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상민의 일본 골프 탐험] 미야지테크, 독자적 CNC밀링 기술로 아이언 헤드에 새 생명

입력 2016-02-19 03:53 수정 2016-02-19 05: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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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효고현(兵庫縣) 히메지(姫路)에서 자동차로 4시간쯤 달려 도착한 ㈜미야지테크(Miyachi Tech) 옆에는 2층 구조의 조디아골프 본사가 자리했다. (오상민 기자 golf5@)
▲효고현(兵庫縣) 히메지(姫路)에서 자동차로 4시간쯤 달려 도착한 ㈜미야지테크(Miyachi Tech) 옆에는 2층 구조의 조디아골프 본사가 자리했다. (오상민 기자 golf5@)

효고현(兵庫縣) 히메지(姫路)를 떠난 지 4시간쯤 지났을까. 차창 밖으로 낯선 도시 풍경이 펼쳐졌다. 나고야(名古屋)다. 낯선 도시의 낯선 도로를 따라 40분가량을 더 달리니 제법 한적한 마을에 들어섰다. 지류(知立)시라는 곳이다.

그리고 잠시 뒤 피로감에 찌들어가던 기자의 눈에 빨간색 영문 ‘Miyachi(미야지)’가 들어왔다. 직감적으로 목적지에 도착했음을 느꼈다. 골프클럽 디자이너이자 조디아골프 대표 미야지 게이스케(47ㆍ宮地啓介) 씨와의 두 번째 여행지, ㈜미야지테크(Miyachi Tech)다. 메이테츠혼선(名鉄本線) 지류역(知立駅)이나 시게하라역(重原駅)을 이용하면 도보 15분 거리다.

운전대를 잡진 않았지만 장시간 이동으로 인한 피로감은 팔다리 저림으로 나타났다. 기지개를 켜며 뻣뻣하게 굳어버린 팔다리를 이완시켰다. 하지만 미야지 씨는 숨을 고르기도 전에 보여줄 것이 많다며 미야지테크 공장 내부로 안내했다.

▲공장 내 한쪽 편에 진열된 아이언 헤드 하나를 들어 올린 미야지 게이스케(47ㆍ宮地啓介) 조디아골프 대표. 그는 가공되지 않은 아이언 헤드가 CNC밀링을 통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오상민 기자 golf5@)
▲공장 내 한쪽 편에 진열된 아이언 헤드 하나를 들어 올린 미야지 게이스케(47ㆍ宮地啓介) 조디아골프 대표. 그는 가공되지 않은 아이언 헤드가 CNC밀링을 통해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주겠다고 했다. (오상민 기자 golf5@)

▲CNC밀링머신 주변엔 많은 아이언 헤드가 미야지 씨의 CNC밀링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CNC밀링머신 주변엔 많은 아이언 헤드가 미야지 씨의 CNC밀링 작업을 기다리고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1층 공장과 2층 사무실로 이뤄진 미야지테크는 미야지 씨의 부친인 미야지 다쓰히로(宮地辰啓) 씨가 경영하는 회사로 컴퓨터 응용제품 개발 및 각종 산업용 로봇을 제조하는 업체다. 미야지테크 바로 옆엔 2층 구조의 조디아골프 본사 건물이 있는데, 히메지 공장에서 지바 후미오(55ㆍ千葉文雄) 회장의 손에 의해 완성된 아이언 헤드는 이곳에서 CNC밀링 작업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재탄생한다.

CNC밀링이란 컴퓨터 수치 제어(Computerized Numerical Control)를 뜻한다. 자동화 시스템을 통해 물체를 가공하는 일이다. 즉 아이언 헤드의 CNC밀링은 자동화 시스템을 이용해 아이언 헤드를 보다 매끄럽고 보기 좋게, 또는 원하는 문양으로 가공하는 작업이다.

“CNC밀링은 조디아골프의 핵심 기술이에요.” 공장 내부를 소개하던 미야지 씨가 입을 열었다. 그의 말에는 힘이 느껴졌다. 바로 이 공정을 공개하기 위해 히메지시에서 4시간 넘게 달려온 그다. 공장 내부엔 10여명의 직원들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었다. 기자의 방문이 직원들의 업무에 방해가 되지는 않을까하는 소심한 생각에 조심스럽게 공장 내부를 둘러봤다. 하지만 미야지 씨는 “구석구석 둘러보세요. 보다가 의문 나는 게 있으면 언제든 질문하시고요”라며 자신만만한 모습을 보였다.

