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빚이 1200조원을 돌파하며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더 큰 문제는 소득은 뒷걸음질 치고 있는데 반해 빚만 가파르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만큼 갚을 능력이 떨어지면서 자칫 금융시스템 전반은 물론 경기 회복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는 셈이다.
전문가들은 가계부채가 폭탄 터지듯 당장 위태롭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하지만 내수회복 지연 등 우리경제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데 한목소리를 냈다.
연초부터 대내외 불확실성이 확산되고 있다. 꺼져가는 경기를 살리고자 기준금리를 인하할 상황이 온다 해도 정책효과가 먹히지 않을 수 있다고 봤다. 시급한 대응책 마련을 촉구했다.
◆ 정부의 내수 진작책, 가계빚 9년만 최대 증가 부메랑
특히 예금취급기관과 주택금융공사·국민주택기금을 포함한 기타금융기관 등의 주택담보대출(주담대)은 전년보다 13.8%(73조6057억원) 급증한 608조8106억원을 기록했다. 한은이 관련통계를 집계하기 시작한 2007년 이래 최대치다.
신용카드사 및 백화점, 자동차회사 등을 포함한 판매신용도 65조1461억원으로 전년대비 8.2%(4조9631억원) 늘었다. 이 또한 2011년(10.9%) 이후 4년만에 가장 큰 폭이다.
이같은 증가세는 정부가 2014년부터 내수 활성화를 위해 주택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 규제를 완화한데다 한국은행이 네 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1%포인트나 인하해 연1.50%로 결정한 때문이다. 아울러 지난해 중동호흡기증후군(메르스) 사태 이후 소비 진작책으로 개별소비세를 인하하고 블랙프라이데이 등 코리아 그랜드세일을 종용한 영향이다.
이상용 한은 금융통계팀장은 “주담대를 중심으로 가계부채가 늘었다. 정부의 규제완화와 금리인하, 소비진작책 등 복합적 요인이 작용했다”고 평가했다.
반면 소득은 뒷걸음질 중이다. 한은에 따르면 작년 3월말 현재 처분가능소득 증가율은 전분기대비 3.6%로 2014년 6월말 4.0% 이후 3분기째 하락했다. 작년 9월말 현재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도 143.0%로 2014년말 137.6%에서 5.4%포인트 증가했다.
◆ 가계부채 구조개선책으로 풀어라
전문가들은 정부의 부동산 부양책과 맞물려 가계빚이 급증했다고 진단했다. 주담대가 비교적 중산층 이상 대출자가 많다는 점에서 당장 시스템적 리스크로 연결되지는 않을 것으로 봤다.
다만 부동산경기가 다시 꺼지고 있는데다 최근 대내외 경기 상황도 녹록지 않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주담대와 신용대출 안에 자영업자와 저신용자들도 포함돼 있다는 점도 간과해선 안된다고 봤다.
장보형 하나금융경영연구소 수석이코노미스트는 “금융규제 완화와 부동산 부양책이 맞물려 부채가 늘었다. 부동산 경기가 급랭할 경우 우려되는 계층이 있다. 또 주담대로 잡혀 있지만 자영업자들이 사업용으로 빌린 자금도 있다. 신용대출 쪽에서는 저신용자도 많다. 경기가 받쳐주지 못한다면 위험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가계부채가 이미 위험수준을 넘었다는 진단도 나왔다. 지난해말 국제통화기금(IMF)도 한국의 가계 및 기업부채에 대해 경고음을 울린 바 있다.
박종규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채가 너무 많다. 신용버블로 이미 위험수준을 넘었다. 국제기구도 2010년부터 우리나라 부채위험을 경고했다”며 “언젠가 터질 것이라는 점은 분명하다. 경기침체도 고통스럽지만 신용버블이 터지면 비교가 안된다”고 말했다.
가계부채 증가는 내수부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높다고 봤다. 또 이에 따른 경기침체로 한은이 금리인하를 단행할 경우 효과가 떨어질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이근태 L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정부가 소비중심 성장세에 주력하고 있는 와중에 이같은 가계부채 증가는 내수 경기를 어렵게 할 요인”이라며 “이 경우 내수부양을 위한 금리인하 정책도 효과가 제약될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부채에 대한 구조개선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홍준표 현대경제연구원 동향분석팀장은 “저소득층을 중심으로 한 가계부채 해결방안이 마련돼야 할 것”이라며 “부채를 탕감하는 방식도 있겠지만 근본적으로는 일자리를 마련하거나 자영업자 경쟁력 강화를 위한 경영컨설팅 등 방안이 있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박종규 선임연구위원도 “원리금 상환 정책을 펴고 있지만 부담이 만만치 않다. 오히려 금리를 올리는게 좋을수 있겠다. 또 비은행권에 대해서는 감독공백도 있다. 미 금리인상 전에 이들 기관에 대한 관리방안을 서둘러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