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이 함정' LG K10 사용기

입력 2016-02-17 1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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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LG전자의 보급형 스마트폰인 K10을 간단하게 살펴보겠습니다. 이번 CES 2016에서 처음 공개한 제품이죠. 제품 자체를 살펴보기 앞서 네이밍에 대한 얘기를 잠깐 해야 할 것 같아요. K10이야 그렇다 쳐도, 같은 시리즈의 하위 모델인 K7은 노골적으로 기아차를 떠올리게 하는 모델명이니까요. 기존에 L시리즈라는 이름의 보급형 라인업을 가지고 있었음에도, 굳이 국내 자동차 브랜드의 차량 모델명과 겹치는 K시리즈를 추가한 이유가 무엇일까요. 이것도 모자라 MWC 2016을 앞두고 또 다른 보급형 라인업 X시리즈를 발표하는 등 LG가 자녀계획을 풍성하게 세우는 모습입니다.

알다가도 모를 LG전자. 이왕 이렇게 된 거 K시리즈가 네이밍의 의아함을 설명할 수 있을 만큼 유명해져야 할 텐데 말이죠. 그럼 이제 제품을 볼까요?

LG K10의 콘셉트는 명료합니다. 저렴한 가격에 프리미엄 디자인을 제공한다는 거죠. 출고가가 27만 5000원이니 저렴한 가격까지는 대충 맞아떨어진 것 같은데, 프리미엄 디자인? 글쎄요.

디스플레이 가장자리를 둥글게 마감한 2.5D 아크 글라스는 이름만 요란했지 디자인적으로 뛰어난 만족감을 주진 못합니다. 격자무늬 패턴을 미세하게 넣은 후면 플라스틱 커버에서도 프리미엄의 기운을 읽어내긴 힘듭니다. 디자인이 훌륭하다 나쁘다, 이런 평가는 차치하고서라도 전형적인 보급형 스마트폰의 디자인에 가까워 보입니다. 그래도 LG전자 제품이라 27만원대 제품 치고 마감은 깔끔합니다. 굳이 예를 들자면 중국 샤오미 제품보다 디자인은 투박하지만, 만듦새는 더 좋다고 설명할 수 있겠네요. 둥글둥글한 바디라 그립감은 손에 잘 붙습니다.

1280 x 720 해상도의 디스플레이는 생각보다는 화질이나 밝기가 나쁘지 않습니다. 다만, 시야각은 처참해요. 정면에서 똑바로 마주 봅시다.

좋은 얘기도 해볼까요. 디자인에 대해 혹평을 늘어놓긴 했지만, 이 제품은 저가형 스마트폰을 찾는 분들에게 나쁘지 않은 대안입니다. 사용 환경이 더없이 가벼워요. 산뜻, 산뜻. 구글 레퍼런스폰을 연상케 할 만큼 안드로이드 원형에 충실한 녀석입니다. 쓸데없는 기능이 없어서 쾌적하게 사용할 수 있다는 점이 마음에 들어요. 뭐, 때때로 쓸 만한 기능까지 빼버렸다는 생각도 들지만 저가형에 RAM 용량도 1.5GB 밖에 되지 않으니 그냥 군더더기를 제거한 쪽이 더 현명했다고 생각하렵니다.

RAM은 특별히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어요. K10을 쓰면서 몇 가지 게임 테스트 외에는 하드한 작업을 할 일도 없었고, 멀티태스킹에 천부적인 재능(?)을 보입니다. 저는 워낙 이 작업, 저 작업 왔다갔다 하는 편이라 멀티태스킹 화면에서 버벅이면 화가 많이 나거든요. 딜레이도 전혀 없고, 여러 앱을 왔다 갔다 하는 작업도 빠르게 반응합니다. 이 정도면 크게 칭찬할 만한 요소죠. 별 다른 욕심을 내지 않아서인지 얻어걸린 것인지, 꼼꼼하게 개발한 것인지 모르겠지만 OS 안정화가 잘 되어 있다는 느낌입니다.

발열은 거의 없습니다. 솔직히 온도가 끓어 오를 만큼 제가 괴롭히지도 않았구요. 1.2GHz 쿼드코어 프로세서 스냅드래곤 410을 탑재했는데, 넥슨의 HIT를 돌려보니 완전히 매끄럽진 않지만 그래픽 설정을 낮추지 않아도 그럭저럭 돌아갑니다. 같은 게임에서 모든 이펙트가 까맣게 깨져서 보이던 샤오미 홍미노트3와 비교하면 훌륭한 성적이죠.

[LG K10으로 촬영한 사진 원본]

27만 5000원의 출고가를 생각하면 욕심을 거둬야 할 텐데, 자꾸만 바라는 게 많아지네요. 카메라 성능은 아쉽습니다. 낮에는 기본은 하는데, 광량이 조금만 부족해도 사진이 뭉개집니다. 카메라가 마음에 안 들어서 사진도 몇 장 안 찍었더니 샘플컷도 한 장뿐이네요. 아주 어두운 조명도 아니었는데 카메라가 디테일을 외면하는 모습입니다. 개인적으로 LG의 강점이 카메라라고 생각하는데, 저가형이긴 하지만 조금만 더 인심을 썼어도 좋지 않았을까요.

이 외에도 아쉬운 부분들은 계속 보입니다. 원가 절감을 위해 생략한 부분들이 괜스레 마음에 밟히는 거죠. 다른 건 다 괜찮은데 5GHz 와이파이를 지원하지 않는 건 제 입장에선 좀 크리티컬 하네요.

[셀카가 예쁘게 나오지 않아서 슬펐다고 한다]

하지만 비슷한 가격의 중국 스마트폰과 비교했을 때 이 정도로 안정적이고 빠릿하며, 가볍게 반응하는 스마트폰을 찾기는 쉽지 않습니다. 가격 대비 성능을 목 놓아 외치는 사람들에게 K10을 추천하지 못할 이유도 없을 것 같습니다. 가성비라는 건 사실 굉장히 상대적인 개념이에요. 누군가는 디자인을 높게 평가하고, 누군가는 CPU 성능을, 누군가는 카메라나 안정성을 살피니까요. 그 흔한 뷰티샷 하나 없는 불친절한 제품이지만 대신 두드러지는 불안요소가 없다는 점에서 ‘안전한 선택’이 되지 않을까 싶네요. 안정성에 대한 걱정 없이 사용할 수 있는 무난한 저가형 스마트폰을 찾고 있었다면 추천합니다. 개성과 특징이 약하다는 것이 K10의 약점이자 강점이네요. 그럼 오늘 리뷰는 여기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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