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본회의에서 ‘교섭단체대표연설’을 통해 “대통령의 국회 무력화를 저지해야 하는 야당의 원내 수장으로서 소임을 다하지 못한 것에 죄송한 마음이 그지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대통령과 여당의 쟁점법안에 대한 토끼몰이식 ‘입법 사냥’에 응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이와 관련, “세계 어디에도 정부의 경제 정책 실패에 대해 국회를 심판해 달라며 대통령이 거리의 정치에 나서는 경우는 없다”고 박 대통령에 쓴소리를 던졌다.
이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을 향해 국민은 선거공학이나 편가르기, 남 탓하고 과거에 집착하는 대통령보다 국가경영에 유능하고 국민통합을 잘하며 책임질 줄 알고 미래를 개척하는 대통령을 원한다고 당부하기도 했다.
그는 1년전 정부와 여당의 강요로 통과된 ‘부동산 3법’과 ‘외국인투자촉진법’ 등이 예상과 달리 신규투자 0, 직접고용 170명에 불과한 저성과를 냈다면서 “잘못된 법까지 박수를 쳐주고 통과시켜 줄 수 없다”고 강조했다.
특히 정부와 여당이 사활을 걸고 있는 ‘서비스발전기본법’에 대해 “엉터리 통계와 효과 추정으로 분칠된 법안”이라며 “‘국내 서비스 산업 수준이 미국 수준에 근접할 때’라는 조건이 충족될 때만 달성 가능한 ‘장밋빛 신기루’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정부와 여당이 입법촉구에 앞서 선거구 획정안 마련과 선거법 타결에 응할 것을 당부했다.
이 원내대표는 “실패로 점철된 박근혜 경제”라며 경제성장률 2.6%, 잠재정상률 2%대 진입, 가계부채 1200조원 등의 경기침체에도 정부는 무능과 혼선, 남 탓만 되풀이하고 있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한 대안으로 부자와 특권층만이 아닌 국민 모두에게 인간다운 조건을 보장하는 ‘더불어 성장론을 제시했다. 그는 우리나라 양극화 문제를 조목조목 지적하면서 △2020년까지 최저시급 1만원까지 단계적 인상 △최저임금 하한선 평균임금 50% 이상 △공공 부문 저임금 근로자들을 위한 생활임금제 전면화 등을 해결책으로 제시했다.
또 “재벌들이 누리는 불평등한 특혜를 정상화시켜야 한다”며 △법인세율 22%에서 25%로 상승 △재벌 대기업의 편법적인 지배구조 개선 등을 제안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해 당초 공약인 ‘목돈 안드는 전세’ 대신 ‘빚내서 집사라’는 경기부양책으로 바뀌었다며 ‘총체적 실패’라고 평가했다. 그는 △1가구 1주택정책 △공공임대주택 비중 10% 달성 △주거기본법에 따른 주거급여의 내실화 등을 해결책으로 내놓았다.
정부의 노동개혁에 대해 “노동권을 정면으로 부정하고 있다”고 강하게 비판하며 △노동 유연성·안정성이 조화된 노동환경 조성 △촘촘한 사회 안전망 구비 등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또 ‘헬조선’이라 불리는 청년 취업 문제를 언급하면서 “‘청년일자리 창출과 복지에 관한 특별법’ 제정에 전력을 다하겠다. 정부와 지자체에 청년 정책에 대한 의무를 법제화 시키고 청년의 권리 보장을 명문화하겠다”고 말했다.
이 원내대표는 정부의 북한 4차 핵실험과 미사일 발사 도발에 따른 개성공단 폐쇄조치와 관련, “남북 관계를 근본적인 위기 상황에 빠트리고 있다”면서 폐쇄의 타당성과 절박성, 향후 활로와 효과에 대해 의문을 제기했다. 또 전날 박 대통령의 연설에 대해 “어떤 해결책도, 설득력도 없었다. 이 엄중한 정세 속에서 굳이 왜 오셨던 것인가”라고 꼬집었다.
아울러 개성공단 자금이 핵과 미사일에 쓰였다고 말한 홍용표 통일부 장관의 ‘말바꾸기 논란’을 거론하며 “개성공단 폐쇄가 졸속이었다는 것을 자인한 격이다. 대통령 스스로 UN 안보리 결의를 위반했다는 점을 사실상 인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개성공단 폐쇄의 최대 피해자는 한국 경제”라며 “전면적 무력 충돌을 막아주던 최소한의 안전판을 제거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또 사드 배치와 관련해 중국의 ‘바둑돌’ 발언에 항의하면서도 신중한 입장을 견지해야 한다고 했다.
이 원내대표는 한일 위안부 협상에 대해서도 “용서할 수 없는 굴욕협상”이라고 혹평하며 “왜 한국의 외무부가 앞장서서 일본 측에 잔악무도한 전쟁범죄에 대한 면죄부를 발부하나”고 따졌다. 그는 “대통령의 결정을 도운 청와대 비서진과 국내외적 논란만 유발시킨 통일부 장관은 즉각 경질돼야 한다”고 일갈했다.
한편 쟁점법안인 ‘테러방지법’과 관련, 문책과 개편이 필요한 국가정보원이 주무기관이 되겠다는 주장은 ‘조직이기주의’의 극치라며 개편을 주장했다. 또 ‘북한인권법’에 대해서도 “북한 인민의 인권 신장을 위한 법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