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수사’ 엘리엇, “주주권리냐 먹튀냐” 주총 흔드는 헤지펀드

입력 2016-02-24 21: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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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반기를 들었던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지분 공시의무 위반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게 됐다. 주주가치와 공정성을 내세운 행동주의 헤지펀드가 파킹거래 수법까지 동원해 지분을 매입한 사실이 적발되면서 관련 규제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24일 금융위원회 산하 증권선물위원회는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합병 전 삼성물산 주식을 사실상 불법 파킹거래를 통해 몰래 취득했으나 공시 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검찰에 통보했다.

엘리엇은 지난해 6월 4일 삼성물산 지분 7.12%(1112만5927주)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하며 제일모직과 합병의 최대 변수로 떠올랐다. 당시 엘리엇은 합병 비율이 삼성물산 주주 가치에 반한다며 현물배당과 중간배당 등을 제안했다.

삼성그룹은 소액주주의 표를 호소하는 대대적인 광고까지 진행하며 엘리엇을 겨우 막아냈다.

최근에는 미국 헤지펀드인 SC펀더멘탈이 GS홈쇼핑에 배당성향을 80%로 확대하라고 주주제안 했다. 자사주를 10% 매입하고 사외이사도 선임하라고 요구했다. 그러나 SC펀더멘탈의 지분 보유기간이 6개월 미만으로 주주제안 요건을 갖추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증권사 애널리스트는 “GS홈쇼핑의 배당성향은 이미 30~40% 수준으로 동종업계 경쟁사의 3~4배 수준”이라며 “SC펀더멘탈의 제안은 장기적으로 주주가치 제고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C펀더멘탈은 지난해에도 자동차 부품회사 모토닉, KT 계열사 KTcs, 삼아제약 등에 주주친화정책 확대를 요구했다. GS홈쇼핑에 대한 이번 주주제안은 해프닝으로 끝났지만 다음 주주총회까지 주식을 보유한다면 다시 막대한 규모의 주주친화정책을 요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이밖에 홍콩계 헤지펀드 어센더캐피털도 지난해 인포바인에 배당확대를 제안하고 대표이사 재선임 안건에도 반대해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기도 했다.

기업분석 전문업체인 한국CXO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총 198개 외국인 투자자(투자법인)가 국내 상장기업 285개사에 5% 넘는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행동주의 헤지펀드들이 주주라는 탈을 쓰고 ‘먹튀’를 일삼는다며 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호소하고 있다.

이에 지난해 기업의 경영권 방어를 주요 내용으로 한 상법 개정안이 정갑윤 새누리당 의원 등을 통해 발의되기도 했지만 제대로 심의조차 진행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개정안에는 기존 주주에게 회사 신주를 시가보다 낮은 가격에 매입할 수 있는 콜옵션을 주는 신주인수선택권(포이즌필)과 차등의결권 도입 등이 담겼다. 그러나 대주주의 남용이 우려된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아 쉽게 적용되긴 어려운 현실이다.

금융투자업계 한 전문가는 “지분구조가 취약한 대기업이 많은 만큼 행동주의 헤지펀드의 공격 전에도 경영권 강화를 위한 기업들의 일상적인 노력이 필요한 상황”이라며 “부작용이 많은 포이즌필이나 차등의결권이 반드시 해답이라고 할 수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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