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물산의 한 신입사원이 "회사가 냄비 속 개구리와 같다"고 비판한 사직서가 인터넷 상에서 큰 화제가 되고 있다.
이 사직서는 5월 2일 제출된 이후 삼성물산의 사내게시판 '싱글'에 올려진 뒤 확산되었으며, 파장이 일자 회사측에 의해 현재 삭제한 상태다.
이 신입사원은 "1년을 간신히 채우고, 그토록 사랑한다고 외치던 회사를 떠나고자 한다"며 "다른 직장이 정해진 것도 아니고 공부를 할 계획도 없지만 퇴사가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고백했다.
그는 이어 "회사에 들어오고 나서 이해할 수 없는 일들이 참 많았다"며 "술들은 왜들 그렇게 드시는지, 결제는 왜 법인카드로 하시는지, 전부 다 가기 싫다는 회식은 누가 좋아서 그렇게 하는 것이냐"고 반문했다.
그는 특히 "상사라는 회사가 살아남으려면 (기업)문화는 유연하고 개방적이고 창의와 혁신이 넘치고 수평적이어야 하며, 제도는 실력과 실적만을 평가하는 냉정한 평가 보상 제도를 가지고 있어야 하고, 사람들은 뒤쳐질까 나태해질까 두려워 미친 듯이 일을 하고 공부를 한다"고 소신을 적었다.
그러나 "도대체 이 회사는 무얼 믿고 이렇게 천천히 변화하고 있는지, 어떻게 이 회사가 돈을 벌고 유지가 되고 있는지 저로서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었다"고 털어놨다.
그는 또한 회사생활을 통해 "집단 윤리 수준이 개인 윤리의 합보다 낮다는 명제도 이해하게 됐으며, 막스 베버의 '관료제 이론'이 얼마나 위대한 이론인지도 깨닫게 됐다"고 지적했다.
더불어 "당연한 이야기라고 생각하던, 코웃음 치던 조직의 목표와 조직원의 목표는 일치하지 않는다는 대리인 이론을 정말 뼈저리게 느끼게 됐다"고도 토로했다.
그는 특히 "가장 실감나게 다가오게 된 이야기는 '냄비 속 개구리'의 비유였다"며 "개구리를 냄비에 집어넣고 물을 서서히 끓이면, 개구리는 적응하고, 변화한답시고, 체온을 서서히 올리며 유영하다가 어느 순간 삶아져서 배를 뒤집고 죽어버리게 된다"고 주장했다.
이어 "냄비를 뛰쳐나가는 변혁이 필요한 시기에 그때 그때의 상황을 때우고 넘어가는 변화를 일삼으면서 스스로에게는 자신이 대단한 변혁을 하고 있는 것처럼 위안을 삼는다면 죽을 수 밖에 없는 운명"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도한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월급쟁이 근성을 버려라 하시는데.. 월급쟁이가 되어야 살아남을 수 밖에 없는 구조와 제도를 만들어놓고 어떻게 월급쟁이가 아니기를 기대느냐"고 반문하고 "상사인이 되고 싶어 들어왔는데, 회사인이 되어 간다"고 토로했다.
그는 마지막으로 "제 동기들은 제가 살면서 만나본 가장 우수한 인적 집단"이라며 "제발 저의 동기들이 바꾸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 달라"고 당부와 함께 글을 맺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