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리 CSR 칼럼]페이스북의 사회공헌 프리베이식스, 절반의 실패

입력 2016-02-16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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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대권 한국SR전략연구소(코스리) 부소장

페이스북과 페이스북의 창립자 주커버그가 공을 들여온 CSV(공유가치창출) 프로그램이 인도에서 좌절을 맛봤다.

페이스북과 주커버그는 2013년 8월 “세계를 연결하겠다”는 미션을 내세우며 무료 인터넷 보급 사업을 선언했다. 페이스북의 사회공헌, 혹은 CSV(공유가치창출)라고 볼 수 있다. 프로젝트의 이름은 인터넷닷오아르지(internet.org), 프로젝트의 모든 것이 이 이름에 담겨 있다.

전 세계의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겠다는 미션은 원대하다. 특히 개발도상국에 거주하는 10억 명의 인구에게 인터넷 접속을 제공하겠다는 목표는 구체적이다. 많은 전문가들은 개발도상국에서 인터넷의 활용이 빈곤타파와 건강증진, 교육, 일자리 창출 등에 중요한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그러나 현지시간으로 지난 8일, 인도의 통신규제당국(TRAI)은 인터넷닷오아르지의 프로그램 중 하나인 무료접속 서비스 프리 베이식스를 불허하기로 결정했다. 지난 해 2월 서비스를 시작해 이미 인도에서만 1500만 명이 프리 베이식스를 사용하고 있는 상황에서의 결정이었기에, 페이스북과 주커버그의 충격은 컸다. 지난 해 말 이집트에서도 프리 베이식스가 폐쇄된 바 있었기에 그 충격은 더 컸을 것이다.

언뜻 생각하면 이해가 되지 않는다. 저소득 계층에게 무료로 인터넷을 쓸 수 있게 해준다는데, 거절을 당하다니 말이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사회공헌과 CSV(공유가치창출)에 대한 인도 당국의 거절은 몇 가지 중요한 시사점을 담고 있다.

첫 번째, 사회공헌을 비즈니스에 이용하려는 시도가 가진 한계를 이해해야 한다. ‘사회공헌을 통해 기업의 가치를 높이자’는 주장은 설득력이 있다. 그러나 여기에서 말하는 ‘기업의 가치’를 단기간의 재무적 이익이나 비즈니스 기회의 확대로 좁게 해석하는 순간 한계에 봉착한다.

페이스북의 무료 인터넷서비스에 제동이 걸린 이유는, 이 서비스가 페이스북의 비즈니스 확대에 도움이 되는 서비스들만 선별적으로 제공하면서 경쟁 서비스들을 배제하거나 저품질로 제공했기 때문이다. 기술적으로 보자면 망중립성 원칙에 어긋난 방식이고 사회공헌의 측면에서 본다면 사회공헌을 핑계로 인도의 인터넷 시장을 선점하려다 망신을 당한 것이다.

사회공헌을 잘 하면 임직원을 중심으로 기업의 조직문화가 좋아지고, 이해관계자들의 평판이 좋아져 장기적으로 기업의 가치가 상승할 것이라는 주장에는 이견이 없다. 그러나 기업의 비즈니스를 우회적으로 돕기 위해 사회공헌을 할 경우, 성과에 대한 기대를 낮추는 것이 현명하다.

두 번째, 사회공헌과 비즈니스의 근본적인 차이는 결국 받는 사람의 입장을 중심에 두는가에 있다.

한국의 복지제도와 기타 공공서비스에 대해 비판할 때 가장 많이 등장하는 용어 중 하나는 ‘공급자 중심주의’다. 공공서비스가 서비스의 최종적인 사용자의 편리와 입장에서 기획되는 것이 아니라 공급자의 편리에 입각해 기획되고 전달된다는 것이다. 그러니 복지서비스의 제공을 받으면서 사용자의 불합리가 증대된다. 비슷한 지적을 페이스북도 받았다.

블로터의 보도에 따르면, 인도의 이공계 교수들은 프리베이식스를 보급하려는 페이스북을 초콜릿 기업에 비유했다. 페이스북이 인도에서 하고자 하는 바가, 인도에 기본 식량을 공급하겠다면서 자신들의 초콜릿 상품을 먹이려고 하는 기업과 같다는 것이다. 초콜릿이 기본 식량이 될리는 만무하다. 하지만 자신들이 제공하고 싶은 것이 초콜릿이니 초콜릿을 제공하겠다고 하면 서비스의 최종이용자들이나 이들의 건강을 책임지는 의사들이 이를 환영할 수 없다.

세 번째, 당사자 권리에 대한 이해의 문제이다. 사회공헌은 일종의 무료 서비스이다. 이 서비스가 서비스 이용자의 권리 증진과 자기 결정력 강화에 도움이 되는 방향으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전혀 엉뚱한 문제가 생긴다. 서비스에 대한 이용자의 의존도만 높이는 결과로 작동할 수 있기 때문이다. 사회공헌 서비스는 초기의 기획단계부터 서비스 이용자의 탈-서비스 전략을 고민해보아야 한다.

이는 단순한 ‘경제적 자립’의 문제만은 아니다. 서비스 이용자의 정치사회적 권리를 증진시킬 수 있는 철학적인 배경과 노력이 서비스의 기획에 포함되어야 한다는 의미이다. 이는 ‘지원 2년 후엔 지원을 종료할 테니 그때까지 알아서 자립하라’는 무책임과는 다른 의미이다.

페이스북은 프리베이식스로 인해 ‘편향된 서비스 의존도가 증대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될 때 ‘인터넷이 없는 것보단 낫다’는 논리를 제시하곤 한다. 이런 관점에서라면 서비스 이용자의 인터넷 사용권을 확대할 수는 있겠지만, 서비스에 대한 선택권은 확대할 수 없을 것이다. 페이스북의 마크 앤드리슨 이사는 인도 당국의 결정을 두고 “수십 년 동안 반(反)식민주의가 인도국민에게 경제적 재앙”이라는 글을 자신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려서 전 세계적인 비난을 샀는데 권리관점의 부재가 페이스북 전체의 일관된 문제인 것은 아닌지 우려하게 된다.

눈여겨 볼 것은, 인도에서의 교훈을 페이스북이 어떻게 내면화하는가이다. 인도는 매력적인 시장이다. 인도 인구의 60%가 아직 인터넷을 자유롭게 활용하고 있지 않으니 미래의 큰 시장이다. 그래서 페이스북만이 아니라 구글과 MS도 인도에서 무료 혹은 저가 인터넷을 제공하고 있다. 인도는 그나마 페이스북의 호의에 길들여지지 않을 수 있는 나름의 저력이 있다는 얘기다. 만약 인도에 비해 여러 가지 기반이 취약한 다른 국가에서 페이스북이 같은 시도를 할 계획이라면 인도에서의 경험을 더 진정성 있게 고민해보아야 한다. 인터넷의 사용환경을 넓혀 인권을 확장하겠다는 의도가 페이스북에 대한 전 세계의 의존도를 높이겠다는 실천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말이다.

잘 하는 사회공헌, 공유가치창출(CSV)이 무엇일지 많은 토론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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