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이사장 인맥을 둘러보면 재무부 경제관료 출신 인사들이 가장 두드러진다. 증권거래소와 통합 한국거래소를 포함해 총 26명의 거래소 이사장 중 절반에 가까운 11명이 재무부 출신이다. 2대 윤인상 이사장을 비롯해 △6대 서재식 △10대·14대·15대 김용갑 △16대 이두희 △21대·22대 홍인기 △24대 강영주 등 이제는 증권시장 원로 인사로 꼽히는 이들 상당수가 재무부 관료출신 경력을 갖고 있다. 재무관료로 분류하기는 어렵지만 20대 고병우 전 이사장도 관료출신이며 통합거래소 출범 이후 1대 이영탁, 2대 이정환, 4대 최경수 현 이사장 모두 관료출신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전문인력이 부족했던 과거에는 일부 ‘경제엘리트’ 인사들이 민관을 두루 오가며 각종 중책을 수행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면서 “특히 정부조직에서 일해본 이사장들의 ‘큰 그림’은 초기 거래소를 비롯한 증시 각 기관이 자리를 잡는 과정에서 도움이 됐다”고 평가했다.
경제관료 다음으로는 한국은행 출신 인사들이 눈에 띈다. 역대 이사장 가운데는 3대·8대 이사장인 박승준, 7대 방인영, 17대 윤승두, 18대 김건 등 총 4명의 이사장이 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는 1983년~1988년 장수했던 김 건 이사장이다. 1951년 한국은행에 입행한 김 전 이사장은 거래소 이사장 임기를 마친 뒤 한은으로 돌아가 4년간 총재를 지내기도 했다.
11대 이명재, 12대 김영근, 13대 이동수 이사장 재임기간은 증권거래소 역사상 ‘암흑기’로 분류된다. 쿠데타로 집권한 공화당정부가 내려 보낸 이동수씨는 육군 경리감, 이명재씨는 헌병감출신이었다. 증권파동을 통해 탄생한 공화당은 애초부터 증권시장을 자본시장 육성의 핵심이라기보다는 감시와 통제의 대상으로 봤다. 자유당 청년부장 출신 김영근 전 이사장에 대한 평가는 특히 좋지 않다. 그는 독직사건에 휘말려 거래소 이사장으로서 구속되는 불명예스러운 기록을 남겼다.
시장 초기에는 민간업계 출신 인사가 거래소 이사장에 오른 사례도 많았다. 1대 유찬, 5대 주기식 이사장은 각각 은행업계 출신이고 4대 이선희, 9대 홍순봉 이사장은 각각 증권업계 출신 인사다. 민간 출신 이사장의 계보는 2009년 키움증권 부회장이었던 김봉수 전 이사장이 통합거래소 3대 이사장에 취임할 때까지 수십 년 동안 명맥이 끊겼었다.
순수 거래소출신 첫 이사장이 나온 것은 개소 44년 만인 1999년 일이었다. 자본시장의 핵심 기관이면서도 설립이래 외부인사들로만 수장이 채워졌던 거래소에서 공채 출신 이사장이 탄생한 것은 거래소 안팎에서 고무적인 일이었다고 전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