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수출 실적이 급감하면서 정부의 수출 정책 역시 전반적인 재검토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대기업 굴뚝산업에 편중된 방향에서 벗어나 한국경제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는 중소·중견기업을 육성하는 데 지원을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다.
23일 산업통상자원부와 중소기업청 등에 따르면 전체 수출액에서 중소·중견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계속해서 증가하고 있다. 2012년 32.1%에서 2013년 32.8%, 2014년 33.8%로 상승한 데 이어 지난해 35.9%로 올라섰다.
2012년부터 2014년까지 우리나라 수출액은 각각 5478억 달러, 5596억 달러, 5726억 달러로 매년 증가세를 나타냈다. 이 기간 중소·중견기업 수출은 각각 1756억 달러, 1837억 달러, 1933억 달러를 기록하며 전체 실적에서 비중을 높여갔다.
특히 수출액이 5269억 달러로 곤두박질친 지난해에도 1893억 달러의 수출 실적으로 선방하며 점유율을 키운 바 있다. 이 같은 수치는 국가대표 제조업들이 고전하는 사이 이뤄낸 점에서 더 고무적이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정부의 수출 지원책 대부분은 굴뚝산업으로 일컬어지는 전자, 자동차, 철강 등 제조업에 집중되고 있지만 경쟁력 감소로 전체 수출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반면 대부분의 중소·중견 수출기업들은 기술력이 있어도 자금조달 및 각종 규제 부담에 애로를 겪고 있는 실정이다. 또 중소·중견기업 수출지원 대책 역시 산업부와 중소기업청 등으로 분산돼 있어 제대로 된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에 정부는 올 들어 중소·중견기업 육성 대책을 내놨다. 인력, 세제, 금융, 연구개발(R&D) 등에 지원을 집중해 수출 경험이 없는 내수기업의 활로를 열겠다는 목표다. 이를 위해 정부는 중소기업 정책자금 3조5000억원과 무역금융 2조원 등 5조5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이미 진출한 기업의 해외진출형 R&D 과제에는 6570억원을 지원하고, 수입부가세 납부 유예 대상을 수출액 100억원 이상 중소기업으로 확대한다. 지난달 3000개로 잡았던 중소·중견기업의 수출기업화 목표는 이달 5000개로 늘렸다.
중기청에서도 중소·중견기업의 아이템 발굴과 R&D, 사업화에 이르는 전 단계를 지원하는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와 무역보험공사는 대외리스크 관리방안 설명회와 무역보험 지원사업 협력을 통해 중소·중견기업의 글로벌 진출을 도울 계획이다. 무보는 올해 중소·중견기업 수출 역량 강화에 작년보다 5조원가량 증가한 46조5000억원을 지원할 예정이다. 전경련은 약 9만개에 달하는 수출 중소기업 중 52%가량이 수출액 10만 달러 미만의 영세 기업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