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의 함정이 우리 삶 곳곳에 도사리고 있다. 빚 없이 세상을 살아가기란 거의 불가능하다. 원하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빚을 지는 경우가 생긴다는 것이다.
사실 빚은 경제생활을 해 나가는데 윤활유 구실을 하기도 한다. 돈을 빌려 투자할 자금을 만들고, 이를 기반으로 더 큰 수익을 가져오는 ‘레버리지(leverage)’ 효과도 거둘 수 있게 된다. 가령 자기자본 5억원을 투자한 주식의 가치가 어느 시점에서 5배로 뛰었다면 이 투자자는 총 20억원의 수익을 거두게 된다. 그런데 이 경우 자기자본 5억원에 추가로 5억원의 빚을 내어 총 10억원을 투자했다면, 그 투자자의 수익은 총 40억원이 되는 셈이다.
그러나 여전히 빚은 경계의 대상이다. 우리 옛 속담에도 ‘외상이면 황소도 잡아먹는다’라는 말이 있다. 특히 반드시 필요하지 않고 상환능력이 없는데도 일단 쓰고 보자는 식으로 빚을 내는 것은 금물이다. 또 신용카드로 내지르는 ‘묻지 마 쇼핑’은 사람들을 신용불량자로 만들기 십상이다.
2008년에 시작된 미국의 금융위기와 유럽의 재정위기는 성격과 내용은 다르지만 원인을 따져보면 한 가지 중요한 공통점이 발견된다. 두 위기 모두 ‘빚이 만든 재앙’이란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탐욕에 빠진 투기꾼들이 과도한 ‘차입투자’를 하다 거품이 터지게 된 것이고, 남유럽 국가들은 분에 넘치는 ‘차입복지’를 즐기다 문제가 발생하게 된 것이다.
지난 십 수년간 이어진 세계 경제의 고성장은 빚으로 만들어진 거품이었고, 미국 금융위기와 유럽 재정위기는 거품을 만들어낸 인간들에 대한 일종의 심판이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우리나라는 이 시기에 일어난 커다란 재앙을 비켜갈 수가 있었다. 이는 1997년의 경제위기 때 많은 것을 이미 터득했으며, 재정상태가 비교적 양호했던 덕분이었다. 그러나 앞으로 언제 어느 시점에서 이와 유사한 재앙에 휘몰릴지는 모를 일이다. 결코 우리도 안심할 수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