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현대그룹, 현대증권 매각 의지 있나

입력 2016-02-15 11:03 수정 2016-02-17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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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윤주 금융시장부 기자

“은행이 주택담보 대출을 하면서 담보를 잡고, 담보에 대해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이 일반적인가요?”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우선매수청구권(ROFR·Right of First refusal)을 유지하는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묻자 KDB산업은행 관계자가 한 말이다.

이 관계자는 우선매수청구권이 여전히 남아 있는 채 매물로 나온 현대증권을 진성매각으로 본다면서도 현대그룹이 현대엘리베이터 주주에 대한 배임을 근거로 우선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논리에 동의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산업은행은 채권단이므로 원칙적으로 기업이 자기 자산에 대해 우선 매수청구권을 행사하는 것에 대해 관여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산업은행은 현대그룹의 우선매수청구권 보유에 대해 공식적으로 반대하지 않고 있다. 그러나 속으로는 탐탁지 않게 여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우선매수청구권이 있는 인수합병 거래는 시장에서 꺼려 한다. 인수후보자가 실사에 따라 합리적으로 가격을 제시해도 우선매수청구권을 보유한 곳이 가져가는 것을 막기 위해 매각가를 높여쓰거나 법적 분쟁 가능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지난해 매각이 마무리된 메가박스가 대표적이다. 중국 오리엔트스타캐피탈이 인수하겠다며 5700억원을 제시하자 제이콘텐트리가 메가박스 지분 우선매수청구권을 활용해 메가박스 대주주인 맥쿼리펀드 측과 분쟁을 벌인 바 있다. 당시 제이콘텐트리는 오리엔트캐피탈이 적절한 인수후보자가 아니라며 홍콩상사중재원에 중재 소송을 신청했다.

이렇다 보니 현대그룹의 우선매수청구권을 두고 인수후보자들이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시장에서 현대그룹 진정성에 의심을 보내는 것은 당연하다.

현대상선이 현대증권 공개매각을 결정했을 때 시장에서 기대했던 것은 우선매수청구권과 콜옵션 없는 완전한 공개매각이었다. 현대그룹이 현대증권 매각을 정말 원한다면 좀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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