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의원이 국회의 '무제한 토론'(필리버스터) 국내 최장 기록을 다시 썼다.
은수미 의원은 24일 오후 들어 준비한 자료를 정리하고 발언을 마쳤다. 이날 오전 2시 30분 국회 본회의장 단상에 오른지 10시간 15분 만이었다. 은 의원은 이 시간 동안 테러방지법의 부당성 등을 지적하는 연설을 쉬지 않았다.
테러방지법 직권상정에 맞서 야권이 필리버스터링을 이어가는 가운데 이에 대한 관심도 커졌다. 필리버스터(filibuster)란 국회에서 소수파 의원들이 다수파의 독주를 막거나, 기타 필요에 따라 합법적인 수단과 방법을 이용해 의사 진행을 방해하는 행위다.
어원은 ‘해적’이란 뜻의 네덜란드어다. ‘발언권’을 앞세워 커다란 배(의회)를 멈춰 세울 수도 있다는 의미에서 출발했다.
필리버스터의 원조는 의회민주주의가 발달한 미국이다. 1841년 민주당 상원의원들이 은행법 통과를 저지하기 위해 차례로 장시간 연설에 나섰던 사례가 대표적이다.
최장시간 필리버스터에 대한 해석은 분분하지만 대부분 1957년 제임스 스트롬 서먼드(James Strom Thurmond) 미국 상원의원을 꼽는다.
그는 24시간 18분 동안 마이크를 잡고 필리버스터링을 지속했다. 현재 남아있는 최장시간 필리버스터다.
미국 NBC 방송의 정치드라마 웨스트윙(westwing)에서는 미국 의회의 필리버스터 규칙이 자세하게 다뤄진 바 있다.
미국 의회는 “의자에 앉아 발언할 수 없다”는 규정까지 두고 있다. 발언 역시 1분 이상 중단돼서도 안된다.
밤샘 필리버스터의 경우 졸음과의 싸움도 이어진다. 잠깐 졸음에 빠진 사이 발언권이 종료될 수도 있다.
원고 역시 턱없이 부족한것도 사실. 실제 미국 의회의 경우 성경책을 낭독하거나 노래가사를 읽기도 한다. 지나온 어릴적 이야기를 들려주는 의원도 있다.
1회 무제한 토론에 나섰던 의원은 다시 발언권을 가질 수 없다. 물을 마실 수 있지만 음식을 먹어서는 안된다.
필리버스터링의 최대 난관은 바로 화장실이다. 성인 남자의 경우 물섭취량에 따라 다르지만 1~1.5리터의 소변을 배출한다.
그러나 발언 도중 생리현상을 해결키 위해 연단을 떠날 수 없다. 앞서 24시간 넘게 필리버스터링으로 최장 기록을 지닌 서먼드 상원의원은 비서관이 단상 아래에 양동이를 준비해 급한 불을 껐다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우리나라에서는 1973년 국회법 개정으로 발언시간제한 조항이 만들어지면서 금지됐다 지난 1월 국회선진화법이 통과하면서 부활했다.
이날 은수미 의원이 새 기록을 쓰기 전까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필리버스터링이 최장 시간이었다. 1964년 4월 임시국회 당시, 김준연 의원에 대해 여당의 체포동의안 발의를 필리버스터링으로 막았다.
원고도 없이 이어졌던 연설시간은 5시간 19분. 당시 김준연 의원은 '박정희 정권이 한일회담 과정에서 약 1억3000만 달러의 비자금을 받았다'고 말해 여당이 체포동의안 상정으로 맞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