▲CNC밀링 작업을 준비하는 미야지 씨. (오상민 기자 golf5@)
▲CNC밀링 작업을 준비하는 미야지 씨. (오상민 기자 golf5@)

▲CNC밀링 작업을 마친 아이언 헤드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오상민 기자 golf5@)
▲CNC밀링 작업을 마친 아이언 헤드가 화려한 자태를 드러냈다. (오상민 기자 golf5@)

사실 모든 것이 생소했다. 이름 모를 기계들이 요란한 소음을 일으키며 존재감을 과시할 뿐이다. 그러다 공장 한쪽 편에 진열된 아이언 헤드가 눈에 들어왔다. CNC밀링을 앞둔 제품이란다. 진열된 아이언 헤드 앞에 놓인 커다란 기계가 바로 CNC밀링머신이었다.

“이 아이언 헤드가 어떻게 변하는지 보여줄 게요.” 진열된 아이언 헤드 하나를 들어 올린 미야지 씨가 말했다. 그는 곧바로 CNC밀링머신 세팅을 시작했다. “자, 이제 됐어요. 버튼 하나만 누르면 자동으로 돌아갑니다. 기계가 돌아갈 땐 내부를 볼 수 없으니 잘 봐두세요. 아, 버튼 누르기 전에 사진 한 방 찍을까요?” 그는 신바람이라도 난 듯 기자에게 사진촬영을 요구했다. 그의 CNC밀링에 대한 자부심이 어느 정도인지를 짐작케 한다.

그리고 40분쯤 지났을까. 그가 CNC밀링으로 재탄생한 아이언 헤드를 공개했다. 작업 전 아이언 헤드가 시골 청년이라면 작업을 마친 아이언 헤드는 도시 청년이다. 다소 거칠고 투박해 보였던 아이언 헤드가 거짓말처럼 매끄럽게 가공됐기 때문이다.

▲나고야(名古屋)시 덴파쿠(天白)구에 위치한 조디아 어딕트(ZODIA addict). 지바 후미오 회장의 프로필 사진과 조디아골프 용품 일체가 전시된 곳으로 기자와 미야지 씨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오상민 기자 golf5@)
▲나고야(名古屋)시 덴파쿠(天白)구에 위치한 조디아 어딕트(ZODIA addict). 지바 후미오 회장의 프로필 사진과 조디아골프 용품 일체가 전시된 곳으로 기자와 미야지 씨의 마지막 여행지였다. (오상민 기자 golf5@)

▲조디아 어딕트 매장 전경. (오상민 기자 golf5@)
▲조디아 어딕트 매장 전경. (오상민 기자 golf5@)

“비밀은 어기에 있어요.” 그는 여러 개의 침을 기자에게 내밀었다. 굵기가 제각각인 한묵음의 침들이 아이언 헤드 하나를 가공하는 데 전부 사용된단다. 조디아골프 아이언의 복잡 다양한 헤드 형상의 비밀이 이제야 풀리는 것 같다. 지금까지 대수롭지 않게 봐왔던 단조 아이언 헤드 하나 하나가 얼마나 많은 노력과 열정을 통해 만들어졌는지를 재확인했다. 그가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미야지 씨는 이렇게 완성된 아이언 헤드를 다시 히메지 공장으로 가져간다고 했다. 지바 회장에게 최종 승인을 받기 위해서다. “조디아골프 아이언은 (지바) 회장의 작품이에요. 그의 작품이 세상에 공개되기 전에는 반드시 회장의 승인을 얻어야 해요.” 그의 지바 회장에 대한 신뢰가 어느 정도인지를 보여준다.

▲보석 상자에 담긴 아이언 헤드가 보석보다 아름다운 빛을 뿜어냈다. (오상민 기자 golf5@)
▲보석 상자에 담긴 아이언 헤드가 보석보다 아름다운 빛을 뿜어냈다. (오상민 기자 golf5@)

▲아이언 헤드 하나 하나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아이언 헤드 하나 하나엔 눈에 보이지 않는 그들의 열정이 녹아 있다. (오상민 기자 golf5@)

그런 그가 또 다른 곳을 소개하겠다며 기자를 이끌었다. 나고야(名古屋)시 덴파쿠(天白)구에 위치한 조디아 어딕트(ZODIA addict)다. 그곳엔 지바 회장의 프로필 사진과 조디아골프 용품 일체가 전시돼 있었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건 보석 상자에 담긴 아이언 헤드였다. 참으로 아름답다. 정육면체의 통쇠가 보석 상자에 담기기까지 열흘간의 인고의 시간을 거쳐야 한다는 것을 알기에 아름다움의 깊이가 더한다.

미야지 씨가 기자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건 단순히 아이언 헤드가 아니었다. 아이언 헤드 하나 하나에 담긴 내면의 아름다움이었다. 세상 어디에도 두 개가 존재할 수 없는 그들의 보석 상자엔 빛보다 강렬한 열정이 녹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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