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일 삼성물산에 따르면 이 사장은 사내 인트라넷 '컴앤톡(Come&Talk)'을 통해 직원들의 소리에 귀를 귀울이며 적극적인 소통 경영을 펼치고 있다. 이곳은 직원들이 익명으로 글을 올리면 바로 이 사장이 볼 수 있다. 이 사장이 직접 글을 올리는 게시판은 따로 있다.
최근에는 이 사장이 컴앤톡에 '우리 일모(합병전 사명 제일모직을 일컫는 줄임말) 맘들 고생하는 것을 잘 알고 있고, 고충을 들어보겠다'는 내용을 담은 '일모엄마직원 화이팅1'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이에 직원들이 실명으로 "아 그렇게 신경써주셔서 감사합니다", "반반차를 만들어달라" 등의 다양한 댓글을 달았다.
특히 "어린이집을 만들어달라"는 요청이 있자, 이 사장은 '엄마직원 화이팅2'라는 제목의 글을 다시 올려 "아직 돈이 없고 세들어 사는 입장이라 현실적으로 어렵다"며 솔직한 발언으로 아쉬움을 전했다.
이 같은 이 사장의 적극적인 행보는 지난해 12월 삼성물산 패션부문장으로 보직 이동한 뒤 바로 시작했다. 이 사장은 지난해 12월 8일 사내방송에 직접 출연해 임직원들에게 방향타를 설정하기도 했다. 그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는 스피드(speed·속도), 아웃룩(outlook·관점), 콜라보레이션(collaboration·협업)이 필요하다"며 "그냥 외치는 구호가 아니라 임직원들이 실행으로 보여줘야 한다"고 주문했다. 이 같은 이 사장의 메시지는 부친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임직원들에게 강조하던 단어들이다.
이후 올 1월에는 이탈리아 피렌체로 날아가 현장 경영도 펼쳤다. 삼성물산 패션부문의 남성복 브랜드 준지(JUUN.J)가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열린 세계 최대 남성복 박람회 '삐띠워모(Pitti Uomo)' 무대에 섰고, 이 사장이 직접 현장 작업을 진두지휘했다. 이 자리에서 그는 "작지만 의미있는 발걸음을 내디뎠다"며 "대외적으로 인정받는 계기가 되니 더 열심히 해서 글로벌 명품 브랜드를 만들자"며 행사를 준비한 직원들을 격려했다.
이 사장은 서울예술고, 파슨스디자인스쿨 등을 졸업한 뒤 2002년 제일모직에 입사해 패션사업을 진두지휘했다. '구호', '준지' 등 굵직한 디자이너 브랜드는 물론 토종 SPA 브랜드 '에잇세컨즈' 론칭도 그가 공을 들인 작품이다.
2009년 전무로 승진하며 패션사업과 광고마케팅 경영기획 업무를 겸직해왔고 2010년 부사장, 2012년 사장으로 승진했다. 작년 연말 인사로 6년여간 맡았던 제일기획 업무는 중단하고 전공분야인 패션사업에 총력을 쏟고 있다. 특히 최근에는 경영멘토였던 윤주화 삼성물산 패션부문 대표이사가 사임하면서 이 사장의 홀로서기가 본격화됐다. 이 사장의 경영능력이 본격적인 시험대에 오른만큼 직원들과의 소통경영과 곳곳을 누비는 현장경영은 더욱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