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민화 칼럼]연속 기업가정신(Serial Entrepreneurship)

입력 2016-02-15 11:01 수정 2016-02-16 1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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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화 벤처기업협회 명예회장

기업가정신은 이제 개별 기업의 차원을 넘어 산업 생태계 차원으로 승화하고 있고, 그 중심에 연속 기업가정신(serial entrepreneurship)이 있다. 창업은 성공 혹은 실패로 이어진다. 성공한 기업가는 연속 기업가로 벤처 생태계를 더욱 기름지게 만들고, 실패 기업가는 재도전을 통하여 성공으로 가는 것이 창업 국가의 지향점이다. 창업 활성화는 재성공과 재도전의 순환으로 가능해진다. 이제 성공한 기업가가 성공을 나누는 과정과 실패한 기업가가 재도전하는 두 가지 방향으로 기업가정신의 확장을 살펴보고자 한다.

성공한 기업이 단일 기업의 성공으로 그치지 않고 생태계 전반으로 성공을 나누는 과정이 창업 국가로 가는 2단계 진화 과정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몇 가지 국내외 사례를 제시하고자 한다.

미국 남부 텍사스주의 인구 150만 명의 도시 오스틴(Austin)에서 1989년 IBM의 직원 4명이 스핀오프해 티볼리(Tivoli)라는 소프트웨어 기업을 창업했다. 1996년 IBM에 7.5억 달러에 인수된 후, 티볼리의 인재들이 대량 벤처창업에 나서 Motive, Spiceworks 등 무려 26개의 스핀오프 창업이 이루어졌다. 26개 회사 중 실패는 2곳에 불과했다. 회수한 기업인 중 10명 이상은 벤처 투자가가 되어 신규 창업자들을 지원하고 있다. 또한 10명 이상은 재창업을 했고, 이들이 포함된 창업 성공률은 47%로, 일반 성공률 27%보다 월등히 높았다. 오스틴이 자랑하는 SXSW(South by South West)축제가 음악에서 소프트웨어로 진화하게 된 역사가 촉발된 이야기다.

세계 최대 상거래 결제서비스 회사로 성공한 페이팔이 e-Bay에 매각된 후 창업 멤버들은 부에 안주하지 않고 연속 기업가의 길로 재도전을 시작했다. 이들이 세운 창업회사 가운데 10억 달러 이상의 가치를 지닌 유니콘이 무려 7개나 된다. 엘런 머스크의 ‘테슬라’와 ‘스페이스엑스’, 리드 호프먼의 ‘링크트인’, 스티브 첸, 채드 헐리, 자웨드 카림의 ‘유튜브’, 제러미 스토플먼, 러셀 시먼스의 ‘옐프’, 데이비드오 삭스의 ‘야머’, 그리고 피터 틸의 ‘팰런티어’들을 소위 페이팔 마피아라 통칭하고 있다. 이런 마피아들이 기업을 넘어 산업을 풍요롭게 하여 양질의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는 것이다. 페이팔로부터 파생된 모든 기업의 가치를 모으면 30조 원이 넘는다.

한국에도 메디슨으로부터 파생된 기업이 100개가 있고 이 중 16개 회사가 상장하고 메디슨 본사를 제외한 기업가치가 6조 원을 넘어서고 있다. 메디슨의 등장 이후 한국 의료기기 산업의 성장률이 연간 7%에서 21%로 성장한 사례는 연속 기업가의 중요성을 입증하고 있다.

이제, 1세대 벤처인들이 창업 기업을 지원하는 액셀러레이터 사업에 대거 참여하고 있다. 카카오의 김범수, 프라이머의 권도균, 퓨처 플레이의 류중희, 본 엔젤스의 장병규, 패스트트랙 아시아의 신현성, 더벤처스의 호창성, 문지원 등이 대표적 사례들이다. 이들의 등장이 제2 벤처 붐의 핵심 동력이기도 하다. 창업한 기업인들이 즐겁게 재창업을 하거나, 창업을 지원하는 역할이 창업 대국의 필수 요소다.

이제 단일 기업을 넘어 산업 생태계를 이끄는 승화된 연속 기업가정신이 요구된다. 아직도 한국에서 성공한 기업인들은 전면에 대리인을 내세우고 뒤로 숨는 경향이 있다. 결국 단일 기업 성공의 한계를 넘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성공을 나누기 위하여, 성공한 기업인이 더 많은 성공 기업인을 만드는 롤모델 역할을 하고 성공 방정식을 전파하고, 성공을 나누는 멘토의 역할을 하고, 창업 기업에 투자를 하는 선순환 개념의 연속 기업가가 많아져야 대한민국 기업 생태계가 풍성해질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기업인들이 정책과 교육 분야로까지 역할을 확대하는 것이 궁극적인 기업가정신 대국으로 가는 길이고,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대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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