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졸 출신의 40대 직장인 A씨는 최근 법원에 개인회생을 신청했다. 2년째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월 160만원의 급여를 받지만, 은행·카드사·대부업체 등에 진 빚이 6400만원을 육박했기 때문이다. A씨는 보증금 없는 월세 40만원의 임차주택에 5년간 거주하며 맞벌이 부인과 아등바등 살아왔지만, 하나 있는 아이를 키우기도 쉽지 않았다.
오수근 이화여자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의 '개인회생절차 이용실태에 관한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A씨는 개인회생제도의 평균 신청자다. 개인회생은 일정한 소득은 있지만, 빚이 많아 갚기 어려운 사람이 3∼5년간 일정한 금액을 갚으면 나머지 채무를 면제해주는 제도다.
오 교수는 최근 개인회생제도 실태에 대한 법무부의 연구의뢰를 받고 지난 2009년부터 2015년까지 법원에 접수된 개인회생신청서 212건을 분석한 뒤 보고서를 제출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개인회생제도는 지난 2006년 시행된 이래 2014년 말까지 총 69만여명이 이용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체 신청자들은 평균적으로 5년간 전체 빚의 51%를 갚고 나머지인 2460여만원을 면제받겠다는 변제계획을 법원에 제출했다.
성별은 2:1의 비율로 남성이 많았는데, 특이한 점은 젊을수록 여성 신청자의 비율이 높았다. 또 가구당 인원수가 많을수록 개인회생을 신청할 확률이 높아졌고, 이혼자가 신청할 확률은 작은 반면 미혼자는 기혼자보다 개인회생을 신청할 확률이 3배 이상 높았다.
개인회생 절차에 걸리는 시간은 2011년 307일에서 지난해 211일로 점차 단축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개인회생 절차는 크게 △개시신청 △개시결정 △변제계획 인가결정 순으로 나뉘는데, 개시신청만으로는 권리행사를 금지하는 효과가 없으므로 개시결정을 받는 것이 중요하다. 보고서에 따르면 신청일로부터 개시결정일까지는 약 70일, 개시일로부터 인가일까지는 약 90일 정도 소요됐다.
연구를 진행한 오 교수는 "개인회생 신청자의 표준은 우리나라 중산층의 아래 쪽에 위치한 전형"이라며 "개인회생은 채무자는 물론 사회 전체에 도움이 되는 제도이며 우리나라 중산층을 떠받치는 매우 중요한 기능을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