒤로 넘어간다. 순간 러버덕의 ‘쿵해쪄’짤이 떠올라서 귀여워 보였지만 진지하게 생각하면 이건 에이서의 치명적인 실수다.

패드 모드 – 10.1인치의 화면은 읽기 용도로 적절하다. 처음엔 호수와 같이 넓은 베젤을 보고 놀랐으나 사용해보니 오히려 좋았다. 왠지 구형 아이패드의 향기가 느껴지더라. 손에 쥐고 보기에 딱 맞는 크기다. 베젤이 얇아지면 미적으로 훌륭할 수 있지만 잡기엔 불편해지기 마련이다.

텐트 모드& 디스플레이 모드 – 본체를 반대편으로 뒤집어서 키보드와 결합하면 디스플레이 모드, 결합된 상태에서 다시 A자로 거꾸로 세워놓으면 텐트 모드가 된다. 두 모드는 영상 감상을 하기에 편하다. 또, 이 두 가지 모드에서는 키보드가 자동 잠금 상태가 되는 스마트함을 보여준다. 에디터는 주로 pooq이나 유튜브를 보는 데 사용했다. 텐트 모드는 생각보다 편하다. 대신 화면 밝기는 아쉬웠다. 생각보다 디스플레이 휘도가 높지 않다.

3.디스플레이-너 좀 어두운 면이 있구나?

에이서를 구매하고 옵션을 세팅 중이라면 가장 먼저 설정에 들어가 ‘조명이 변경될 때 밝기 자동 변경’을 끄자. 개인적으로 언제나 최대 밝기를 유지할 것을 권하고 싶다.

화면 밝기는 0%부터 100%까지 10%씩 조절할 수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밝기는 이렇게 어두워도 되나 싶을 정도로 어둡다. 어두운 친구는 사랑으로 감싸 안아주자는 마음으로 언제나 100%로 설정하자.

4.키보드-할 줄 아는 게 많구나?

키감을 중요하게 생각하는 편이라 새 메모장을 만들고 이것저것 두드려봤다. 키감이 나쁘지 않지만 그렇다고 쫀득한 느낌은 아니다. 소음이 적은 건 장점. 키압이 조금 높은 편이라 누를 때 살짝 힘이 들어간다.

키의 크기는 많이 작다. 본체가 10.1인치인 것을 감안하면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다. 처음 쓰면 손이 큰 사람은 불편할 수 있겠다. 특히 가장 상단 열에 있는 ESC F1 F2 라인은 아주 작다. 작은 키보드에 모든 걸 다 넣어 그렇다.

키보드 우측에는 한 개의 USB 포트가 있다. 마우스와 키보드를 꽂을 수 있고 스마트폰을 충전할 수도 있다. 본체와 키보드가 연결된 ‘노트북’ 상태에서만 작동한다.

5. 성능 테스트- 훗, 좀 놀 줄 아네

하스스톤, Pooq, 유튜브, MS워드를 실행해봤다.

하스스톤은 아주 쾌적하게 구동된다. 아스파이어 스위치는 터치가 되기 때문에 하스스톤을 할 때는 무거운 키보드를 떼어버려도 좋다. 훌륭한 하스스톤 머신이다.

디스플레이와 텐트 모드는 영상을 시청하는 사용자를 위한 모드니까 유튜브와 pooq 같은 동영상 재생 위주로 실행해봤다. 둘 다 엣지 브라우저에서 실행했다.

먼저 유튜브에서 움직임이 많은 영상을 실행했다. 여자친구의 시간을 달려서 안무 영상(1080p)을 봤다. 끊김없이 깨끗하게 잘 재생된다.

4K 영상으로는 에이핑크의 미스터츄를 감상해 보았다. 좋은 유튜브 머신이 생겼다. pooq 역시 버퍼링 없이 잘 재생됐다. 특히 텐트 모드와 궁합이 좋았다. 설거지를 하거나 침대 위에서 빈둥거릴 때 텐트 모드와 디스플레이 모드 기능은 유용하다.

아스파이어 스위치는 MS 오피스 365 기간 한정 라이선스를 제공한다. 그렇다면 MS워드를 실행해봐야지. 그런데 문제가 발생했다. 한 페이지도 못 썼는데 버퍼링이 걸리기 시작한다. 그러니까 키보드 위의 내 손은 동작을 멈췄는데 모니터의 글자는 아직도 입력 중이다. MS 오피스를 제공하지만 아스파이어 스위치는 이를 감당하지 못한다. 아무래도 그냥 메모장에 써야 할 것 같다.

현재 인터넷에서 최저 가격이 32만 3500원(2월 12일 기준)인 것을 감안하면 아스파이어 스위치는 여러모로 적절한 선택지다. 100만 원을 훌쩍 넘는 서피스가 부담스럽다면 말이다. 다만, 기존에 태블릿을 가지고 있다면 자칫 용도가 겹칠 수 있기에 추천하지 않는다. 영상 보기와 인터넷을 주로 하는 라이트 유저에게는 추천할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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