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 본점 위치 때문에 ‘거래소 지주회사 전환’ 물건너 가나

입력 2016-02-16 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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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개정안 2월 임시국회 통과 불투명…사실상 폐기수순

한국거래소를 지주회사로 전환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이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정치권의 대립으로 국회 통과가 무산될 가능성이 커졌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않으면 사실상 자동폐기 수순을 밟을 것으로 관측되기 때문이다.

16일 금융투자업계와 국회 등에 따르면 국회 정무위원회 여야 의원들은 18일 법안심사소위원회를 열고 대부업 이자제한법과 기업구조조정 촉진법을 처리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거래소를 지주회사로 바꾸고 코스피·코스닥·파생상품 시장을 개별 자회사 형태로 분리하는 내용을 담은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여야 간 이견으로 18일 정무위 법안소위 상정 자체가 불투명하다.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이진복 의원 등 새누리당 의원 20명이 지난해 9월 발의했다. 개정안은 애초 본문에 지주회사로 전환되는 거래소 본점을 부산에 둔다는 내용을 담고 있었다.

그러나 야당 의원들이 민간회사인 거래소의 본점 소재지를 법률에 넣어 강제하는 것이 이례적이고 부적절하다고 문제를 제기해 정치적 쟁점으로 비화됐다. 이에 정부와 여당은 개정안에서 본점 조항을 없애는 대신 거래소 정관에 부산 본사 소재 규정을 넣는 방식으로 절충을 시도했다. 그러나 이번에는 부산 지역 의원과 시민단체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논의는 교착상태에 빠졌다.

이에 연내 지주회사로 전환한 뒤 내년 기업공개(IPO)에 나서겠다던 거래소 계획도 기약 없이 연기될 가능성이 커졌다. 4월 총선을 앞두고 3월 임시국회 개최가 어려워 이번 기회를 놓치면 19대 국회 만료에 따라 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사실상 자동폐기 수순을 밟기 때문이다. 국회 관계자는 “2월 임시국회가 열렸지만 4월 총선을 앞두고 의원들이 지역구 활동에 전념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여야 간 의견 대립이 있는 쟁점법안은 임시국회 통과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 같은 정치권의 대립으로 연내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이 백지화된다면 글로벌 경쟁력을 강화할 ‘골든타임’을 놓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실제 거래소의 지주회사 전환과 기업공개가 이뤄지지 않은 나라는 한국과 슬로바키아 두 곳뿐이다. 일본은 2013년 도쿄와 오사카거래소를 지주회사 형태로 통합해 상장한 뒤 싱가포르, 대만 등과 교차거래를 확대하며 자본시장 규모가 커지고 있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정치적 이유로 중요한 법안 사항이 처리되지 못하는 것은 안타까운 현실”이라며 “이는 결국 자본시장 전체에 대한 비용을 증가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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