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워드로 보는 경제 톡] 늘어나는 친족범죄, 경제성장의 ‘검은 그림자’

입력 2016-02-16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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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에게 학대당한 뒤 숨을 거둔 큰 딸(당시 7세)의 시신이 16일 광주시 한 야산에서 발견됐습니다. 5년전 차가운 땅에 암매장된 아이의 시신은 백골이 돼 있었습니다.(연합뉴스)
▲어머니에게 학대당한 뒤 숨을 거둔 큰 딸(당시 7세)의 시신이 16일 광주시 한 야산에서 발견됐습니다. 5년전 차가운 땅에 암매장된 아이의 시신은 백골이 돼 있었습니다.(연합뉴스)

# 초등학생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하고, 계모와 함께 시신을 훼손해 냉장고에 유기한 아버지.
# 중학생 딸을 학대해 숨지게 하고, 1년 동안이나 집안에 반미라 상태로 방치한 목사부부.
# 7살 딸을 폭행해 숨지게 하고, 지인들과 야산에 시신을 암매장한 어머니.

예로부터 자식 잃은 부모는 창자가 끊어질 듯 한 고통을 느낀다고 했습니다. 하지만 이들은 8000 겁으로 이어진 천륜(天倫)을 저버리고 제 손으로 자기 자식을 죽음으로 내몰았습니다. 단장(斷腸)의 고통은 없었습니다. 아버지는 아들의 시신을 유기한 뒤 계모와 함께 치킨을 시켜먹었고, 목사는 반미라가 된 딸 옆에서 자신의 SNS에 가족사진을 올렸습니다.

범죄행각이 드러난 후에도 그들은 참 뻔뻔했습니다. ‘금수(禽獸)만도 못 한 인간’이란 사람들의 손가락질에도 죄를 뉘우치기는커녕 “때릴만한 이유가 있었다. 나도 맞고 자랐다”며 변명만 늘어놨죠.

“가족까지 죽이다니…. 언제부터 사람들이 이렇게 잔인해졌지?”

기사를 보면서 이런 생각하셨을 겁니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통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발생한 938건의 살인사건 가운데 3분의 1(27.9%)이 친족 간에 벌어졌습니다. 모르는 사람(26.7%)보다 더 무섭습니다. 13세 미만 아동을 대상으로 한 성폭력 범죄도 친족 간 비율이 13%나 된다 하네요. 이웃ㆍ지인(19.3%)과 큰 차이가 없습니다.

▲주요 형법범죄 유형별 발생비 추이(2005~2014년)(출처=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
▲주요 형법범죄 유형별 발생비 추이(2005~2014년)(출처=대검찰청 ‘범죄분석통계’)

살인, 강간 등의 강력범죄는 경제와 관련이 있습니다. 키워드는 ‘가난’입니다. 우리나라는 6.25전쟁 이후 다섯 번의 경제개발 5개년 계획을 통해 한강의 기적을 이뤘습니다. 1953년 477억원에 불과하던 명목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14351조원으로 3만배 넘게 늘었고요. 1960년대부터 1990년대까지의 연평균 경제성장률은 10%에 달할만큼 ‘경제적 황금기’를 보냈습니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부(富)와 빈(貧)이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끼니를 거르고, 폐병을 참아내며 쉴 틈 없이 재봉틀을 돌렸지만 ‘돈이 돈을 낳는’ 소득 불평등은 더 심해졌죠. 사회 양극화에 대한 경고음이 끊임없이 울렸지만 그럴수록 사람들은 성장에 더 집착했습니다. ‘분배’란 단어는 먹고 사는 데 필요 없는, 걸림돌 같은 존재였으니까요. 그래서 당시엔 돈을 훔치는 경제 범죄가 대부분이었습니다.

하지만 1990년대 말 외환위기부터 범죄는 잔인해지기 시작합니다. 실업과 파산 등으로 가족이 해체되면서 살인, 강도, 강간과 같은 흉악 범죄가 늘기 시작한 거죠. 한국개발연구원(KDI)에 따르면 1990년대까지 1만건 수준을 유지하던 강력범죄(살인ㆍ강도ㆍ강간ㆍ방화)는 1997년을 전후로 급격히 증가하기 시작해 지난 2014년 3만4000건을 넘어섰습니다. 24년 만에 세 배 넘게 늘었죠.

지금도 별반 다르지 않습니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행복하지 않습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서 발표한 한국의 삶의 만족도는 10점 만점에 5.8점에 불과합니다. 34개 회원국 가운데 27위죠. 특히 ‘공동체’ 항목은 최하위입니다. 헬조선, 수저계급론, 계룡품절(개천에서 용나는 시대는 지났다)과 같은 신조어들은 오늘날의 대한민국을 대변합니다.

결국, 무한경쟁의 끝자락에 내몰린 사람들은 인간을 사물화합니다. 잔혹성의 수위는 높아지고, 죄의식은 점점 옅어지죠. 세초에 발생한 3건의 친족범죄도 이 때문입니다. 자식을 제 손으로 죽인 부모들은 아이들을 ‘인간’이 아닌 ‘소유물’로 여겼습니다.

▲경제협력개발기구ㆍ통계청(연합뉴스)
▲경제협력개발기구ㆍ통계청(연합뉴스)

엄격한 계급제 사회였던 조선시대에는 25년마다 민란(民亂)이 일었습니다. 탐관오리의 수탈과 횡포를 심판하기 위해 백성들이 힘을 모은 거죠. 양반과 평민, 노비의 신분은 여전했지만 민초들은 그 속에서 나름의 경제적 균형을 지키며 살아왔습니다.

친족범죄에 눈감고 계신가요? 잔인하지만 받아들여야 할 2016년 대한민국의 현실입니다. 우리가 균형과 분배에 목소리를 모으지 않는다면 이 같은 반인륜 범죄는 계속될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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